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9 09:21 (금)
[릴레이기고 3] 생리대 사고나면 학용품 살돈이...
상태바
[릴레이기고 3] 생리대 사고나면 학용품 살돈이...
  • 김영미(세곡초 지역사회교육전문가)
  • 승인 2019.12.12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릴레이기고3] 여성청소년위한 생리대 보편지급이 시급한 이유

학교의 저소득층 학생들의 분포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이하 국기초), 법정 한부모, 법정 차상위가 있으며 중위소득 60% 이하의 방과후 자유수강권을 지급받는 기타저소득 학생들이 포함됩니다.

먼저 생각해보고자 하는 대상이 바로 이 ‘기타저소득’으로 분류되는 사각지대 저소득층가정의 학생들입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생리대 바우처의 대상은 바로 국가에서 법적으로 저소득이라고 분류된 국기초, 법정 한부모, 법정 차상위 대상 학생입니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그 이외의 기타저소득층 학생들은 지원이 제한되는 극히 선별적인 제도인 것입니다. 기타저소득에 해당되는 학생들은 지원받지 못하는 제도인 것입니다. 본교의 경우 법정 저소득 60%, 기타저소득이 40% 정도입니다. 이 40%의 학생들은 지원 대상이 아닌 것입니다.

사례를 두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형제가 4명인 집안이 있는데 엄마가 가출을 하셔서 주 양육은 아버지이지만, 실제적으로 노모인 할머니가 양육을 도맡아 하고 계십니다. 문제는 실제 한부모 가정이지만 엄마와의 연락 두절로 서류 상 이혼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법정 저소득이 아닌 ‘기타저소득’에 속하는 학생입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기타저소득 가정 학생은 생리대 바우처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형제 4명 중 3명이 여학생인 이 가정에서는 생리하는 학생만 3명입니다. 3명의 여학생이 한 달에 소비하는 생리대 금액만 해도 만만치 않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본교를 졸업하고 옆 중학교로 진학한 여학생의 사례입니다. 이 학생 역시 초등학교 때는 국기초였으나 나이 차이가 있는 오빠에게 소득이 발생하면서 ‘기타저소득’으로 유형이 바뀐 것입니다. 집안 청소를 안 하면 용돈을 안주는 오빠 밑에서 공부에 전념해야 할 학생이 집안 일로 힘겨워 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중학교 지전가(지역사회교육전문가) 선생님이 ‘너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니’라고 질문을 하자 ‘생리대요, 생리대는 꼭 사야 하는데 오빠가 용돈을 안 줘요. 줄 때도 규칙적이지 않아 힘들어요. 그리고 용돈으로 생리대 사고 나면 다른 학용품을 살 돈이 없어요.’라고 했답니다. 보건실에서 받아오는 것도, 친구들에게 하나씩 빌리는 것도 자주하니 눈치가 보인다고 합니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최소한 여성청소년 학생들을 위한 생리대 보편 지급은 당연히, 반드시 되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누가 도난하거나, 가져가는 일로 고민하지는 않습니다. 생리 현상에 꼭 필요한 것이고 불시에 사용 시 없으면 불편한 물품이기에 준비해 두는 것이겠죠.

생리대도 마찬가지 생필품, 생리 현상에 필요한 물품의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인 합의와 필요성을 공유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에 휴지를 상시 비치하는 문제로 토론회를 열었다는 자치단체를 저는 아직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생리대가 우리 주변에 휴지만큼 가까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덜 당황하지 않을까요. 가임여성으로서의, 성인으로 진입하는 생의 전환점에서 월경을 편하게, 기쁘게 맞이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생리대 때문에 보건실, 친구들에게 구걸하지 않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안 그래도 이런 저런 환경으로 주눅들어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작은 것으로 상처주지 말아주세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