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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시장]50년된 전통시장 없앤다고?... 오류동주민 1천여명 반대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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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시장]50년된 전통시장 없앤다고?... 오류동주민 1천여명 반대서명
  • 김경숙 기자
  • 승인 2017.01.16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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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주상복합건물 개발 추진, 오류동주민 1천여명 반대서명
▲ 지난 11일 낮, 전통시장인 오류시장이 사라질 위기라는 개발소식에 오류1동주민들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오류시장활성화를 요구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다. 첫날 거리서명 500여명을 비롯해 수일동안 총1121명의 주민들이 마음을 모았다.

"전통시장을 없애면 되나? 전통시장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다 있어야지. 파는 이도 사는 사람도 그동안 불편했잖아요. 외국인들이 와도 사먹을 것 볼 것도 없어 얼마나 불편하냐고요.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동네가 됐어". 김경희씨(70, 오류1동).


"전통시장 활성화시킨다고 국회의원 공약으로 내걸었던데 오류시장을 없앤다니. 기만이지요." (40대 주부, 오류1동)


지난 11일(수) 낮12시부터 저녁7시반까지 오류동역 횡단보도 앞에서 50년 역사의 전통시장 '오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주민서명에 참가한 주민들은 한탄과 분노를 쏟아놓았다.

 

◇"아니 또요?" =구로구청 추천으로 서울시 시장정비사업심의위원회에 지난 5월말 상정돼 불과 6개월만인 지난 12월초 조건부가결 된 오류시장정비사업추진계획(안)이 '시장'을 폐지하고 이 일대에 21층규모의 아파트(188세대)와 상점이 들어서는 또 하나의 주상복합형건물을 건립하는 내용의 개발이라는 것을 알게 된 많은 주민들은 "아니 왜요? 또요?"라는 질문을 연달아 던지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일부 주민들은 10여년 만에 들리는 오류시장 개발이 전통시장도 활성화하면서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라 잘됐다고 했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이유를 되물었다. 

70,80년대 오류시장길안에서 의류장사를 하셨던 한 어르신은 "도대체 세상이 왜 이렇습니까"라는 말로 수차례 개탄스러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서민들의 삶을 위해서나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나 전통시장이 꼭 있어야 한다는 강력한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이날 주민서명은 오류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수십년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과 오류시장에 일부지분을 가진 소지분소유주 등으로 구성된 '오류시장 번영회'소속 주민 등이 전통시장인 오류시장과 주민문화공간까지 갖추어진 개발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갖고 처음으로 나와 진행한 거리서명.


첫날인 이날 하루에만도 500여명의 주민들이 전통시장활성화로의 개발방향 전환을 요구하는 서명대열에 합류했다. 이틀간의 동네 거리서명 등을 포함해 수일 사이에 주민서명자는 총 1121명에 달했다.


오류시장번영회측은 지난 13일(금) 이 주민서명부를 재 공람중이던 오류시장정비사업추진계획안에 대한 의견서와 함께 구로구청에 제출했다.

◇따끈한 커피 격려=마을문제와 관련된 주민서명으로는 거의 처음 보는 낯선 광경임에도, 주민들의 참여 열기는 갑작스럽게 수직적으로 떨어진 영하의 기온조차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할 만큼 뜨거웠다.
아이들과 함께 장보러 나왔던 젊은 주부들부터 청년들, 고등학생들, 40,50대중장년, 70,80대 어르신까지 오류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전 연령대의 서명 발길이 이어졌다.


서영철 어르신(78)은 "오류1동이 서울에서 제일 낙후됐는데, 가진 사람이 좀 내놓아서 발전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며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전통시장인 오류시장을 지키기 위해 서명에 참여해달라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오류1동을 지나던 중 무슨 일인가 싶어 왔다는 오류2동과 천왕동 주민 2명은 50년 전통의 시장을 버리고 주상복합건물 개발이 웬말이냐며 역시 주민서명의 필요성을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오류시장은 "우리 모두의 문제"라며 발길 재촉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고 서명을 받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명활동을 돕던 동네 주민 김미경씨는 "오류동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마음이 모아지는 모습을 보며 짜안~했다"고 참가소감을 밝혔다.


차가운 거리에서 오류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발을 촉구하고 나선 시장구성원들을 위해 지나가던 주민들은 따뜻한 커피나 원기회복 음료 등을 사다가 마음을 전하고, '추운데'라며 따뜻한 손길로 온기를 불어넣어준 뒤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주민애정 한눈에 =동네 주민들이 서명에 얼마나 호응해줄지 걱정하며 처음으로 서명판과 마이크를 들고 영하의 겨울거리로 나선 상인등 오류시장구성원들은 수많은 이웃과 주민들의 관심열기에 오류시장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입을 모았다.


오류시장 안에서 40년동안 성원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효숙 사장은 주민서명활동을 하면서 "주위반응도 알게 됐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특히 주민들사이에서 "그동안 몰랐는데, 이번에 오류시장에 대해 알게 됐다는 말이 가장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동안 상인이 개발에 반대해서 (오류시장개발이)안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셨다는 겁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흑색선전 등으로 인해 오류시장 개발 막는 '공공의 적'이라는 말도안되는 시선을 받아와야 했던 상인들이나 소지분소유주들에게 이번 주민서명 과정을 통해 주민 오해가 불식된 것이 가장 기쁜 일 중 하나였다는 것.


오류시장 번영회는 이번 주민서명전에 나서며 내놓은 의견서에서 "시장 개발 움직임이 시작된 지난 1년 시장구성원들은 그동안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왔다"며 누군가 바로 잡아줄것을 바라기보다 "이제 전통시장 활성화와 오류동발전을 진정으로 원하는 오류동의 구성원인 우리 주민들이 마음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라고 거리주민서명에 나서게 된 배경 등을 설명했다.


오류1동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8-9명이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의견수렴 등을 하지 않은 것이나 현 개발 추진과 관련한 각종 '위험'경고등으로 인한 불신, 우려, 대안 제시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개발업자나 구청측이 그동안 귀를 막아 온 이유는 무엇일까. 수십년간 오류시장을 지켜온 시장구성원들과 오류시장의 부활을 바라는 대다수 오류1동 주민들이 의문이 모아지는 지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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