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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 성미산 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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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 성미산 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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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마을이희망이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① - 성미산 마을극장


 마을극장? 동네 영화관인가? 궁금하기만 하다.

 올해 2월에 문을 연 성미산마을극장(성산1동 소재). 2001년부터 마을축제를 열던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일년에 한번씩 노는 것으로 성이 안찼을까. 매일 놀 수 있는 마을극장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성미산마을에 시민단체 4곳이 들어서면서 현실화됐다. 성미산마을 사람들과 공간을 나누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오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모여 '어떤 공간을 만들까' 이야기를 시작했고, 바로 마을극장으로 결정했다.

 당초 지하1층 계획이었던 마을극장은 지하2층까지 확장됐고, 추가적인 토목 건축비와 음향, 조명 등의 시설비는 마을이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마을극장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음향, 조명은 물론 티켓팅까지 모두 마을 사람들의 몫이다. 주민들은 경험이 없어 전문성은 없지만, 참여하는 주민들이 먼저 하나씩 배워가며 실습하는 중이다.

 마을극장 관리팀에서 문화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김지연 씨는 "마을극장이지만 돈도 꽤 많이 들었어요. 4억 정도? 주민들이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기능 좋고 작동이 쉬운 쪽으로 하다보니 돈이 더 들더라고요. 나중에는 스태프 학교를 열어 주민들이 스태프가 되도록 할 계획이랍니다."

 이 적지 않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둥지를 튼 시민단체가 부담하기도 했지만, 당연히 주민들이 모았다. 소위 '숟가락 모금.'

 성미산마을의 전통적인 나눔과 연대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주민들의 형편대로 10만원 이상 기부를 원칙으로 정했고, 숟가락 모금 참여자에게는 마을극장 개관페스티발 무료관람권을 선물로 제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마을극장은 높이 5.5m, 가로 8.3m, 세로 11.1m 규모로 다양한 공간 연출을 위한 가변형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간으로 태어났다. 분장실은 물론 지하의 단점을 극복하고 어린이 관객 등을 배려한 냉난방 흡배기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마을사람들의 철학과 가치에 맞게 장애인용 화장실과 엘리베이터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월부터 무려 52일간 펼쳐진 개관페스티벌에는 아빠엄마밴드인 아마밴드 공연, 추억의 가요무대 효 콘서트, 실비의 수요 작은 음악회, 아코디언 공연, 춤과 가야금, 민요와 합창이 어우러진 청소년들의 공연등 다양하다.

 영화도 빼놓을 수 없다. 주말영화제, 아이들 영화제, 심야여성영화제, 어르신 추억의 영화제 등.

 마을사진 동아리 '동네사진관'의 사진 전시도 열리고, 마을영상동아리의 영상 상영, 시 낭독, 마음 품앗이, 주민들의 패션쇼, 그림 그리기 등등. 이 가운데 개관페스티벌 때 했던 심야여성영화제는 밤마실영화제로 거듭나 아줌마들이 토요일 밤에 모여 편하게 맥주 한잔 하면서 영화를 보는 '생활'로 발전했다.

 전문문화예술인들의 공연도 힘을 보탰다. 장필순, 우리나라, 강은영, 연영석, 박창근 등의 콘서트와 마임공연, 즉흥연극 등.

 무대를 채운 대부분의 공연이 마을주민들의 그것이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학교동아리, 주민동아리, 동네 아는 아줌마, 조금 똑똑해보였던 젊은 새댁이 재능과 끼와 발품과 머리를 모았다.

 풍물도 하고, 맘 품앗이에도 참여하고 수요음악회 무대에도 올랐던 이남실 씨는 "설마 했던 일이 이뤄졌어요. 굉장히 기쁘고 뿌듯하고 감동적이었죠. 마을극장이 문을 열고 개관페스티벌을 벌일 때는 마을 자체가 흥분상태였다고 할까요. 잠깐 지나쳤던 마을 사람들의 끼를 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나 알게 된거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마을극장은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풍물, 연극, 사진, 이야기, 영상, 밴드 등 마을의 다양한 문화동아리를 네트워크화하고, 어떤 판을 벌일까 기획네트워크도 꾸리고 있다. 이것들은 단지 마을극장을 채우기 위한 활동만은 아니다.

 "성미산마을공동체의 문턱을 낮춘 것은 되살림가게나 한땀두레같은 곳이죠. 우리 마을극장도 누구나 올 수 있고, 누구나 설 수 있는 그런 곳이 되어야 해요."

 김지연 씨는 자칫 동아리 문예발표회장이 될 수도 있는 마을극장의 역할론을 펼쳤다.
 "대학로에 있는 소극장과 다른 점이요? 주민들이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펼쳐지나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슬리퍼 끌고 반바지 입고 내려와 앉고 눕고 서서 함께 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 스스럼없이 내 생활 속에 이미 물들어버린 곳이 되었으면 하죠. 심리적으로나 거리적으로 친근감이 있는 마을극장이랍니다."

 마을 사람들이 꿈꾸는 대로 성장할 마을극장, 공장장이라 불리는 '짱가' 유창복 대표는 말한다.

 "공연은 눈에 보이는 부분일 뿐이죠. 그 안에 담긴 소통과 창조는 엄청납니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겪은 에피소드, 눈물, 웃음, 관계가 이 마을을 유지하는 최고의 힘입니다. 그 힘이 더욱 커지도록 마을극장은 또 하나의 힘을 보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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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② - 성미산학교

 2003년 5월에 대안학교 만들기 준비모임을 가진 이래 2004년 9월 4일에 첫 입학생을 맞이한 12년제 도심형 생태 대안학교 성미산학교(성산1동 소재). 성미산마을의 상징으로 현재 145명의 아이들이 매일 등하교를 하고 있다. 고등과정은 내년에 개설될 예정이다.

 성미산학교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든 학부모들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필요에 의해 세운 학교로 주민추진위원회와 교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교의 방향, 목표, 프로그램까지 다듬어 탄생시킨 대안학교다.

 성미산학교는 비인가 학교로 입시와 경쟁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나 생태, 환경을 배운다.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사람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명상과 성찰, 기획과 기록 그리고 평가, 독서의 생활화, 미디어 교육은 기본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도 시 공부, 우리말 익히기, 손끝활동, 협동적 예술교육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교사들이 직접 구성하고,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학부모들이 직접 진로교육에 나서고 뜨개질 등 생활교육에도 학부모들의 참여가 높다.

 성미산학교 제2대 교장인 박복선 교장은 "수업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이뤄지며, 같이 하는 작업이 많다"고 말한다. 학교수업도 짜여진대로 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운영, 재미있는 영화제가 있으면 같이 가서 관람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수업이 된다고 설명한다.

 대안학교가 대부분 산속이나 시골에 위치해있는 반면 성미산 학교는 도심형으로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사람들을 성미산마을로 이사 오게 하는 힘을 가진 유명한 학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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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에만 있는 특별한 공간들 ③ 마을카페 '작은 나무'


 성미산마을에도 아이들의 먹을거리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아토피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화학첨가제가 들어간 간식 때문에 늘 아이들과 싸움을 벌이던 엄마들이 직접 나서 만든 유기농아이스크림 가게가 마을카페 '작은 나무'의 전신인 '나무그늘'.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아이스크림 가게로 문을 열었다가, 아이들과 함께 온 어른들을 위한 유기농커피까지 보태지면서 아이들의 즐거운 간식공간이자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잠시 맡기기도 하고, 소식도 전하면서 명실상부한 마을사랑방이자 쉼터가 된 것. 처음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부들 5명의 출자로 시작됐지만 우여곡절 끝에 1인 경영으로 바뀌었다. 모든 재료를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미 마을의 사랑방이 된 카페는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카페주인은 시설 전부를 기부했고, 2007년부터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운영했다. 이때 카페이름도 '작은 나무'라고 바꿨다. 지금은 (사)사람과 마을이 마을 주민 8명으로 운영위원을 구성해 운영되고 있다.

 2008년 '작은 나무'가 새 단장을 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역시 마을주민들의 출자 덕분이었다. 마을의 사랑방같은 카페 '작은 나무'를 이용하고 운영을 걱정하던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내면서 기꺼이 동참했고, 70여명의 주민들과 생협 등이 힘을 보태면서 가능했던 것.

 '작은 나무'에서는 학교를 마치고 온 동네어린이들이 엄마를 기다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출출하면 우리밀 토스트와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동네 사람들이 외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주민들이 잠시 들러 수다를 떨고 가기도 한다. 더운 여름날 지친 다리를 펴고 잠시 쉬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마을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작은 문화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마을 이웃들이 모여 노래도 부르고 시도 낭독하며 작은 행복에 빠져든다. 또 마을사람들의 음반이나, 책, 만든 물건들을 전시, 판매되기도 한다.

 돌봄과 이야기, 따뜻한 정이 뚝뚝 묻어나는 마을카페 '작은 나무'는 어느새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시원한 그늘이 되고 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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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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