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6 17:39 (화)
[기자수첩] 상권영향평가서가 뭐길래?
상태바
[기자수첩] 상권영향평가서가 뭐길래?
  • 정세화 기자
  • 승인 2021.12.31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산(현대산업개발)의 외압과 같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제3의 기관에 맡긴 제대로 된 상권영향평가서가 필요합니다'

아침·점심 장사를 포기하고 2021년 여름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1인시위 피켓을 들고 구청 앞을 지키던 상인들은 두 계절을 지나 칼바람 몰아치는 겨울에도 시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가두시위를 한 총궐기대회에까지, 상인들이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제3기관에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재의뢰'해, 대규모점포 입점에 따른 지역 상인들의 피해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이를 상인들과 공유하고 대규모 점포 입점할 경우 상인들이 경쟁력을 갖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

'객관적인 상권영향평가서와 구체화 된 상생 방안'이 없다며 대규모 점포 입점을 반대한다는 상인들은 영하의 추운 겨울에도 고척동에서 구로구청까지 3.6km의 가두 시위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시위를 보다 보면 의문점이 하나 생기기 마련. '시간이 곧 돈'일 수 있는 상인들이 장사까지 전폐하며 강조하고 있는 '상권영향평가서'. 그게 뭐길래 이런 것일까.

'상권영향평가서'란 대규모점포 입점을 희망하는 사업자가 입점 신청 시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에게 '지역협력계획서'와 함께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서류이다. 

지방자치단체장(구청장)은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검토해, 서류가 부실하거나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상권영향평가서' 및 '지역협력계획서'를 보완 요청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상권영향평가서 등을 토대로 대규모점포 입점으로 인해 '전통시장 및 중소기업청장이 정하는 전통상점가의 보존이 현저하게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구청장은 대규모점포 입점 신청을 반려할 수 있다. 

상권영향평가서를 두고 '대규모점포' 입점을 신청하는 대기업등과 입점을 반대하는 지역상인 양측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이다.

이 때문에 어느 것보다도 지역상권의 피해 정도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작성되어야 하고, 지역상권 보호에 주안점을 둬야 하는 '상권영향평가서'.
 

하지만 현재 유통산업발전법에서 정한 '상권영향평가서'와 관련해 '치명적 오류'라는 비판이 쏠리고 있는 점이 있다. '상권영향평가서 의뢰 주체'가 대규모점포 입점을 희망하는 '대규모점포 개설 신청자(대기업)'라는 것이다.

상권영향평가서는 대규모점포 입점을 희망하는 '대규모 점포개설 신청자'가 직접 대한상공회의소나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시장 조사 후 작성된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지역상권 중소상인들은 "현대산업개발(사업신청자)이 의뢰한 '상권영향평가서'가 신청자의 입맛대로 작성된 것이기에 신뢰할 수 없다"며 구로구청이 직접 구청과 현대산업개발의 외압 등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제3의 기관'에 '상권영향평가서'를 재의뢰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코스트코등 대규모점포가 입점하려하는 고척동 교정시설부지 인근 상인들로부터 '제3기관 상권영향평가서 재의뢰'에 대한 이같은 요구가 빗발치자, 지난 15일(수) 구로구청 지역경제과는 구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권영향평가서 전문기관 작성 의뢰' 사업 (1억 원) 예산을 신청해 통과됐다.

'상권영향평가서' 재의뢰를 위한 예산이 통과되면서 상인들은 안도와 기쁨을 나타냈다. 하지만 유통관련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재의뢰에서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향후 과제를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의 배재홍 본부장은 "구로구청의 상권영향평가서 재의뢰는 대규모점포 입점에 있어 앞으로도 선례적 사례로 남을 수 있을 만큼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구청의 평가서 의뢰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배 본부장은 그러나 "구청이 상인들 요청에 의해 재의뢰를 맡기는 만큼 대기업 입맛에 맞춰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만들어진 상권영향평가서가 아닌 신랄하게 느껴질 정도의 정밀하고 객관적인 피해 정도를 알 수 있는 지표를, 상인들도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에 의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토대로 상인들과 반드시 공유하고 논의해, '상인'들의 상생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재홍 본부장은 이어 상인들에게도 "상권영향평가서 재의뢰에 기뻐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구청이 △제대로 된 제3기관에 의뢰하는지 △상인들에게 상권영향평가서를 공개하는지 △향후 대책은 어떻게 수립할 것인지 등을 세심하게 따지고 상인들의 향후 상생계획을 지자체와 함께 수립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22일(수) 구로구청은 '상권영향평가서 재의뢰' 시점을 묻는 구로타임즈의 질문에, 내년도 1월 예산이 나온 후 의뢰될 예정이며 의뢰기관은 내부 논의 중이라고 전해왔다.

체감온도 4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부터 영하10도를 넘나드는 한파 속에서, 구로구청 앞에서 이대로는 죽는다며 '대규모 점포 입점 저지' 피켓을 들어 올리는 지역 상인들. 

임인년 새해에는 상인들의 눈물과 곡성 사라진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