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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⑤_좌담회]"마을 역사와 자원등 분석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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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⑤_좌담회]"마을 역사와 자원등 분석부터"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7.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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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의 희망 찾기,첫걸음 떼다 <끝>
■ 글 싣는 순서

1. 사례①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2. 사례② 이웃과의 벽 허무는
품앗이운동
- 대전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3. 사례③ 민-관이 함께 한 마을 만들기
광주 동림동·문화동, 인천 가좌2동
4. 지역현주소
- 살기좋은 구로 만들기, 씨앗을 찾아서
5. 좌담회
- 구로의 희망 찾기, 첫걸음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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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회

* 일시장소
2009년 6월 30일(화)
오후 2시, 구로타임즈 신문사
* 참 석 자
김달수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
김병훈 (구로구의원)
김성국 (구로시민센터 대표)
박지연 (고척2동 주민)
위성남 (마포 성미산공동체 '사람과 마을' 운영위원장)
송지현 (사회, 구로타임즈 기자)


 촘촘한 관계망=도시마을

● 송지현(이하 사회): 마을의 의미와 살기 좋은 마을이란 어떤 마을인지부터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 위성남(이하 위): 제가 살고 있는 성미산마을은 도시 한복판이라 지리적으로 시골처럼 구획이 나뉘어진 것도 아니고 주택가 속에 개별적으로 흩어져 살고 있어 공간으로도 큰 의미가 없어요. 시골과 다르게 도시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알고 지내고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촘촘한 관계망이 '마을'이 아닐까요.

 성미산마을은 도시에서 살면서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교육문제 때문에 모인 사람들이 시작했어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모아보자, 같이 어울려서 즐겁게 문화생활을 해볼까 하면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다보니 일상생활에서 여러 가지 장치나 문화와 생활 인프라가 어느덧 갖춰있더라고요. 성미산마을에서 교육, 먹을거리 등 소비생활과 관련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으니,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삶의 환경이 사람마다, 지역마다, 마을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관점이나 정의로 통일시키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 김성국(이하 국): 성미산마을은 하나의 공동체로 이뤄져 있지만, 서울에서는 시, 구, 동처럼 행정단위를 마을의 기본개념으로 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살기 좋은 마을에 대한 생각도 다 다르겠지만 돈을 중심으로 가치판단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 사회 흐름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는 없다고 봐요. 좋은 사람끼리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것이 좋은 동네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로 강남으로 일산, 분당으로 이사가고 싶어 하는 마음도 공존하잖아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사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존재하고 있어요.

 또 여러 문제들을 마을에서 답을 찾기도 해야 하는데 마을에서 모두 찾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결국 사회 환경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의미죠.

● 김병훈(이하 훈): 저는 출마했을 때 개발을 통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공약을 얘기했어요. 사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알맹이는 다른 분들 말씀처럼 좋은 사람들이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고 행복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좋은 사람이란 함께 살아가면서 자기 욕심이 있어도 덜 갖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람들이겠죠.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이 편안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삶을 행복하게 영위할 수 있는 곳이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해요. .

● 위: 성미산마을 사람들도 처음부터 모두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은 바뀌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아빠들이 성미산마을에 와서 보니까 다른 집 아빠는 애도 잘 돌봐주고 싸우지도 않더라, 이런 것을 보고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대요. 다른 사회에서는 일반적이고 보통사람인데 성미산마을에서는 이방인이 된다는 것이죠. 이런 동네분위기 때문에 애들과 많이 놀아주고 자상한 아빠가 되는 것을 보면서 역시 마을은 관계를 통해 변화하고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 사회: 이번 기획을 취재하다 보니 살기 좋다는 마을에서는 '사람과 관계'라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결국은 마을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사람이라는 것이죠. 사람이 관계를 맺고 공유하다 보니 비슷한 곳을 바라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손을 맞잡고 걸어가게 되더라는 겁니다. 이런 사례들을 접하면서 마을을 만들기의 핵심은 소통이 아닐까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네트워크가 기획력

● 박지연(이하 박): 과거에는 모두들 농업에 종사하면서 하나의 경제공동체가 마을로 이뤄졌지만, 도시화가 되면서 점점 분화가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공동의 관심이 쇠퇴하고 결국 공동체를 이루기가 힘들어지고…. 분화된 관심사를 모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는 굉장히 힘든 것 같아요. 이때 일꾼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다른 마을에서 성미산마을처럼 공동체로 성장하기는 사실 굉장히 힘들거든요.

● 위: 어느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일단은 소통을 잘해야 해요. 소통이 잘되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성미산마을에도 안 맞고 정치적 입장도 다른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냥 용인을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시골에 가면 술 먹으면 꼭 사고치는 어르신도 있고, 빨래터에서 남 이야기 잘 하고 없는 말 지어내 소문내는 아주머니들도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 쫓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싫은 소리는 해도 결국 이 사람을 동네사람으로 품어요. 이 사람을 내치려고 하거나 쫓아내자고 하면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되죠.

성미산마을에서도 그래요. 처음에는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왜 저런 것을 지적하지 않느냐, 옳고 그름을 왜 따지지 않느냐고 했죠. 따지긴 하지만 그 사람을 내치진 않는 거예요.

 또, 스스로 뭔가를 이루고 다음 단계로 발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는기획력이 필요해요. 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 주는 게 기획력이죠.

● 사회: 사실 평범하게 애 키우고 직장 다니는 주민들은 기획력이 부족할 수 있어요. 막연하게 생각만 하기도 하고,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이것이 현실화될까 머뭇거릴 수도 있고요. 이럴 때 필요한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원이 마을 활동가들이에요. 어떻게 이런 마을 활동가들을 양성할 수 있을까요.

● 위: 여러 사람들이 모이면 그 안에는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을 어떻게 이리저리 엮을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보면 됩니다.

 한 명이 가진 능력은 작을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작은 능력이라도 모이면 여러 능력을 갖춘 '하나'가 되는 거잖아요. 송년회처럼 전체가 같이할 수 있는 것을 만들면서 공동체의 뿌듯함을 느끼면 자신감이 생겨 더 큰 것을 기획할 수 있어요. 기획력이란 것이 한두 사람 머리를 쥐어짜서 이건 이렇게 가면 될 거야라고 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흐름을 보면서 이걸 엮으면 되겠구나, 여기는 이렇게 관계를 맺어 풀면 되겠구나 생각하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역할 같은 것이죠.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와서 추진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사실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잘 안 하는 게 문제죠.


 사람과 지역 역사가 자산

● 사회: 우리 구로가 갖고 있는 유형, 무형의 자원은 무엇일까 모아볼까요.

● 국: 구로 최대의 자원은 구로에 사는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의 요구라 생각해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한강의 기적 주역이 구로공단 노동자들이잖아요. 그 에너지가 아직도 존재해요. 반면 교육이나 환경 조건은 열악하죠. 그래서 성장과 변화를 갈구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것이 구로를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가는 자원 중 하나라고 봅니다.

● 훈: 맞아요. 억척스럽게 열심히 살아온 서민들의 욕구가 우리의 자원입니다. 더 이상 가난을 되물림 하지 않겠다거나 잘 살아보자는 생각들이겠죠. 이런 생각에서 새로운 환경을 요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이 다른 동네에 비해 강해요. 이런 것이 하나의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김달수(이하 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는 지역의 유형, 무형 자원이나 자산을 가지고 만드는 것인데요, 문화, 정서, 정체성이 마을마다 다르죠. 이것이 마을 만들기의 출발이 됩니다. 우리 지역, 마을의 역사가 어떤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한계와 문제가 무엇인지도 살펴보면서 때로는 단점도 남들과 차별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죠.

● 박: 구로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 다녔어요. 친구들에게 개봉동에 산다고 하면 '거기가 어디야?'했어요. 저는 그런 반응에 불만 없었어요. 오히려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었죠. 개발이 덜 된 것이 단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서울에 남아있는 마지막 청정지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미래에는 환경이 부각되니까 무조건 개발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 청정지역을 지켜야하지 않을까 해요.

● 사회: 구로(갑) 쪽은 역사가 깊고 문화재가 많은 곳이고, 구로(을) 쪽은 공단이 있어 산업역사를 일궈온 곳이지만, 그 특성을 살리지는 못하고 있어요. 노동산업의 역사가 있는데, 왜 노동박물관 하나 없냐는 얘기도 많이 하죠. 점프구로 행사 중 '추억의 구로 여행'이 있는데, 공장 하나만이라도 남겨놓았다면 지금 6,70년대 산업교육의 현장으로 훌륭한 곳이 되겠다 하잖아요. 그 자산을 어느 샌가 놓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구로공단은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많은 자산이에요.

● 훈: 어려웠던 시절을 버틴 정신력이 구로의 인적 자원이 될 것 같아요. 구로(갑)은 녹지공간이 많으니 그것을 충분히 살리고, 구로(을)은 벤처와 제조산업이 조화를 이뤄 개발된다면 다른 지역에 비해 뒤지지 않는 물적 자원을 갖춘 곳이 되겠다 싶네요.

● 위: 사람이 사는 곳 자체가 모두 자원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생협 소모임에서 바자회를 하려는데, 마땅한 현장이 없다고 하면 인근 성당이나 교회를 찾아가 같이 하자고 제안하는 거예요. 싫다고 하면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 하다보면 같이 할 곳이 생기고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죠. 관계가 형성되면 그만큼 풍족해지는 거죠. 그렇게 나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많아질수록 도시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성미산마을 사람들도 초기에는 마포역사기행을 많이 하면서 주말에 절두산 공원 견학도 가곤 했죠. 그런데 성과가 남지는 않았어요. 왜냐면 절두산 공원은 일상적으로 가는 곳이 아니거든요. 하나의 이벤트죠. 일상적으로 가는 곳은 뒷동산인 성미산이에요. 애들은 매일 가니까 놀이터고요. 작은 야산이지만 애착관계가 형성된 반면, 멋진 절두산 공원에는 애착이 없어요. 이렇게 내 생활과 상관있으면 그게 다 자산이 된다고 봐요.


 주민이 공모하는 마을만들기

● 사회: 행정조직에서도 마을가꾸기 사업을 하는데요. 구로구에서는 매년 마을가꾸기 사업을 하는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동별 담당자, 주민자치위원장 등이 한 곳에 모여 마을 만들기 전문가들에게서 사례강연을 들어요.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 수: 마포구 외에는 서울에서 그렇게 잘 되는 곳이 없어요. 올해는 제가 구로구에서 사례 발표를 했는데, 구로구는 마을축제 예산이 거의 대부분이더라고요. 이걸 다 깎아야 한다고 했었죠. 축제는 좋은데 매년 이벤트 회사에 위탁 주는 형식으로 하는 것은 마을 만들기가 아니다, 차라리 마포처럼 재공모를 하자고 했죠. 마포도 처음 공모했을 때 다 똑같이 축제가 들어와서 몇 차례 재공모했어요.

● 사회: 공모를 하면 주민들이 공모에 참여해 제안서를 내나요?

● 수: 마포가 거의 유일하게 일반 주민공모도 하는 곳이에요. 다른 자치구는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서 공모를 하는데 마포 같은 경우 일반 주민 커뮤니티나 모임도 가능해요. 이렇게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중요해요. 마포는 담당공무원들이 뛰어다녀요. 단체들마다, 주민모임에도 찾아가서 하나 공모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보수적인 심사위원들을 설득해 이런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매달리면서까지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마포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 타 지역과 다른 면이 있어요.

● 위: 올 4월에 마포에서 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를 했는데, 제안 조직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해요. 어느 아파트 부녀회에서 저탄소활동 관련해 500만원짜리 프로젝트를 신청한 것을 봤어요. 부녀회에서 하기에는 좋은 컨셉이라고 생각했는데, 채택이 되더라고요.

● 수: 일반 공모 방식은 대단한 장점이에요. 주민자치위원회뿐만 아니라 여러 조직과 모임을 활성화시켜요. 이게 잘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마을 만들기에 대한 경험이 있어야하고, 교육도 필요하고, 다른 사례도 봐야죠. 안 되는 곳이 있으면 전문가를 붙여줍니다. 마포가 그래요. 마을 만들기 전문가 명단을 동마다 돌려서 잘 모르겠으면 이 사람들에게 물어봐라고 해요. 마을 만들기나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를 담당 공무원이 저보다 더 많이 알아요. 그런 공무원이 있으니까 마포의 마을 만들기가 잘되는 거죠.

● 훈: 구로의 마을 만들기 사업예산은 올해가 1억8천3백59만7천원이에요. 자치기능 강화 및 공동체 형성 등에 목적을 두고 하는 사업인데, 사실 목적이나 취지에 비해 이 사업이 정상적으로 가는 사업은 아니라고 봐요. '자투리 땅 활용해서 꽃밭 만드는 것' 외에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지만, 다들 획일적이에요. 주민자치위원들 위주가 아니고 넓게 공모도 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자면 무궁무진하잖아요.

 또, 저는 살기좋은 마을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화합을 첫 번째 요소로 꼽아요. 왜냐면 주민들이 화합하고 소통되지 않으면 아무리 우리가 마을 좋게 만들려 해도 제대로 목적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주민화합을 위한 축제 한마당을 하더라도 주민들에서는 유익한 시간이 돼야 하는데 이건 내가 왜 갔다 왔는지, 가서 뭘 하고 왔는지 고개만 갸우뚱거리고 가는 게 현실이에요.

 그리고 마을 가꾸기 사업 내역서를 보면 한 동당 1천 6백만원 내외 예산 중 2~3백만원은 꽃 심고, 죽은 것 걸러내서 다시 심고, 나머지는 마을축제 이벤트 회사에 행사비용으로 1,200만원 정도를 지불해요. 또 사람을 모아야하는데 지역주민들이 그런 축제에 얼마나 잘 참여하려고 하겠습니까? 그러니 가수 누구 출연, 선물 다량 확보! 드럼세탁기, 냉장고라고 붙여 놓죠. 이게 무슨 우리 마을 가꾸기 사업이 되겠습니까?

 제 생각은 우리 마을 가꾸기 사업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것은 왜 잘못 됐는지 원인을 찾아내고, 주민 호응을 못 얻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정말 실효성 있는 마을가꾸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간 주도, 관 지원이 방법

● 사회: 민은 돈 없으니까 예산 지원도 받고 싶은 부분이 있는데 우리 편 아니다 싶으면 지원 받기 너무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마을 만들기에서 관과 민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 국: 일반적인 관료 사회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구청장 마인드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일반적인 관료사회는 마을 가꾸기 하면 어디를 장미공원 만들고, 길옆 담벼락 벽화 그리기 식의 아이디어밖에 안 되는 거예요. 무슨 행사를 하면 사람 많이 와야 하고 특히 구청장이 오는 행사는 직능단체를 비롯해 주민 동원령이 내려지잖아요. 이런데 주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끼어들 여지가 없어요.

 현재 구로구 동별 주민자치위원회에 시민사회단체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어떻게 계속 싸울 수 있겠어요. '이번에 이거 합시다'라고 하면 그냥 넘어가는 거죠. 내가 백만원 낼 테니, 누구도 백만원 내세요, 그러고나서 후원 좀 받으러 다니고…. 이런 사업에 보통 주민들 참여가 가능할까요? 소위 말하는 관변직능단체장들이나 참여가 가능하죠. 그런데 사실 그 사람들도 고역이에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제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구청장 시절에는 약간의 제안은 가능했던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시민단체들이 어린이날 큰잔치 준비하면서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면 사업비도 지원해줬어요. 1997년에 처음 시작해서 2003, 2004년까지 받았어요. 지금은 고척근린공원에서 같은날 어린이집연합회 동원해서 하면서 시민단체쪽은 전혀 지원을 안 하잖아요. 이전에는 문제를 제기하면 검토하는 자세가 있었던 것이죠. 솔직히 지금의 달라진 관 시스템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죠.

● 박: 주체와 객체의 차이에요. 마을 만들기 사업을 할 때도 과정부터 참여하면 동원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은데 말이죠. 제가 보기엔 주민자치위원회에 지역 유지들이 명함 한 장 갖는 식으로 많다는 게 장애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을 만들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리고 어려운 경험이 또 있네요. 제가 참여했던 아이들 마을학교가 있는데, 공간이 없어 주민자치센터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문의를 했는데, 뻔히 빈 공간이 있는 것을 아는데도 빌려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민자치센터인가하는 생각이 안들겠어요? 솔직히 주민들은 그런 말 꺼내기도 쉽지 않고, 어디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거든요.

 그 주민자치센터는 새로 지어서 굉장히 좋아졌어요. 그런데 그 안에 있는 도서관도 사용을 잘 안 해요. 그런 공간을 잘 살려서 어린이 전문도서관을 만든다든지, 엄마들이 관리해 주부들의 쉼터나 모임공간으로 활용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커피도 마시고 육아에 대해 상의도 하고 아이들도 잠시 봐줄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공간을 조금만 다르게 활용하면 좋겠어요.

● 수: 마을 만들기의 본질은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이에요. 가치와 공간을 공유하면서 삶의 보람과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이 결국은 마을 만들기 과정인 거죠. 마을 만들기는 결과가 없어요. 끊임없이 가는 과정이죠. 그런데 일반 공무원들은 환경 개선 사업으로 생각하니까 안 되는 거죠. 구로 같은 경우 전형적인 경우였어요. 지난번 사례 강연회 때 구로구 공무원들을 만나보니까. 환경 개선이라든가 공간 개선을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리고 민원 사업하고, 마을 만들기 사업은 다른 것이에요. 환경 개선 사업은 민원사업이잖아요. 민원성 사업으로 해결하면 되는데 이것을 꼭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서 하는 거죠. 그렇게 할 이유가 없는 건데. 일단 마을 만들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당히 왜곡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많아요. 또 주민자치위가 대표성을 갖고, 공적 기구니까 편의적으로 주민자치위만 통해서 해요. 좀더 다양한 모임이나 단체, 커뮤니티로 열어놓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마을 만들기죠.

 마포구 서교동 주민자치센터는 열쇠를 주민들이 관리해요. 민원서류 떼는 곳만 공무원들이 관리하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관리하거든요. 그러니까 밤 12시까지 인문학 토론회하고 가끔 주민들끼리 놀기도 해요. 의욕적인 한두 명이 나서서 열정적으로 하니까 동네 어르신들도 분들도 함께 따라하게 되더라고요.

● 위: 주민자치위원회를 들여다보면 사실 동네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커뮤니티예요.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도 있고, 아침마다 어깨띠 매고 청소하러 나오는 사람도 많아요.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등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런데 핵심적인 것은 스스로 무언가를 알아서 하는 문화가 없어요. 동에서, 관에서 하니까 같이 하는 것. 관에서 하니까 협조하는 거지 이런 개념이지 주민자치위원들끼리 기획해서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성미산마을 사람들을 독특한 문화로 보는 것이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잖아요. 결국은 관변직능단체라는 선입관을 버려야할 필요도 있고, 그냥 같이 느끼고 같이 실천하면서 나누는 것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과 민 소통 중요

● 사회: 마을 만들기에서 관과 민의 커뮤니티와 소통과 관계망, 역할 정립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국: 구로구의 경우 관에서 조직적으로 막아버리면 당해 낼 수가 없어요.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마을문고 만들고, 방학프로그램도 만들어서 모범사례로 소개된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걸 없애고 공간 빼버리면 더 이상 할 수 없는 것예요. 모범사례가 됐다가 어느 순간에 정치적으로 덧씌워져 사라지고. 게다가 조금이라도 관련 있으면 다른 자원봉사자들까지 낙인을 찍어버려요. 결국 시민단체가 애써서 만든 마을문고 2곳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다 폐쇄됐어요. 관에서 누르면 주민조직은 어쩔 수가 없어요.

● 수: 마을 만들기를 할 때 공무원들이 하면 거의 안 돼요. 마포 같이 탁월한 몇몇 공무원들이면 몰라도요. 하지만 그 공무원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죠. 민과 관의 관계가 안정적인 곳은 대부분 지원센터에 위탁을 줍니다. NPO(비영리민간단체) 같은 조직이 창조성, 유연성 면에서 훨씬 탁월하고 관을 상대하는 것보다 NPO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구로의 마을 만들기 예산이 1억 2천만원이라고 했을 때, 예를 들어 구로시민센터에 2천만원 정도 운영비를 주고 마을 만들기 사업을 구로시민센터에서 선정하게 하는 거죠. 주민자치위원회를 선정하든 다른 단체를 선정하든 선정과 교육을 구로시민센터에서 하는 거예요. 물론 1억 2천만원 내에서 선정을 하는 거죠. 예산 지원은 구로구청에서 하고, 관리와 운영 교육 컨설팅을 시민단체에서 하면 마을 만들기 사업도 비전이 있어요.
 

 지역 돌아보기가 시작

● 사회: 구로에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 수: 마을에 대한 우리 지역의 자산이나 자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눈으로 살펴보는 노력, 그런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또 마을 만들기를 관에서 주도하지 말고 예산만 대고 마을 만들기에 대한 모든 정책, 진행과정 등은 민간에서 주도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교육이 중요해요. 주민자치위원이 됐건 일반 주민이 됐건 마을 만들기에 대한 교육, 사례 연구가 필요합니다.

● 박: 저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먼저인 것 같아요. 앞서도 말했지만 공용의 재산이자 자산인 주민자치센터를 활용해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다보면 관계가 형성되고, 나아가 뭔가 마을을 위한 일을 하지 않을까요?

● 국: 구로의 많은 마을 활동가들은 20년 넘게 있는 사람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활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시민단체들은 설립 당시 주민들의 요구, 상황만 생각하고 지금의 달라진 주민들은 놓치는 것이죠, 관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다시 마을을, 주민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지금 마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위: 우리 사회가 진짜 변혁이 되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행복해질까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가 만들지 않으면 하늘에서 떨어지지는 않죠. 마을이나 행복한 삶의 조건에는 완성태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재밌잖아요. 멈춰 버리면 지겹고 재미없어요. 사람들은 성미산마을이 꿈의 마을이라고도 말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새롭지도 않아요. 1, 2년 지나면 익숙해지죠. 끊임없는 변화가 없으면 재미없는 마을이 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 즐거운 것을 향해 가는 마음을 먹는 게 마을 만들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 훈: 우리가 그동안 잘한 부분도 있었지만 못한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니만큼 노력해야겠죠.

● 사회: 마을의 주인은 결국 사람입니다. 사람 사이에 정이 있을 때 뭐라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좌담이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과제를 하나씩 안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기획취재팀
송지현·김경숙·황희준 기자 / 김미영 시민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7월 13일자 30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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