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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 우수 문화기관, 광주 북구문화원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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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문화] 우수 문화기관, 광주 북구문화원 탐방
  • 구로타임즈
  • 승인 2007.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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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보도] 구로구 문화네트워크의 허브를 구축하자 “중심에 주민이 있었습니다”
<6>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Ⅱ_ 우수 문화기관, 광주 북구문화원 탐방



주민의 손으로, 주민의 공간에서, 주민의 이야기를 담는 일에서만큼은 매우 거대한 흐름이 되어 있었다.

[글싣는 순서]

1. 구로구 문화지도 그리기
2. 풀뿌리 문화예술동아리의 잠재력과 한계
3. 문화재정의 실태와 합리적 운용방안
4. 구로구 문화역량 어디까지 왔나
5.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Ⅰ
6.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Ⅱ
1) 우수문화원 탐방
2) 풀뿌리동아리들은 바란다
7. 구로문화, 내일을 열자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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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의 집은 문예회관,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과 함께 5대 문화기반시설로 자리 잡고 있다. 1994년부터 생기기 시작한 문화의 집은 2007년 현재 전국에 157개 정도가 설립되어 있으며, 서울에도 21개의 문화의 집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남 광주 북구에 소재한 북구 문화의 집(이하 ‘북구 문화의 집’)은 운영이 ‘잘’ 되는 곳으로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있다. 1997년 만들어져 구청이 직영하던 북구 문화의 집은 1999년부터 외부 민간 단체에서 위탁운영중이다. 현재 위탁운영을 맡고 있는 곳은 광주문화자치회의이며, 지난 200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북구의 인구는 46만 명, 1년 예산은 2294억9600만원(2006년 기준)으로 구로구와 비슷한 규모이다. ‘문화 북구’라는 슬로건 아래 꾸준히 문화행사와 문화지원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 광주 최대의 자치구이다.

대부분 문화의 집이 그렇듯이 북구 문화의 집도 북구청이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공간으로서 북구 문화의 집은 구청으로부터 연 1억2천만 원의 예산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북구 문흥동에 있는 청소년수련관 1층을 사용, 임대료가 들지 않아 지원 예산은 유지운영을 위한 각종 공과금과 상근자 임금, 일상적인 강좌 프로그램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북구 문화의 집에서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 사업은 문화관광부 등의 중앙부처나 기업, 기관의 프로젝트 공모를 통해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 주민이 주인공인 다양한 기획전시 ‘눈길’

북구 문화의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의자 몇 개가 벽쪽으로만 놓여 진 넓은 공간이다. 한눈에 봐도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겠다 싶은 거실 같은 느낌은 공간 활용에 대한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아닌 게 아니라 옆에 붙어 있는 탁 트인 전시실과 함께 때에 따라서 놀이 공간, 카페공간, 공연공간, 동화구연공간, 작품제작공간으로 자유롭게 탈바꿈하면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었다.

다양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전시하거나 이벤트를 꾸미는 일은 북구 문화의 집에게 익숙하고 일상적인 사업으로 보였다. 북구 문화의 집 사람들은 전시회가 전문적인 작가들의 공간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는데 힘을 기울여오고 있다.

북구 문화의 집에서 기획, 전시하는 프로그램은 몇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첫째, 관람객들이 소극적인 개념의 ‘관람하기’에서 적극적인 개념의 ‘전시 참여’라는 보여주는 방식과 보는 방식이 갖는 차이를 좁히는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이다. 관람을 위한 전시공간 한 켠에 관련 체험행사를 꾸미는 방식이 그것이다.

두 번째로 계절별, 환경 사회적 이슈별 테마를 가지고 전시를 꾸민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단순한 우리꽃 전시회를 <평화를 기원하는 우리꽃전>으로 기획방향을 바꾸었고, 흔한 들꽃 사진전을 우리꽃의 생명성과 발굴자의 땀과 노력을 담고 싶어 나문심 작가를 초대하고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나문심의 들꽃사랑전>으로 진행했다.

세 번째로 지역주민이 주인 되는 전시를 고민하다는 것이다. 가족사진과 기념사진을 수집하여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 <우리동네사진관전>, 우리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담은 <우리옆집사람들전>, 10년차 부부의 애절한 연애편지부터 20년 넘게 치열하게 기록한 어머니의 가계부, 아이의 잉태와 삶의 기록까지 삶의 사소한 선물이나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우리집 살림살이전>까지 늘 주민들이 중심에 서는 전시를 만들고 있다.

북구 문화의 집 문화예술교육팀의 전민룡 팀장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사람들의 살아가는 방식, 살아가는 도시공간에서 대부분의 기획 소스를 가져온다”고 한다. 이렇게 기획된 것 가운데 하나가 2006년에 진행된 일명 ‘아줌마 축제’인 <수다호르몬>이었다. 아줌마들이 각자 자기 삶에서 ‘수다’를 푸는 방식을 정하고 수다를 떨고 이것을 이벤트로, 전시로 만들어 낸 프로그램이었다. 누군가는 10번의 이사경험으로, 누군가는 요리로, 누군가는 100번 선본 이야기로, 누군가는 화장실 이야기로 풀어낸 수다는 수다 이상의 호르몬을 생산해내었다.

꽃꽂이로 <수다호르몬>에 참여했던 박효희 씨는 “꽃꽂이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을 수 있었고, 남편과도 육아 이외의 할 이야기가 생겼다”며 축제 참여 이후에 자신에게 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고 추진하는 일까지 직접 하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특히 문화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아요"라며 목소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치와 철학을 키우는 문화예술교육 중요

북구 문화의 집에서 많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이다. “과거의 문화예술교육은 음악, 미술, 사회 등의 영역으로 나누어 교육과정을 짜고, 세부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은 생활에 대한 철학, 도덕, 가치를 부여하는 교육"이라고 전민룡 팀장은 문화예술교육을 정의한다.

2005년부터 3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자(문화관광부 추진)로 선정된 북구 문화의 집은 문화시설과 문화공간, 문화인자들이 시스템을 만들어 학교의 공교육에 결합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학교의 문 열기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북구 문화의 집이 지닌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시범사업의 대상학교를 찾아내고 교과목 안으로 편재하여 사업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갈등도 많았지만 선생님과 상의하고 논의하면서 극복하였고, 결국 통합형 교육을 하도록 유도해냈다.

지역사회와 학교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보는 꼬망동네학교 프로젝트, 아이들이 도시 디자인을 직접 경험해보는 지하도 설계 프로젝트,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역사를 찾아가는 518역사박물관 만들기 프로젝트, 일상의 삶을 오감을 통해 재현해보는 소리발견 프로젝트, 장애우들과 함께 문화예술로 표현해보는 심상 프로젝트, 삶이 질펀하게 펼쳐지는 이 시대의 장터를 재발견하는 말바우시장 아케이드 등 6가지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북구 문화의 집의 전고필 상임위원은 “예능 위주의 교육,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좀 더 확장하여 문화적 감수성을 기르고 문화향유를 통한 문화생산 활동의 미래 주체로서 학생들에게 문화적 삶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문화예술교육은 지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골목 보물찾기의 결론은 ‘우리 공동체’

북구 문화의 집 사람들이 자신 있게 내세우는 프로젝트는 <골목이야기 프로젝트>이다. 2004년에 시작해서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한마디로 마을의 문화적 지도를 그리는 일이다.

골목지리 탐험대를 만들어 조별로 주제를 정해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하고 조사도 하면서 결과물을 내오는 작업이다. 동네모습 그리기, 동네 놀이문화 기록하기, 독거노인 생애사 담기, 우리 동네 뉴스 찾기 등은 참여한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는 ‘우리 동네 완전! 재발견’ 과정이었다. 일상적인 공간인 골목에서 ‘보물찾기’에 나선 것이다.

새롭게 이슈가 되는 것, 거창한 의미가 있는 것에만 물들여져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스쳐 지나가버리는 우리들의 시선을 환기시키고자 한 프로그램의 의도는 잘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딱딱한 책상 위에서 강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라 참여하는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골목에서 체험하면서 자신에게 잠재된 문화감수성을 발견하면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보물과 주부들이 느끼는 보물 그리고 이를 종합하여 이웃들에게 제시하고 공유함으로써 공동체를 함께 느끼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보물이 아닐까.

전고필 위원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보물이고 이것이 모여 더 커다란 보물이 되는 것, 자신이 누리는 삶의 가치가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그 가치가 나온다”며 골목이야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들의 삶이 더욱 빛나길 바라는 마음을 밝힌다.








“문화가 문화재청 지정 이나
행정 지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삶 그 자체가
이미 문화적 요소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조직적이고 활발한 홍보 부족 아쉬워

북구 문화의 집에서 진행되는 많은 프로그램과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참가자들의 자율성에 기반하고 있다. 예외 없이 스스로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세부 기획부터 홍보, 조사, 정리, 결과물 제작, 평가까지 모두 참가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런 시스템은 참여 주민들의 만족감도 크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도 한계가 있다고 참여자들은 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기 만족감도 있지만, 전시나 이벤트 할 때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은 자신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포스터 제작부터 붙이기, 선전물 배포까지 다 해야 하다 보니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참가자들만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획을 한 문화의 집 프로그램이기도 한 만큼 홍보나 조직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한다"며 문화의 집 홍보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 2002~2007년 북구 문화의 집 주요 활동/프로젝트

이름 (분야) -내용
테마뮤직카페(주민참여 음악향유) - 내가 직접 DJ가 되어 음악을 틀어주고 음악에 얽힌 추억과 나만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시간 - 전고필(유목인), 김영설(흙굽는 사람), 김경희(주부), 이시진(전남대 학생), 아줌마들의 문화모임 외 다수

아파트갤러리 프로젝트(마을만들기) - 일상에서 축제 만들기 : 벽화만들기, 추억의 사진전, 작은 화단 만들기, 카드로 쌓아올린 아파트 퍼포먼스, 할아버지할머니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체험마당, 어린이 재활용품 전시마당

소꿉놀이마당놀이(어린이놀이+연극) - 소꿉놀이와도 같은 연극적 요소의 놀이들을 자연스런 놀이를 통해 창조적 인간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 마당극의 주제도 어린이의 일상이 담고 있는 고민으로 정하여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고 연극을 담고 소리를 담아나가는 과정.

골목이야기 프로젝트(지역공동체학습 프로그램) - 문화소비자이자, 보이지 않는 대상이었던 주민들을 문화생산자이나 주체가 되는 생활문화창작공간으로 바꾸어가는 과정. 주민들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골목’에서 보물찾기.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프로젝트사업) - 1. 지역사회와 학교의 역할을 함께 고민해보는 꼬망동네학교 2. 아이들이 도시 디자인을 직접 경험해보는 지하도 설계 3.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역사를 찾아가는 518역사박물관 만들기 4. 일상의 삶을 오감을 통해 재현해보는 소리발견 5. 장애우들과 함께 문화예술로 표현해보는 심상 6. 삶이 질펀하게 펼쳐지는 이 시댕의 장터를 재발견하는 말바우시장 아케이드

국밥에 담긴 그림전(전시회+퍼포먼스) - 도심이면서도 결코 담장이나 경계를 두르지 않은 광주 말바우 시장. 숨가쁘게 바쁜 사람도 가장 한가한 사람도 모두가 뒤엉켜 뜨끈한 사연을 국물에 말아먹는 가장 한국적인 레스토랑 국밥집에서 벌이는 그림·사진전과 퍼포먼스

잡초생태학전-열두 가족의 잡초이야기(기획전) -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잡초 새롭게 바라보기. 가족들이 잡초채집탐사를 다녀와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시각으로 잡초를 의미화시켜봄. - 열두가족 잡초이야기, 잡초생태도감, 잡초에 관한 이야기들, 잡초세밀화전, 잡초를 이용한 엽서만들기

문화예술교육 프로젝트 기획을 위한 교사 직무연수(교사연수) - 1. 통합교육으로서의 학교교육 2. 문화예술교육기획, 그 첫걸음 3. 영혼의 예술가 교사-생활을 기획하자 4. 미디어! 미디어 교육 5. 디자인 교육, 일상에서 찾는 문화예술교육

삶을 닮아가는 여백전(인문학 시민 프로젝트) - 인문학 위기시대에 인문학이 ‘인간’을 위한 ‘삶’을 위한 학문이 되게 하여 삶과 학문 사이의 경계를 뛰어넘고자 기획.
- 개똥철학 어록전 : 평범한 민초들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어록
- 감정의 쓰레기통 : 일상의 느낌이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자유롭게 만들어가는 아트북
- 골목길 인문학1 : 주변과 대화하기로 시작되는 걷기
- 골목길 인문학2 : 골목을 사이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담기. 수다스럽고 소통하는 골목 이야기
- 러브레터(편지) : 사연 있는 편지를 수집하여 전시

일상 강좌들(강좌) - 삶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풍경사진, 서예, 테마여행)
- 생활속의 배움터(서당)
- 어린이.청소년 예술강좌(동화표현놀이, 북아트와 함께하는 동화논술반, 어린이종이조형, 어린이칼라믹스, 자운영미술학교, 단소, 과학교실, 한문교실, 오페라이야기교실)
- 러시아인을 위한 외국인 어학교실
- 기획프로그램 : 아파트 마을스토리
- 시민예술가 발굴 프로젝트 : 매달 1인의 시민예술가 선정, 발표회



# 열린 행정도 운영에 큰 도움

북구 문화의 집에는 다섯 명의 상근자가 있다. 상임위원인 전고필 위원을 비롯하여, 카운터의 정경숙 씨, 문화예술교육팀장인 정민룡 씨, 청소년 인턴사업을 통해 두 명의 인턴인력이 함께 북구 문화의 집을 책임지고 있다. 이 많은 프로젝트와 사업을 진행하는데 다섯 명이란 수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많은 문화시설이나 단체, 인력들의 네트워킹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주민들의 결합과 자발적인 참여가 커다란 동력이 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북구 문화의 집이 적극적이고 다양한 실험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데에는 북구청의 열린 마인드도 한 몫 한다고 전 상임위원은 말한다. “북구청 공무원들은 한마디로 세련되었죠. 회의하자며 구청으로 들어오라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문화의 집으로 오는데, 지나는 길에 들러서 논의하고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예산을 지원하지만 사업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에게 맡겨놓은 이상 믿는 거죠.”

처음부터 예산을 지원하면서 설립한 구청과 문화예술활동 전문가 집단의 마찰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구청의 모습에 많이 싸우기도 했고, 하나하나 결제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못할 정도였다고.

현재의 상호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하기까지 위탁 초기부터 2003년 무렵까지 걸렸으니 설득과 이해의 긴 시간을 거쳐 온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문화 북구'를 지향해온 자치단체의 마인드 변화가 현재의 활발하고 풍성한 북구 문화의 집을 만들 수 있었던 동력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다. 전고필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다른 무엇보다 좋은 프로그램과 주민 문화 활성화로 답하는 것이 문화의 집 위탁운영자로서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탐방 후기]

“기록도 문화가 된다”

북구 문화의 집에는 매년 문화의 집을 결산하는 소식지부터 아기자기하게 예쁜 책자들이 유난히 많다. 아무리 작은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기록조차도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구 문화의 집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느끼고 공유했던 모든 기억을 글로써, 사진으로써, 영상으로써, 그림으로써, 소리로써, 조형물로써 기록하는 과정을 포함시키고 있고 또 이것을 전시와 이벤트로 확대재생산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북구 문화의 집은 결코 화려하거나 거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민의 손으로, 주민의 공간에서, 주민의 이야기를 담는 일에서만큼은 매우 거대한 흐름이 되어 있었다.

구로에서 다양한 계층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흩어져 있는 일상을 문화로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며 전고필 상임위원의 글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문화가 공공적 재화의 영역에서 문화재청의 지정 혹은 행정의 지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의 삶 그 자체가 이미 문화적 요소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 … 골목을 누비는 탐험의 과정을 기록한 글과 사진과 그림과 영상 모든 것이 낱개의 작품이면서도 한데 어우러지면 커다란 또 하나의 작품이 되었고 그 방향은 전시가 아니라 어두워져 가는 골목의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삶의 문화를 일구고자 하였다.”(전고필, <삶의 문화 2005>중에서)





[인터뷰 _ 전고필 북구 문화의 집 상임위원]


“주민과 고유역할로 생명력 가져야”



▶ 북구 문화의 집과 언제부터 인연을 맺으셨나요?
▷ 광주문화자치회의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데, 북구 문화의 집은 2004년부터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현재 상임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 지역 문화 프로그램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뿌리’입니다. 무엇이든 그것은 그 자체로 그곳에 있는 존재 근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목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다면 골목이라는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공간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들이 그 공간의 뿌리입니다. 그 공간에 진정으로 용해되기 위해서는 그 뿌리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문화의 집 사업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역 문화재단이나 문화의 집이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면?
▷ 관 예산으로 사업을 한다거나 관이 설립한 공간에서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중립성을 지키면서 조직을 관리하고 게다가 역동성도 살아있도록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화활동이나 문화기관은 하나의 특정 정치권력에 기대서는 안 됩니다. 그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휘청거리고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의 집 같은 곳은 지역단위별로 자기 정체성과 스스로의 주민 권력을 만들어가면서 고유한 자기 역할을 찾아야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송지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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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팀 김경숙·송지현·신진수·오은주>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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