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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④]'겉도는 마을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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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④]'겉도는 마을만들기'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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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지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광풍이라고 할 만큼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 특화사업 개발을 비롯 축제, 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형태의 마을 만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주민들 스스로가 공동체를 구축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자발적인 활동과 모임을 갖고 운영 메커니즘을 구축하기도 한다.
■ 글 싣는 순서
1. 사례①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 서울 마포 성미산마을
2. 사례② 이웃과의 벽 허무는
품앗이운동
- 대전 한밭레츠와 과천 품앗이
3. 사례③ 민-관이 함께 한 마을 만들기
광주 동림동·문화동, 인천 가좌2동
4. 지역현주소
- 살기좋은 구로 만들기, 씨앗을 찾아서
5. 좌담회
- 구로의 희망 찾기, 첫걸음 떼다





 그동안 본지가 3회에 걸쳐 보도해 온 다른 지역의 6개 마을은 모두 그들만이 갖는 자원과 특성을 살리면서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공통점도 있다. 그것은 '사람, 소통, 나눔, 생활'이었고, 비결의 조각들이었다.
 이번호에서는 구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의 현실을 짚어보고, 구로의 발전적인 성장을 위한 뼈아픈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더불어 쉽지 않은 여건속에서도 구로지역이 가진 차별화된 사업, 희망의 씨앗 두 가지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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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들기는 마음을 모아내는 과정

 마을 만들기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을 상상하게 된다. 그렇게 해왔고, 그게 전부인 양 믿어왔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마을 만들기는 어떤 모습일까.

 희망제작소 김달수 뿌리센터장은 "마을 만들기는 '목적'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새로운 가치와 공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고, 따라서 어떤 완결된 형태가 없으며, 그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도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정리한다.

 즉, '지역의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나가며, 삶의 보람과 행복을 나누는 가장 생활친화적인 과정이 마을 만들기'며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내적인 발전을 통해 소통하면서 공동의 행복과 사회적 보람을 찾아가는 것, 궁극적으로 풍부한 관계망 형성으로 발전하는 게 진정한 마을 만들기'라는 것이다.

 
 화단 조성 또는 연예인 초청?
 구로에서는 어떻게 마을 만들기가 펼쳐져 왔을까.

 행정동단위 중심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동별 마을 가꾸기 사업이 하나의 축을 형성하고 있다.

 갈수록 개인화로 치닫는 도시사회 속에서 이 마을 가꾸기 사업은 지방자치시대에 마을 가꾸기의 주체가 주민이라는 인식과 주민들에게 마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그러나 행정조직의 관료성과 구태의연함을 그대로 안은 채 사업이 진행되면서 현재까지도 그 본질적 의미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로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살펴보면 2003년 61개 사업, 2억원 예산을 들여 시작해 2008년 26개 사업, 1억 5천만원 예산으로 추진돼 왔고 2009년에도 동별 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08년 동별 마을 가꾸기 사업의 내용을 보면 자투리땅 화단조성 8개, 가로화단 조성 3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2개 등 공간 디자인 분야가 13개 사업으로 구로 전체 사업 26개 가운데 50%를 차지했다. 벽화 그리기 사업 6개를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높아진다.

 이런 마을 가꾸기 사업 분야는 2008년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2003년 시작 이후 대부분 화단 조성과 담장 꾸미기를 내놓아 천편일률적이고 사업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을 가꾸기 사업은 '사업 공모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사업으로 주민이 주최가 되어야 하며, 주민참여 사업으로 추진하되 구청과 동행정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식적 주민공모에 동원령

 그러나, 실제 마을 가꾸기 사업은 동주민센터 내 주민자치위원회 담당자의 아이디어나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를 통해서 제안되고 있다. 2007년 아이디어 고갈로 한계에 부딪히자 구는 주민자치위원회와 담당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를 초빙해 전국 마을가꾸기 사업의 모범사례를 교육했지만, 형식적인 과정으로 끝났다. 2008년, 2009년에도 전문가를 초빙해 사례 교육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동에서는 형식적으로 주민공모를 진행하거나 아예 공모절차 없이 기관과 친밀한 사회단체 임원들 회의를 통해 사업내용을 결정하고 있어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동은 주민공모를 통해 주민 아이디어가 접수됐음에도 이미 결정됐다며 통보하거나 실현가능성과 사업 효과를 들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중심의 마을만들기는 이처럼 주민과의 협조 부족, 창의력과 아이디어 빈약, 동원 중심의 사업 시행 방식으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 행정조직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는 직능단체들의 마을 만들기도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어 왔다. 새마을운동본부, 바르게살기 협의회 등은 중앙조직으로 지역사회에 지부를 두고 고유한 활동을 펼치거나 행정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마을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주요한 구성원들을 규합하고 친목을 높이면서 마을의 '사람'을 조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앙조직의 결정에 따라 지역활동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특징을 고려한 마을 만들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동운동에서 시작된 구로NGO

 구로의 마을 만들기를 추진해온 또 다른 한축은 시민사회단체들의 마을 만들기 활동들이다.

 1993년 구로청년회, 1997년 구로시민센터, 1998년 열린사회 구로시민회, 파랑새 지역아동센터, 문화공간, 1999년 푸른교실 지역아동센터, 2000년 구로건강복지센터, 2001년 구로생협, 2003년 구로시민생협, 2004년 구로여성회, 2006년 구로푸른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이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구로시민센터의 활동은 주목할만하다.

 다우리노동자회관과 한벗 독서회 등 노동조합 운동 지원단체와 현장 노동자들이 만든 구로시민센터는 지역신문 구로사람들, 다우리 서점, 녹색가게, 어린이집, 생활협동조합, 마을문고, 자활센터, 방과후학교, 지역아동센터를 만드는 왕성한 활동을 펼치면서 구로3동과 4동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 가운데 현재는 다우리 어린이집, 큰다우리 어린이집과 구로지역자활센터, 방과후학교가 있고, 여러 단체가 함께 만들었던 파랑새 지역아동센터는 교사 운영위원회로 독립해나갔다. 이외에도 구로시민센터 소모임인 '좋은엄마'에서는 매년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극을 펼치고 있고, 주민 대상의 다양한 강좌들을 개설하고 있다.

 열린사회 구로시민회는 올해로 7년째 집수리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외에도 청개구리 마을학교, 기타교실, 역사교실, 주민도서관 등을 운영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잠시 소강상태. 문화공간은 2003년부터 구로문화회오리라는 이름으로 지역주민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구로생협은 마을모임을 중심으로 소모임활동, 전래놀이한마당 등을 벌이고, 구로건강복지센터는 6년째 장애인주말치과진료소 운영,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구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와 같은 독자적인 활동을 하면서 연대사업도 활발히 해왔다. 지역단체들이 주민들과 힘을 모아 파랑새, 푸른교실, 구로푸른학교 등 저소득층 아이들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드는가 하면, 13년째 구로거리공원에서 어린이날 큰잔치를 공동주최해오고 있다.

 이귀영 푸른교실 교사는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에서 나눔과 기부의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지역복지의 기틀을 구축한 활동으로, 마을의 소외된 아이들을 우리 마을에서 보살펴 건강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인식에서 시작했어요. 이를 유지 발전시킨 원동력은 지역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봉사활동과 기부였죠"라고 말한다.


 재정 인력 부족, 불안정한 단체들

 이처럼 구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이는 사업이 다양하지만, 재정과 인적 자원 부족, 그로 인한 불안정한 사업, 그리고 과거 노동운동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활동 한계는 극복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곤 한다.

 재정과 인적 자원의 부족은 더 큰 한계다. 마을만들기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인력 재생산이 이뤄져야 하지만, 탄탄한 재정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현실에서 요원할수밖에 없는 것. 이때문에 시민사회단체가 당면한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라도 지역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활동분야를 교육 복지 환경 문화 영역으로 전환, 지역에서 생활정치 중심으로 선회하면서 마을에 뿌리를 내리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

 
 애정 갖기가 첫걸음

 그렇다면, 성미산 마을처럼 살기좋은 마을로 발전해나가려는 데 있어 구로지역이 갖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주민들과 지역 활동가들은 지역사회내의 마을 만들기에 대한 상의 부재와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에 앞서 구로에 대한 애정이 선행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구로시민센터 김성국 대표는 "구로를 말할 때 산업역군, 수출의 원동력, 한강의 기적을 일군 곳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구로에 사는 사람들은 구로라는 이름과과거를 부정해요. 구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구로지역을 살기 좋게 만드는 지름길이 아닐까요. 그 안에서 우리 마을에 대한 관심, 기대를 갖게 만들죠. 구로노동박물관이나 구로노동견학 프로그램 같은 것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마을 만들기에 대한 지역사회의 상이 없는 것은 민,관 모두에 해당된다고 볼수 있다. 행정조직은 보여주기식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마을 만들기를 고민하면서 형식과 내용면에서 주민을 무시하거나 동원하는 선에 그치는 모습이었으며, 시민단체는 지역활동을 한다고 하면서 과거 노동운동 방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정치역사 극복 어려워

 지역내 주요 활동 단체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정치적 관계도 한 몫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로지역의 시민사회단체의 특징은 노동운동 지원 조직으로 출발했다는 점, 그래서 역사가 깊고 정치적 입장과 색깔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구로청년회도 노동운동 지원단체에서 공단지역과 현실 사회의 변화로 청년운동조직으로 변화했고 구로시민센터 역시 노동운동지원단체에서 민주노총의 출현과 공장 이전 등 지역에 변화가 일면서 단체의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이 아닌 현재의 시민운동단체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정치적 방향 모색과정에서 진보정당 창당 전후로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갖게 되었고 현재와 같은 다양하고 독자적인 정치적 결사체로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 구로시민사회단체의 역사가 긴 만큼 사안에 따른 연대활동도 잔뼈가 굵을 정도로 자연스러워졌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차로 인한 논쟁은 약간의 불신도 담아둔 상황이 된 것.

 이런 소통과 화합의 미약함은 관과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직능단체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관 행사에 주민동원령이 잦아지면서 관이 민간단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기는 커녕 오히려 '죽이는' 행위라는 비난을 하면서도 현실적인 고충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구로지역의 한 직능단체 실무자는 솔직하게 털어놨다. "요즘엔 민간단체가 해야 할 사업을 구청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당황스러운데, 그런 행사에 직능단체가 동원되는 경우도 많아 이중고삼중고의 고통이 뒤따른다"고 말한다.

 또 "동주민센터나 주민자치위원에게 할당되는 주민수가 있는데, 동별 조직인 민간단체회원들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많은 주민들이 대부분 행정조직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곤 해서 민간단체에 주어진 할당을 채우지 못하고 나중에 단체보조금 심의할 때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어왔다"며 드러내지 못했던 속앓이를 풀어냈다.

 
 관-민 협조로 한계 돌파

 이런 상황은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관과 민의 역할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게 하고 있다. 마을 만들기의 주체는 자치단체이기도 하고 주민이기도 한데, 위와 같이 경쟁적 관계로 가고 있는 구로의 현실에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병창 열린사회 구로시민회 사무국장은 "지역사회 요구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마을 만들기라는 것이 지역 단체들만의 영역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행정기관, 직능단체들과 폭넓게 같이 진행할 때 힘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할 수 있죠"라며 지역의 다양한 조직들이 활동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구로구청에서는 1년에 2억에 가까운, 적지 않은 예산을 사용하면서 지역 유지 중심의 주민자치위원회를 통해서만 마을 만들기를 고민하고, 주민들의 폭넓은 의견수렴보다는 연예인 불러서 진행하는 쉬운 마을잔치나 화단 조정 정도에 머물고 있다. 구로구에서는 인근 마포구처럼 자치위원회에서 주민조직을 찾아가 공모를 제안한다거나, 적절한 사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재공모를 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갖는 모습을 찾아볼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또한 시민사회단체도 행정조직에서 추진하는 마을 만들기에 무관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역 인사는 "시민단체나 일부 정당의 활동가들이 정치운동에 대한 지향이 있으면서 실제 활동이 구청, 지방자치 등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 마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주민들과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구청이나 다른 단체들과의 싸움 등에 지나치게 집중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평가도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냈다.

 덧붙여 "의회가 행정기관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단체가 행정기관을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함께 해야할 사업을 놓쳤다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이제 시민사회단체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단초를 구축하고, 관은 시민사회단체의 이같은 점을 적극 활용한다면 살맛나는 마을만들기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게 많은 주민과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행정기관장들의 마인드 변화와 장기적으로 마을 만들기 상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송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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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지역의 오늘과 내일 - 희망만들기 1

우리 마을의 자랑, 지역아동센터


 지역아동센터는 80년대 빈곤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부방이 모태다. 1998년 IMF를 거치며 많은 수의 공부방들이 개소했고 2004년 법제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역아동센터로 변경, 현재 전국에 약 3천개소 이상이 설립됐다.

 구로지역은 굴뚝공장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으나 여전히 저소득 일용직 노동자 밀집지역이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구로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지역아동센터들이 활성화됐다.

 구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세 끼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에게 지역 식당과 아동의 결연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방학이 되자 아이들을 돌볼 곳이 필요해지게 되어 구청 지원으로 공간과 차량지원을 받아 98년 6월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현 구로3동에 위치한 '구로파랑새공부방'의 시작이다.

 비슷한 시기에 고척동에서 시민단체와 치과의사, 초등 학부모회 등이 주축이 되어 재정을 마련하고 구청으로부터 장소지원을 받아 99년에 '푸른교실'을 개소했고, 시민사회단체와 주민이 뜻을 합쳐 설립한 공부방 중 푸른학교는 가장 늦은 2006년 12월 개소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는?

 방과후 지역아동센터로 아동들이 돌아오면 교사들은 부모처럼 아이들을 맞이해 손을 씻기고, 저녁을 먹이고, 숙제를 함께 한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아이들이 무관심속에서 왜곡된 자의식을 가지고 자라지 않도록 자존감을 높여 건강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라게 하는 등의 예방적 활동이다.

 
 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들

 지역아동센터의 공간을 마련하는데는 재정 지원과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지역주민들과 후원자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개인은 개인의 능력을 살려서 단체는 단체 프로그램의 하나로 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의 돌봄에 함께 나섰다. 미술, 정서 지원, 피아노, 도자기, 서당, 목공예, 체육 등 다양한 영역의 자원봉사자들이 활동에 함께 하고 있다.

 98년 공부방을 다녔던 아동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다시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경우도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가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공부방에 나와 자원봉사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 중1 때부터 지역 내 독거어르신들에게 도시락배달을 했던 아이들이 자원봉사자 동아리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저소득층이 많은 구로지역에서는 마을만들기가 저소득층 지원사업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또 이것이 아이들에게 학습되어 돌봄의 미덕이 전수되고 있었던 것이다.

 
 담당교사들에게 듣는다.

 98년부터 10년이 넘는 세월을 공부방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푸른교실 이귀영 교사는 "지역아동센터는 우리 마을의 소외된 아이들을 우리 마을에서 보살펴 건강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인식에서 시작했고 이를 유지하고 발전시킨 동력은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봉사활동과 기부활동입니다.

 또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곧 내일의 지역주민이므로 건강한 마을 만들기의 순환사이클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있다는 점이 가장 큰 기여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덧붙여 "지역아동센터가 제도화되었다고는 해도 그동안 민간에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온 공부방의 노력을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것보다는 행정적으로만 접근해요.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지만 그간의 역사는 자발적인 개인들의 나눔과 기부, 적극적인 참여활동으로 일궈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일개 지역아동센터가 아니라 지역연대의 결과물인 것이며, 소외되어 있는 아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라는 것을 이해했으면 해요"라고 이 교사는 말했다.

 구로지역내 지역아동센터의 연대체인 '구로지역공부방협의회'가 올해 3월 발족한 바 있다. 회원, 준회원 모두 합쳐 현재 16개 지역아동센터가 함께 하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아이들은 자랐다. 10년 넘게 주민의 힘으로 유지해온 지역아동센터는 우리 마을의 자랑이다.

 미래를 열어갈 우리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마을은 나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닌 이웃과 더불어 사는 마을이다.


김미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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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지역의 오늘과 내일 - 희망만들기 2

시민단체 연대 어린이날 큰잔치 10년


 해마다 5월 5일 어린이날이 되면 구로동 거리공원이 아이들의 웃음으로 시끌벅적하다.
 구로지역의 시민단체에서 공동으로 주관하는 '구로어린이 큰 잔치' 때문이다.

 올해로 13년째를 맞는 구로어린이 큰 잔치는 구로지역 시민단체들이 함께 진행하는 지역의 대표적인 행사이다.

 구로어린이 큰 잔치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97년. 첫해에는 구로시민센터와 지금은 마포로 이사 간 서울여성노동자회 두 단체에서 준비했다.

 당시 지역에 어린이 큰잔치행사를 마련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구로시민센터 김성국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당시 구로지역에 저소득층 어린이들은 많은데 이 아이들이 어린이날이 되도 마땅히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그래서 어린이날 하루만이라도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에서 행사를 준비했습니다", 마침 그해 구로구청에서 사회단체보조금지원사업에 선정돼 예산지원도 받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를 치룰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구로어린이 큰잔치는 그 다음해인 1998년부터 전교조 초등지회를 비롯한 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참여하면서 함께 준비했고, 지역의 어린이와 가족들 5천여명이 참가할만큼 뜨거운 호응 속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준비할 때는 2, 3일씩 밤을 새면서 준비를 했어요. 1999년으로 기억되는데, 남부순환로를 지나가다 예식장앞에 서 있는 예쁜 꽃마차를 본 시민센터 회원 중 한명이 어린이날 행사 때 아이들을 태워주면 좋아하겠다고 의견을 내기에 예식장 사장에게 이야기해 꽃마차를 빌려왔어요. 그런데 꽃마차가 고정된 것이더라구요. 결국 꽃마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사진만 찍어줬지요". 김성국 대표가 전해주는 초기 열정적으로 준비하던 에피소드 한토막이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13년간 한결 같이 지역의 아이들을 위해 진행해 온 구로어린이 큰 잔치가 매년 빠짐없이 계속 진행되어 온 자체를 성과로 꼽는다.

 또한 지난 2005년부터 구청이 고척근린공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하는 등 지역에서 어린이 대상의 프로그램이 늘어난 것도 구로어린이 큰 잔치의 영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어린이날 큰 잔치가 지속적으로 구로의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과제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양하고 재미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구로어린이 큰 잔치 집행위원장을 맡은 최재희 구로청년회 회장은 "어린이날 큰 잔치가 13년째 됐는데 각 단체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해마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요. 어린이날 하루 아이들이 재미있게 와서 놀기는 하는데 요즘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마당이 진행되고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또한 중앙행사를 잘 진행해야겠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올해는 중앙무대를 못 구해 중앙행사를 준비하지 않았다가 행사 며칠 앞두고 구로5동에 사시는 정명철 씨가 무대를 빌려주셔서 중앙행사를 급하게 준비했어요. 내년에도 빌려주신다고 했으니 내년에는 아이들이 중앙무대에서 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보려구요"라며 올해 진행된 어린이날 큰 잔치에 대해 평가했다.

 또한 최재희 회장은 재정적 어려움도 이야기했다. "어린이날 행사는 시민단체들이 내는 분담금과 후원으로 진행해요. 수 천명이 모이는 행사를 일백만원이 조금 넘는 예산으로 진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죠. 과거에는 구청에서 사회단체보조금을 지급했는데 2005년 구청이 고척근린공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하면서부터 1회성 행사이고 구청사업과 동일한 취지의 행사이기 때문에 구로어린이 큰 잔치에 보조금을 줄 수 없다며 지원을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위한 행사인데 구청의 결정은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행사를 준비하는데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을 밝혔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을 넘어 13년동안 이어온 구로어린이 큰잔치행사를 함께 만들어온 단체들은 10여곳. 세월이 지나면서 일부 바뀌기도 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늘 함께 하고 있다. 올해 참가했던 단체들은 모두 11곳이다.

 지난 13년간 꾸준히 구로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어 온 구로어린이 큰 잔치가 앞으로 어떤 행복과 웃음을 선사할 지 기대해본다.


황희준 기자




■ 기획취재팀
송지현·김경숙·황희준 기자 / 김미영 시민기자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7월 6일자 30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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