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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행정과 시민이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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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행정과 시민이 하나로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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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마을이 희망이다] 성산1동 주민센터
〔초점〕 성미산마을이 있는 마포구 성산1동 주민센터


 흔히 성미산마을 사람들처럼 주민 스스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가치 지향적인 주민공동체와 행정관청이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향해 손잡기는 더욱 쉽지 않다.

 성미산마을의 축인 마포두레생협, 되살림가게, 마을카페 '작은나무', 마을극장 등이 있는 성산1동. 성산1동 주민센터(동장 유승택)와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지난해부터 살기좋은 마을 만들기를 위해 머리를 함께 맞대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신임 동장이 먼저 내민 손

 시작은 유승택 동장의 부임 인사. 지난해 1월1일자로 성산1동 동장으로 부임한 유승택 동장은 그해 2월에 성미산마을공동체를 찾았다. 그것도 형식적으로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라 2~3번에 걸쳐 방문했고, 마을을 위해 함께 움직여보자고 제안했던 것.

 전례없는 동장의 이같은 모습에 성미산마을사람들도 처음엔 답례 방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동주민센터를 방문했고, 이것이 본격적인 물꼬가 됐다고 한다.

 주민자치위원회에 성미산마을 공동체 네트워크역할을 하는 '(사)사람과 마을' 이경란 상임이사가 들어왔고, 숲속작은도서관장인 백창화 씨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유승택 동장은 "마을 주민단체를 배척해서는 안 되고, 그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면 우리 마을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성미산마을사람들도 다른 주민들과 소통을 원하고 있었고, 저희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을에 대한 관심이 필요했던 것"이라는 유 동장은 이는 "구청에서도 평소 늘 강조했던 부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관 축제+공동체 축제 = 마을 축제

 이런 시작은 마을축제도 하나로 합치게 했다. "관에서 하던 아카시아축제도 8년이나 해왔고, 성미산마을사람들이 주도했던 '아이들아 놀자' 축제도 7년 가까이 되고 있었지만, 저희는 이것을 과감히 하나로 합쳤어요. 마을축제인데 누가 주도합네 하면서 달리 할 필요가 있나요?" 유승택 동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동주민자치위원회는 노래자랑과 월드컵운동장 모형 경진대회를 맡고, 성미산마을사람들은 부스를 설치했다. 성미산으로 향하는 골목에서는 되살림장터, 목공·수공예·놀잇감 만들기 등 체험행사, 성미산생태·마포사람들을 담은 전시가 펼쳐졌다. 당산굿·택견·어르신전통혼례·즉흥극·판굿공연 등 다양한 공연도 무대에 올려졌다. 200인 비빔밥도 만들어 먹고 마을영화제도 열었다. 마을영화제는 고전영화, 애니메이션 등으로 꾸며 세대별로 관람하게 했다. 마을주민이 만든 다큐멘터리 '가족'도 상영했다.

 이 모든 것들을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냈다. 공연도 한국무용, 청소년밴드, 마을성인밴드인 아마밴드, 마을연극단 무말랭이 등 주민문화동아리가 나섰고, 기획도 마을사람들이 직접 맡았다. 말 그대로 '마을사람들의, 마을사람들을 위한, 마을사람들을 위한 축제'가 한판 벌어진 것.

 "정치적 의견은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마을 만들기를 향한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죠. 성미산마을 사람들과 주민자치위원들이 만나 밥 먹고 술 마시면서 서로 살아왔던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마음이 열린 것이죠. '아, 저 사람 소문하고 다르네, 저런 생각을 갖고 있군'하고 이해를 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아직도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연결하는 역할을 주민센터가 해야 하고, 주민자치센터는 그들의 공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유 동장의 확고한 원칙은 흔들림이 없다. "주민 없이 주민센터가 존재할 수 있겠어요? 주민들의 생각과 요구를 알아야 행정도 방향을 잡죠. 성미산마을 사람들도 동네 다른 주민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24시간 홀몸어르신 지원서비스

 이런 윈윈(win-win) 행정의 표본은 성산1동 주민센터의 다른 활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성산1동 주민센터는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8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자원봉사 마을만들기 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았다.

 소위 '1080자원봉사단.' 이 봉사단은 10대부터 80대까지 학생, 직능단체, 통장은 물론 성미산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모였다. 봉사활동도 주민센터에서 하달받아 동원식으로 불려가는 게 아니라 함께 정했다.

 어린이는 손자, 손녀 역할을 하면서 안마를 해드리고, 청소년은 정기적으로 경로당 등을 청소한다. 장년층은 도시락 배달, 이미용서비스를 벌이고 노년층은 홀몸어르신을 찾아가 말벗을 해주거나 동행 외출을 하는 활동을 펼친다. 다른 동네에서 하는 활동일 수도 있지만, 참여과정이 다르다.

 이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은 1080자원봉사캠프의 24시간 보살핌 서비스. 낮시간에 화상을 당한 어르신을 도와 응급의료서비스도 제공하고 야간에 전기가 고장난 집을 찾아가 전기수리를 해준다. 거동이 불편한 홀몸어르신들 70여 명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스티커를 제작해 어르신 집전화 옆에 부착하면서 이뤄낸 성과다. 1%의 차별화로 마음이 놓이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것.

 
 주민센터에 공동 탁아방 개설

 성산1동 주민센터는 올해부터 지역단체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과 함께 공동탁아방을 만들어 6월 중순경부터 문을 연다. 동주민센터 3층을 개보수해 자원봉사에 나서는 주민들이나 일시적으로 탁아방이 필요한 가정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이 또한 자원봉사로 운영되는데, 자신의 아이를 맡긴 시간만큼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른 아이를 돌본다. 다른 아이를 돌보는 시간이 어려운 경우에는 시간당 2천원의 탁아비용을 내면 된다고.

 "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죠. 이런 품앗이 탁아는 도시에서 이뤄지기 힘들잖아요. 꼭 필요할 때 마땅한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입니다. 이것도 시민단체가 먼저 제안했고, 안전하게 주민센터가 그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결정했답니다."

 유 동장의 마을 만들기 구상은 계속됐다. 성산1동은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다문화가정을 위한 무지개마을 만들기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다문화캠프를 열어 한글교실, 다문화가정의 자녀공부를 지원할 예정인데 시작이 다르다.

 "한글교실 하니 모이세요 하면 안 모이죠. 마음을 나누면서 친해지지 않으면 어디서 대충 동원하는 사업으로 끝나버리죠. 동네 벽화도 같이 그리고, 성미산마을에 있는 마을극장을 이용해 체험행사도 함께 하다보면 얼굴 보고 웃는 날이 오겠죠. 그 다음은 마을에 알록달록 무지개가 뜨지 않을까요?"

 주민들의 제안에 활짝 문을 여는 성산1동 주민센터가 있어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행복은 두 배로 빛나보였다. <송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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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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