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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민과의 동행?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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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민과의 동행? 멀었다
  • 이민수(25회 구로어린이큰잔치 준비 위원장)
  • 승인 2024.05.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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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준비위원장
이민수 준비위원장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와 지방 분권을 기반으로 하는 행정이다. 굴곡진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중에 자리 잡아 온 지방자치제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을 거치며 시민의 힘으로 다시 기틀을 잡았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것처럼 주민들은 지역사회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균등한 행정 혜택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작동을 우리는 '풀뿌리 민주주의'라고도 부른다.

구로구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집권 정당의 바뀜에 따라 '소통·배려·화합으로 함께 여는 새 구로 시대'에서 '따뜻한 동행, 변화하는 구로'를 지향하고 있는데, 구로의 주민들은 구로 행정과 함께 동행하고 있다고 체감하고 있을까?
 
지난 5월 4일, 구로거리공원에서 제25회 구로어린이큰잔치가 열렸다. 구로어린이큰잔치는 구로의 마을공동체,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이 손수 준비하고 만들어 온 어린이날 축제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꾸러미를 준비하여 어린이들이 각자의 집에서나마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유지해 온 소중한 자치축제이고, 애정이 깊은 자치활동이다.

1997년부터 구로거리공원에서는 주민들이 기획한 구로어린이큰잔치가, 고척동에서는 구로구청이 주최한 어린이날 기념행사가 열리며 양 지역의 어린이들이 어린이날을 마음껏 즐기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왔다. 그런데 올해는 구청이 신도림역에서 행사를 개최하여 어린이날을 기다렸을 고척동 인근 어린이들이 졸지에 갈 곳을 잃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구청 아동청소년과는 올해 3월, 어린이날을 눈 앞에 두고 구로어린이큰잔치 준비위원회를 만난 자리에서 비가 내릴 경우에 대비해 구청은 신도림역 오페라하우스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열기로 하였으니 주민 축제도 통합했으면 좋겠다고 통보 했다. 

준비위원회는 축제를 여는 것만큼이나 축제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열정으로 이어져 온 역사를 가볍게 치부할 수 없었기에 당장 올해 축제를 구청 행사에 흡수되어(해) 여는 것은 어렵고, 내년에 모든 가능성을 열고 의논해보자고 하였다.

하지만 이후 구청 아동청소년과가 보인 행태는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구로구의회에서 반영한 민간단체 행사 지원금 500만원은 축제가 한 달도 남지 않은 4월 11일에 구로구(갑) 지역에서 개최하는 행사로 못박아 지원 공고를 내었다. 주민들이 후원을 모금하여 축제를 열테니 거리공원(구로구 을) 사용 업무협조를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구청과 관계없는 행사에 아동청소년과가 왜 나서냐고 안면몰수 해버렸다. 지방자치제, 민관협치를 논하기에 앞서 참으로 옹졸한 행정이다.

구청이 정해놓은 계획에 합류하지 않으면 어깃장을 놓겠다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시대의 행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동청소년과의 이런 몽니에도 구로구 주민, 마을공동체,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사회에서 조금은 소소하게, 하지만 따스한 축제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지난 5월 4일 화창한 날씨에 어린이큰잔치를 열었다. 다음 날인 5일에는 안타깝게도 많은 비가 내리는 중에 구청이 주최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지만,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우천시 계획이 미덥지 않았다.
 
주민들은 구청 공무원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소통하면서 주민들과 발 맞추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고척근린공원은 비를 피할 수 없으니 고척동 어린이날 행사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고척동과 인근 어린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날 행사를 어떻게 잘 할 수 있을지 함께 토론해주었으면 좋겠다.

문헌일 구청장에게도 요청한다. 구청이 많은 예산을 들여 개최하는 행사 외에도 동네에서, 골목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하여 이웃들과 함께 즐기는 축제들이 여럿 있다.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면 구청이 조언해주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계획을 세워주길 바란다. 행사장 한 켠에 주민들을 세우는 것 말고, 마을 곳곳에서 다양한 축제와 문화가 펼쳐지는 신나는 구로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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