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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 '꿈의 마을' 성미산 마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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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 '꿈의 마을' 성미산 마을을 아시나요
  • 송지현
  • 승인 2009.06.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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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마을이 희망이다 ①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 주민들이 공동 출자해서 만든 성미산마을극장. 평소 영화상영을 비롯 연극공연, 동아리공연 등 다양한 행사들이 이루어진다. 영화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성미산마을 사람들. 사진=성미산마을극장
■ 글 싣는 순서

1. 사례①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2. 사례② 이웃과의 벽 허무는 품앗이운동
- 대전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3. 사례③ 민-관이 함께 한 마을 만들기
- 광주 동림동·문화동, 인천 가좌2동

4. 지역현주소
- 살기좋은 구로 만들기, 씨앗을 찾아서

5. 좌담회
- 구로의 희망 찾기, 첫걸음 떼다



 마을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마을은 성장과 개발의 흐름 속에 브랜드로만 기억되는 주거공간으로 퇴색돼가고 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일수록 더욱 그같은 마을의 의미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마을을 살기 좋은 삶의 터전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한편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구로에서는 2003년부터 마을 만들기 사업을 동별 주민자치위원회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열리는가 하면, 주민자치박람회를 통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을 행복과 희망, 문화가 넘치는 마을로 만들 것인가를 모색하는 열풍이 일 정도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마을 만들기가 관 중심의 동원성, 이벤트성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마을 만들기가 일상적인 삶의 운동이나 의식적인 변화의 노력과 실천을 통해 이뤄내야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을 간과하고 행정적 성과로만 접근하려 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

 이에 구로타임즈는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모든 마을이 살고싶은 행복한 공동체 마을이 될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로 기획을 시작한다. 이번 기획은 앞으로 5회에 걸쳐 연재되며, 마을의 변화를 선도하고, 이웃 간의 벽을 허물고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일구어낸 사례와 구로지역의 현주소,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희망을 만들어가는 마을 사례는 구로지역과 규모가 비슷한 도심속 마을들을 대상으로 했다.

 기획연재 첫 번째로 소개될 마을은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소재한 마포구 성미산마을이다.

 1994년 공동육아를 시작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현재까지 주민들 스스로 먹을거리부터 환경, 교육, 극장, 문화공간 등 다양한 생활 공간들을 만들어낸 성미산마을의 놀라운 커뮤니티 속으로 들어가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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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 성미산 마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고, 동네 주민들이 언제든 만나 시원한 수다도 풀 수 있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잠시 머무르며 쉼터가 되어주는 유기농 카페가 있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든 연극과 패션쇼, 영화 등이 펼쳐지는 마을극장이 있고, 생태와 환경을 배우는 공동체학교도 있는 곳.

 이 뿐만이 아니라,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만날 수 있는 친환경유기농매장이나, 집에서 잘 안쓰는 물건을 나누고 바꿔쓰는 재활용매장, 퇴근길 엄마의 부담을 가볍게 해주는 친환경 반찬가게도 있다.

 차를 공동구매해 필요할 때 동네주민들이 나눠 쓰는 자동차두레도 있고, 노인과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돌봄두레도 있는 마을···.

 이런 곳들이 있는 동네라면 오늘이라도 당장 짐을 싸서 이사 가고 싶지 않은가. 그러나 과연 가능할까 싶은 생각에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상상의 세계가 현실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구로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서울 마포구의 이른바 '성미산마을'은 바로 이같은 '상상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는 살맛 나는 마을의 하나다.

 '성미산마을'이란 우리지역의 구로3동, 개봉1동처럼 특정 행정구역의 이름이 아니다.

 마포구 성미산을 중심으로 성산1동과 인근 망원동, 서교동, 연남동에 터를 잡고 있는 마을들을 모두 일컫는다. 지난 2001년 서울시와 마포구가 마포구에 유일하게 있던 산인 ' 성미산'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성미산 지키기에 나서면서 유명해진 이름이다.


공동육아에서 마을극장까지
 
 성미산마을은 어떤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공동육아라는 말이 생소한 1994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 어린이집'이 만들어졌다. 공동육아로 모인 사람들은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를 위한 대화로 즐거웠고 하나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동육아라는 새로운 대안적 어린이집은 점차 모여드는 사람들로 인해 확장에 나섰다. 1995년에 두 번째 공동육아 협동조합인 '날으는 어린이집'을 설립했고 이어 '도토리 방과후'까지 만들었다.

 현재는 참나무 어린이집과 '날으는 어린이집'이 분화한 성미산, 토바기 어린이집까지 4개의 어린이집과 도토리, 풀잎새 등 취학아동의 방과후학교까지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관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고민하던 학부모들은 친환경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고, 2001년 2월 마포두레생협을 출범시킨다. 100여 세대가 모여 만든 이 마포두레생협은 8년이 지난 2009년 현재 3천 세대가 넘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더욱 굳건한 하나의 공동체로 나서게 한 것이 바로 2001년 성미산 지키기다. 성미산은 마포구 성산1동에 소재한 해발 66m, 면적 3만8천여평, 가로세로 길이가 500m가 안 되는 작은 언덕 같은 산이다.

 이 산에 서울시가 배수지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된 주민들의 성미산 지키기는 가수겸 탤런트인 김창완씨를 비롯해 강산에, 장사익 등이 참여한 숲속 음악회를 열고, 투입된 용역깡패에 맞서 주민들이 직장도 안가고 수 십 시간을 맞서 싸우는 활동 끝에 드디어 2003년 마을공청회와 주민투표를 거쳐 서울시로부터 유보 결정을 받아내는 성과를 거둬내기에 이르렀다.

 이 '성미산 지키기'활동은 마을의 작은산, 성미산을 지키는 것을 넘어선 오늘날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는 살맛나는 '마을과 이웃'을 만드게 하는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공동육아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한 '외부' 사람들과 지역 원주민들을 만나게 해줬으며, 공동의 과제를 단결과 협동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다.

 또 그 힘을 확인한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여기다 이 '외부' 사람들을 성미산을 중심으로 한 마을의 주민으로 자리를 잡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때 시작된 숲속 음악회는 마을축제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체험을 바탕으로 성미산마을은 새로운 변화와 확장에 나서게 된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실천으로 이어졌고, 대부분 현실화됐다.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다닐 대안학교가 만들어져 2004년 9월에 첫 입학식을 거행했다.

 2005년에는 마포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공동체라디오 방송국 '마포FM'를 설립했고, 2007년에는 재활용센터 '되살림가게'가 문을 열었으며 유기농 카페 '작은나무'도 단장에 나서 주민들의 마실공간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올해 2월 마을주민들이 관리하고 만들어가는 '마을극장'이 동네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이에 앞선 2007년에 건설교통부 살고 싶은 도시만들기 시범마을로 선정되면서 교육, 복지, 문화, 경제, 환경 등 분야별 분과를 갖춘 사단법인 <사람과 마을>을 탄생시켜 마을의 일을 공동 주관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하지만 성미산마을에서 벌이는 사업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정직한 자동차 수리를 위해 자동차수리협동조합인 '차병원'을 만들었지만 올해 2월에 재정난으로 셔터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빚을 남기기도 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나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포연대도 방향을 잃고 올해 2월에 해산했다. 숲속 작은 도서관도 7년 만에 재정적인 압박에 새로운 공간을 찾아 잠시 문을 닫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설립한 마포FM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데다가 성미산마을과 공감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03년 만든 마을의 문화학교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꿈터 택견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사람과 마을'의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이런 '실패'는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회운동처럼 무슨 목표를 정하고 시작한 게 아니잖아요. 완성도를 그려놓고 가는 것도 절대 아니고요. 불편한 사항 있으면 이렇게 해보자 하면서 사는 것이죠. 해체되고 무산되는 조직이나 사업도 그동안 많았어요. 다 잘된 것만은 아니죠. 이 동네도 사람 사는 곳이잖아요. 이상한 소문 퍼뜨리는 사람도 있고 술먹고 주사부리는 볼썽사나운 사람도 있어요. 그 와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을 사람들이 다친 사람은 없는지, 우리 이런 것은 잘못했네 하면서 웃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인생이 그런 것 아닌가요."
 

 '그들만의 리그' 평가도 해결과제

 성미산마을을 중산층의 강력한 공동체로 또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풀어야할 과제다.

 2007년 마을축제 때 주변 상점들의 반발에 부딪쳐 골목에서 진행했던 사건이나, 새로운 사업을 위해 소소하게라도 출자할 때 겪는 경제적 부담 그리고 대안학교에 보내기 위해 내야 하는 후원금 등도 서민들에게 높은 문턱이 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어떤 곳이나 문턱이 있어요. 그 문턱을 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유 있는 중산층들의 공동체라고요? 70% 이상이 전셋집에서 사는데…. (웃음) 돈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직장까지 관두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 정으로 끈끈한 마을이 됐다고 생각해요. 부부가 서로 평등하고 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그런 동네, 찾기 쉽지 않죠. 저희들의 이러한 가치를 더욱 확산하기 해야할 일이 많아요. 노력중입니다."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오랜 시간 성미산마을을 꾸려온 사람답게 풀어야할 과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도전은 현재진행형

 2009년 성미산마을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갖춘 주민이 나선 마을식당을 준비중이고, 마을자료를 집대성한 마을아카이브도 완성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마포두레생협 안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는 제안들이 게시판에 쏟아지고 있다. 자동차를 공동구매해 필요할 때 나눠 쓰는 차두레가 올해 시작됐고, 몸이 불편한 노인과 방과후 아동들을 위한 돌봄두레도 신호탄을 쏘았다.

 저탄소 마을을 만들기 위한 생활수칙을 만들고 배포하는 모임도 만들어졌다.

 또 어렵게 지킨 성미산에 홍익대학교재단이 산을 깎아내고 학교를 짓겠다고 나서 또 다시 마을주민들은 성미산 지키기 싸움에 나서고 있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도전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된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이 일들이 유독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가능했던 요인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용기 있는 도전과 실천'이 가장 먼저 언급될만하다. 국내 최초의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도전과 실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성미산마을도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성공적인 도전과 경험이 이후 친환경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 때도, 도심 속 생태공동체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들 때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뿐인 바람이 아니라 주민들은 이같은 바람을 곧 실천으로 옮겼다. 진행과정에서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닌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기획자가 되고 지원자로 나섰다는 점도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차 한잔, 술 한잔 마시다가 한 주민이 '이런 것 우리 마을에서 하고 싶다'고 제안하면, '좋다'고 거드는 주민이 나타난다. 이런 것들이 이 마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되살림가게 안 '한땀두레'에서 일하는 박순임 씨도 이런 문화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한다. "평소 바느질에 관심이 있었는데, 친한 아줌마들에게 '도와줄래?'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도 물론 다른 사람들이 뭐 시작한다고 하면 출자해요. 친환경 카페인 작은나무'에도 출자했는 걸요. 처음에는 서로 달랐지만 생각을 나누다보니 이젠 비슷해지고 있다니까요."

 친환경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도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TV에서 '잘 먹고 잘사는 법'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 마을에도 제대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가게 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동네 주민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진짜 반찬가게를 만들었다.

 시민단체가 제공한 마을극장도 주민들이 '숟가락 기금'으로 완성했고, 주민들의 친환경유기농마실공간 '작은나무'도 주민들의 십시일반으로 거듭났다. 마을에 필요한 공간과 일이라고 생각되면,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쌀 한숟갈씩 덜어내듯 기금을 조금씩 내서 '현실'로 만들어나간 것이다. 적극적인 출자와 도움, 연대는 어느새 이 마을의 문화가 되었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연대는 2001년 서울시와 마포구 등의 행정권력으로부터 주민의 소중한 자산이라 판단한 '성미산'을 지켜내는 싸움과정과 결과에서 얻은 자신감도 한 몫 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작은 힘이 모여 거대한 골리앗 같던 행정권력에 '유보'를 얻어냈던 경험이 이들에게 지금까지도 정신적 지주처럼 남아있는 것.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후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든든한 성미산이 버티고 있는 한 이 자신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4년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립 이후 15년을 이어온 끈기 있는 마을 만들기에서 그 힘을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든 후 2001년 두레생협에 이어, 현재 성미산마을의 많은 공간과 사업들은 약 10년이 지난 2000년 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4년 성미산학교, 2005년 마포공동체라디오 방송국, 2007년 대동계와 되살림가게, 작은나무 그리고 사람과 마을, 2008년 꿈터택견, 2009년 마을극장….

 10년을 넘게 이어온 마을사람들의 끈끈한 관계가 있고, 10년을 넘게 함께 하나의 마을을 꿈꿔왔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어 보인다. 1~2년 하다가 시들해지면 그만 두는 마을 만들기가 아닌 10년이 넘는 기간을 이어온 마을 만들기의 힘이 든든한 저력이 되고 있다.
 

 어느 누가 정치인으로 나서기 위해 시작한 마을이라면,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적 이슈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시작한 마을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성미산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사람과 마을'의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성미산마을은 환상적인 꿈의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일 뿐이에요. 다른 지역처럼 지역운동단체가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것도 아니죠. 아이 잘 키워보겠다고 나선 부모들이 친해지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랍니다"라고 설명했다.

 먹을거리, 교육, 육아, 환경, 살림살이, 자동차, 수다, 문화 등 삶에서 필요한 요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 바로 이 일상적 생활로 엮인 관계들이었기에, 때로는 꼬장꼬장한 삶의 치부까지 함께 하는 공동체였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갔던 것. 나눔과 연대, 지원과 조력, 제안과 조직도 모두 성미산마을 사람이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보퉁 주민들이라면 제안도 나눔도 생소한 상황. 사람들을 하나로 엮고 온갖 궂은 일에 발벗고 나선 , 이른바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성미산마을의 씨앗이다.

 성미산학교 박복선 교장은 "마을 만들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사업 초기에 의식적인 활동가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성미산마을을 만드는데 평범한 주민들만 있었다면 쉽지 않았겠죠. 활동가들이 씨앗을 뿌려서 지금 이렇게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라며 활동가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의 성미산마을에는 밤낮 없이 모여 주민들의 수다에 동참하고 남들이 하기 어려운 궂은 일에 발 벗고 나서며 마을 축제를 위해 주민동아리를 발굴하는 일에 나선 활동가들이 있었던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표결에 나서지 않는다. 다수안과 소수안을 만들어 끝장토론을 벌이는 것이 특징. 결정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하는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성미산 민주주의'라고 일컫는다.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다수결로 결정하고 나면 꼭 문제가 생기고 감정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합의할 때까지 토론을 벌이죠. 누군가 견해를 포기하거나 해결책을 합의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마음의 설득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일상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총회나 회의 때 해결도 소통 중심이다. 사람이 다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이러한 풍토는 외부와의 소통에서도 반영된다. 현재 마포에는 서울시와 마포구,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것만 해도 172개의 비영리단체가 있고, 정부인증 사회적 기업이 8개가 있다고 한다. 성미산마을에도 지난해 시민단체 4곳이 들어왔고, 이들이 건물을 지으면서 공간을 기부했다.

 이 공간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고, 시민단체와 상의하고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마을극장'. 어느 곳 하나 마을사람들과 생각과 의견을 소통 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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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① - 성미산 마을극장


 마을극장? 동네 영화관인가? 궁금하기만 하다.

 올해 2월에 문을 연 성미산마을극장(성산1동 소재). 2001년부터 마을축제를 열던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씩 노는 것으로 성이 안찼을까. 매일 놀 수 있는 마을극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성미산마을에 시민단체 4곳이 들어서면서 현실화됐다. 성미산마을 사람들과 공간을 나누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모여 '어떤 공간을 만들까' 이야기를 시작했고, 바로 마을극장으로 결정했다.

 당초 지하1층 계획이었던 마을극장은 지하2층까지 확장됐고, 추가적인 토목 건축비와 음향, 조명 등의 시설비는 마을이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마을극장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음향, 조명은 물론 티켓팅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의 몫이다. 주민들은 경험이 없어 전문성은 없지만, 참여하는 주민들이 먼저 하나씩 배워가며 실습하는 중이다.

 마을극장 관리팀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김지연 씨는 "마을극장이지만 돈도 꽤 많이 들었어요. 4억 정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능 좋고 작동이 쉬운 쪽으로 하다보니 돈이 더 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스태프 학교를 열어 주민들이 스태프가 되도록 할 계획이랍니다."

 이 적지 않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둥지를 튼 시민단체가 부담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주민들이 모았다. 소위 '숟가락 모금.'

 성미산마을의 전통적인 나눔과 연대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의 형편대로 10만원 이상 기부를 원칙으로 정했고, 숟가락 모금 참여자에게는 마을극장 개관페스티발 무료관람권을 선물로 제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을극장은 높이 5.5m, 가로 8.3m, 세로 11.1m 규모로 다양한 공간 연출을 위한 가변형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간으로 태어났다. 분장실은 물론 지하의 단점을 극복하고 어린이 관객 등을 배려한 냉난방 흡배기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마을사람들의 철학과 가치에 맞게 장애인용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월부터 무려 52일간 펼쳐진 개관페스티벌에는 아빠엄마밴드인 아마밴드 공연, 추억의 가요무대 효 콘서트, 실비의 수요 작은 음악회, 아코디언 공연, 춤과 가야금, 민요와 합창이 어우러진 청소년들의 공연등 다양하다.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주말영화제, 아이들 영화제, 심야여성영화제, 어르신 추억의 영화제 등.

 마을사진 동아리 '동네사진관'의 사진 전시도 열리고, 마을영상동아리의 영상 상영, 시 낭독, 마음 품앗이, 주민들의 패션쇼, 그림 그리기 등등. 이 가운데 개관페스티벌 때 했던 심야여성영화제는 밤마실영화제로 거듭나 아줌마들이 토요일 밤에 모여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영화를 보는 '생활'로 발전했다.

 전문문화예술인들의 공연도 힘을 보탰다. 장필순, 우리나라, 강은영, 연영석, 박창근 등의 콘서트와 마임공연, 즉흥연극 등.

 무대를 채운 대부분의 공연이 마을주민들의 그것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학교동아리, 주민동아리, 동네 아는 아줌마, 조금 똑똑해보였던 젊은 새댁이 재능과 끼와 발품과 머리를 모았다.

 풍물도 하고, 맘 품앗이에도 참여하고 수요음악회 무대에도 올랐던 이남실 씨는 "설마 했던 일이 이뤄졌어요. 굉장히 기쁘고 뿌듯하고 감동적이었죠. 마을극장이 문을 열고 개관페스티벌을 벌일 때는 마을 자체가 흥분상태였다고 할까요. 잠깐 지나쳤던 마을 사람들의 끼를 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나 알게 된거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을극장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풍물, 연극, 사진, 이야기, 영상, 밴드 등 마을의 다양한 문화동아리를 네트워크화하고, 어떤 판을 벌일까 기획네트워크도 꾸리고 있다. 이것들은 단지 마을극장을 채우기 위한 활동만은 아니다.

 "성미산마을공동체의 문턱을 낮춘 것은 되살림가게나 한땀두레같은 곳이죠. 우리 마을극장도 누구나 올 수 있고, 누구나 설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해요."

 김지연 씨는 자칫 동아리 문예발표회장이 될 수도 있는 마을극장의 역할론을 펼쳤다.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과 다른 점이요? 주민들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펼쳐지나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슬리퍼 끌고 반바지 입고 내려와 앉고 눕고 서서 함께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 스스럼없이 내 생활 속에 이미 물들어버린 곳이 되었으면 하죠. 심리적으로나 거리적으로 친근감이 있는 마을극장이랍니다."

 마을 사람들이 꿈꾸는 대로 성장할 마을극장, 공장장이라 불리는 '짱가' 유창복 대표는 말한다.

 "공연은 눈에 보이는 부분일 뿐이죠. 그 안에 담긴 소통과 창조는 엄청납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겪은 에피소드, 눈물, 웃음, 관계가 이 마을을 유지하는 최고의 힘입니다. 그 힘이 더욱 커지도록 마을극장은 또 하나의 힘을 보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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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② - 성미산학교

 2003년 5월에 대안학교 만들기 준비모임을 가진 이래 2004년 9월 4일에 첫 입학생을 맞이한 12년제 도심형 생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성산1동 소재). 성미산마을의 상징으로 현재 145명의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를 하고 있다. 고등과정은 내년에 개설될 예정이다.

 성미산학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든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에 의해 세운 학교로 주민추진위원회와 교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의 방향, 목표, 프로그램까지 다듬어 탄생시킨 대안학교다.

 성미산학교는 비인가 학교로 입시와 경쟁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생태, 환경을 배운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명상과 성찰, 기획과 기록 그리고 평가, 독서의 생활화, 미디어 교육은 기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시 공부, 우리말 익히기, 손끝활동, 협동적 예술교육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직접 구성하고,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학부모들이 직접 진로교육에 나서고 뜨개질 등 생활교육에도 학부모들의 참여가 높다.

 성미산학교 제2대 교장인 박복선 교장은 "수업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지며, 같이 하는 작업이 많다"고 말한다. 학교수업도 짜여진대로 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운영, 재미있는 영화제가 있으면 같이 가서 관람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수업이 된다고 설명한다.

 대안학교가 대부분 산속이나 시골에 위치해있는 반면 성미산 학교는 도심형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사람들을 성미산마을로 이사 오게 하는 힘을 가진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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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③ 마을카페 '작은 나무'


 성미산마을에도 아이들의 먹을거리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아토피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간식 때문에 늘 아이들과 싸움을 벌이던 엄마들이 직접 나서 만든 유기농아이스크림 가게가 마을카페 '작은 나무'의 전신인 '나무그늘'.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문을 열었다가,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을 위한 유기농커피까지 보태지면서 아이들의 즐거운 간식공간이자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잠시 맡기기도 하고, 소식도 전하면서 명실상부한 마을사랑방이자 쉼터가 된 것. 처음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부들 5명의 출자로 시작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1인 경영으로 바뀌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미 마을의 사랑방이 된 카페는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카페주인은 시설 전부를 기부했고, 2007년부터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운영했다. 이때 카페이름도 '작은 나무'라고 바꿨다. 지금은 (사)사람과 마을이 마을 주민 8명으로 운영위원을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작은 나무'가 새 단장을 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마을주민들의 출자 덕분이었다. 마을의 사랑방같은 카페 '작은 나무'를 이용하고 운영을 걱정하던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내면서 기꺼이 동참했고, 70여명의 주민들과 생협 등이 힘을 보태면서 가능했던 것.

 '작은 나무'에서는 학교를 마치고 온 동네어린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출출하면 우리밀 토스트와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동네 사람들이 외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주민들이 잠시 들러 수다를 떨고 가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지친 다리를 펴고 잠시 쉬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마을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작은 문화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마을 이웃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시도 낭독하며 작은 행복에 빠져든다. 또 마을사람들의 음반이나, 책, 만든 물건들을 전시, 판매되기도 한다.

 돌봄과 이야기, 따뜻한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마을카페 '작은 나무'는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시원한 그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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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성미산마을이 있는 마포구 성산1동 주민센터


 흔히 성미산마을 사람들처럼 주민 스스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가치 지향적인 주민공동체와 행정관청이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향해 손잡기는 더욱 쉽지 않다.

 성미산마을의 축인 마포두레생협, 되살림가게, 마을카페 '작은나무', 마을극장 등이 있는 성산1동. 성산1동 주민센터(동장 유승택)와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지난해부터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머리를 함께 맞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신임 동장이 먼저 내민 손

 시작은 유승택 동장의 부임 인사. 지난해 1월1일자로 성산1동 동장으로 부임한 유승택 동장은 그해 2월에 성미산마을공동체를 찾았다. 그것도 형식적으로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2~3번에 걸쳐 방문했고, 마을을 위해 함께 움직여보자고 제안했던 것.

 전례없는 동장의 이같은 모습에 성미산마을사람들도 처음엔 답례 방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했고, 이것이 본격적인 물꼬가 됐다고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 성미산마을 공동체 네트워크역할을 하는 '(사)사람과 마을' 이경란 상임이사가 들어왔고, 숲속작은도서관장인 백창화 씨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유승택 동장은 "마을 주민단체를 배척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우리 마을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성미산마을사람들도 다른 주민들과 소통을 원하고 있었고, 저희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을에 대한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라는 유 동장은 이는 "구청에서도 평소 늘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관 축제+공동체 축제 = 마을 축제

 이런 시작은 마을축제도 하나로 합치게 했다. "관에서 하던 아카시아축제도 8년이나 해왔고, 성미산마을사람들이 주도했던 '아이들아 놀자' 축제도 7년 가까이 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이것을 과감히 하나로 합쳤어요. 마을축제인데 누가 주도합네 하면서 달리 할 필요가 있나요?" 유승택 동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동주민자치위원회는 노래자랑과 월드컵운동장 모형 경진대회를 맡고, 성미산마을사람들은 부스를 설치했다. 성미산으로 향하는 골목에서는 되살림장터, 목공·수공예·놀잇감 만들기 등 체험행사, 성미산생태·마포사람들을 담은 전시가 펼쳐졌다. 당산굿·택견·어르신전통혼례·즉흥극·판굿공연 등 다양한 공연도 무대에 올려졌다. 200인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마을영화제도 열었다. 마을영화제는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꾸며 세대별로 관람하게 했다. 마을주민이 만든 다큐멘터리 '가족'도 상영했다.

 이 모든 것들을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냈다. 공연도 한국무용, 청소년밴드, 마을성인밴드인 아마밴드, 마을연극단 무말랭이 등 주민문화동아리가 나섰고, 기획도 마을사람들이 직접 맡았다. 말 그대로 '마을사람들의, 마을사람들을 위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축제'가 한판 벌어진 것.

 "정치적 의견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을 만들기를 향한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죠. 성미산마을 사람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서로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열린 것이죠. '아, 저 사람 소문하고 다르네, 저런 생각을 갖고 있군'하고 이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아직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연결하는 역할을 주민센터가 해야 하고, 주민자치센터는 그들의 공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유 동장의 확고한 원칙은 흔들림이 없다. "주민 없이 주민센터가 존재할 수 있겠어요? 주민들의 생각과 요구를 알아야 행정도 방향을 잡죠. 성미산마을 사람들도 동네 다른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24시간 홀몸어르신 지원서비스

 이런 윈윈(win-win) 행정의 표본은 성산1동 주민센터의 다른 활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산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8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자원봉사 마을만들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소위 '1080자원봉사단.' 이 봉사단은 10대부터 80대까지 학생, 직능단체, 통장은 물론 성미산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봉사활동도 주민센터에서 하달받아 동원식으로 불려가는 게 아니라 함께 정했다.

 어린이는 손자, 손녀 역할을 하면서 안마를 해드리고, 청소년은 정기적으로 경로당 등을 청소한다. 장년층은 도시락 배달, 이미용서비스를 벌이고 노년층은 홀몸어르신을 찾아가 말벗을 해주거나 동행 외출을 하는 활동을 펼친다. 다른 동네에서 하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참여과정이 다르다.

 이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1080자원봉사캠프의 24시간 보살핌 서비스. 낮시간에 화상을 당한 어르신을 도와 응급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야간에 전기가 고장난 집을 찾아가 전기수리를 해준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어르신들 70여 명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어르신 집전화 옆에 부착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1%의 차별화로 마음이 놓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

 
 주민센터에 공동 탁아방 개설

 성산1동 주민센터는 올해부터 지역단체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과 함께 공동탁아방을 만들어 6월 중순경부터 문을 연다. 동주민센터 3층을 개보수해 자원봉사에 나서는 주민들이나 일시적으로 탁아방이 필요한 가정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 또한 자원봉사로 운영되는데, 자신의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른 아이를 돌본다. 다른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어려운 경우에는 시간당 2천원의 탁아비용을 내면 된다고.

 "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죠. 이런 품앗이 탁아는 도시에서 이뤄지기 힘들잖아요. 꼭 필요할 때 마땅한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이것도 시민단체가 먼저 제안했고, 안전하게 주민센터가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답니다."

 유 동장의 마을 만들기 구상은 계속됐다. 성산1동은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무지개마을 만들기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캠프를 열어 한글교실, 다문화가정의 자녀공부를 지원할 예정인데 시작이 다르다.

 "한글교실 하니 모이세요 하면 안 모이죠. 마음을 나누면서 친해지지 않으면 어디서 대충 동원하는 사업으로 끝나버리죠. 동네 벽화도 같이 그리고, 성미산마을에 있는 마을극장을 이용해 체험행사도 함께 하다보면 얼굴 보고 웃는 날이 오겠죠. 그 다음은 마을에 알록달록 무지개가 뜨지 않을까요?"

 주민들의 제안에 활짝 문을 여는 성산1동 주민센터가 있어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행복은 두 배로 빛나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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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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