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마을, 대낮 세집에 한집꼴 도둑
고척2동의 한 마을에 절도 살인등 크고 작은 범죄들이 잇따라 발생,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있다. 관계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문제의 지역은 고척근린공원 서쪽 기슭과 맞닿은 일명 삼덕마을. 다세대·다가구 1500여세대가 빼곡히 밀집해있는 이곳은 최근 2~3년 사이 세집 건너 한집 꼴로 빈집이 털리고, 그것도 대부분 대낮에 이루어질 만큼 치안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최근엔 대학 2년생인 한 여대생이 새벽 귀가 길에 괴한의 흉기에 찔린 채 숨진 사건이 발생, 치안부재로 가뜩이나 불안해하고 있는 이곳 주민들의 심장을 더욱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사건발생 20일이 지나도록 범인의 윤곽은커녕 제보 전화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 실태=이곳 주민들이 제기하는 가장 큰 불안요소는 바로 고립 지형. 관할 치안민원센터(구파출소)와 순찰지구대가 모두 고척근린공원 너머에 위치해있는데다 마을 안쪽으로는 버스 한 대 지나지 않는 말 그대로 ‘외딴 섬’의 상태다.
이곳에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여·48)은 "밑도 끝도 없이 나도는 소문이 아니라 실제 우리 위층 집과 앞집, 그 위층 집이 대낮에 빈집털이범에게 당했다"며 "방범 창살도 소용없기에 아예 집 밖을 나갈 땐 통장과 지갑 등 귀중품을 갖고 다닌다"고 털어놓았다. 일 주일 간격으로 앞집과 뒷집이 연이어 털리는 경우도 발생, 주민들의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지난 3월 대낮에 도둑을 맞았다는 한 주민은 "아내가 잠깐 볼일을 보러간 사이 도둑이 들어와 온 방을 다 헤집고 현금과 수표를 훔쳐 달아났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에 마음만 상했는데 일주일도 채 안 돼 앞집이 털렸다는 얘기를 듣고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 주민 요구=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 주민 대부분은 경찰관의 거점근무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절도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절도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만이라도 상시적으로 치안을 담당할 수 있는 초소를 설치해 달라는 것.
지난달 15일 총선당일 집을 털렸다는 한 주민(60)은 "예전에도 도둑맞는 집은 종종 있었지만 지구대로의 개편 이후 부쩍 빈집털이범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순찰은 소용도 없고 단 한명이라도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으면 주민들 불안도 덜하고 도둑들도 무서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찰반응= 주민들의 치안수요는 이처럼 급증하고 있으나, 경찰당국과 관련 부서는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커녕 현행체제로도 별 문제가 없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구로경찰서 한 관계자는 "지구대별로 시간대·요일·지역별 범죄발생 빈도를 분석해 심각한 지역에 경찰인력을 탄력적으로 집중 배치해온데다 삼덕마을 관할 지구대의 경우 절도범 검거 활약상을 인정받아 서울시 표창을 받았을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라며 "경찰청 차원에서 절도 예방·검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일선 경찰관들의 노력도 병행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최근 지구대 개편 이후 급증하고 있는 절도범죄및 주민불안에 대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국가경찰체제의 큰 틀 안에서는 지역특성 및 치안수요별로 차별화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면서 강남의 경우처럼 행정관청에서 예산을 투입해 CCTV와 민간자율방범대 초소 설치 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서울시경찰청은 총선이 끝난 뒤인 지난달 19일 ‘절도범예방· 검거 결의대회’를 갖고 절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또 구로경찰서도 지난3월20일부터 올해말까지를 체감치안의 척도인 ‘절도 예방검거’기간으로 설정, 신고보상금 지급 입체적 방범활동 강화등 다각적인 종합대책을 밝힌 바 있다. <송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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