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여름이 도착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계절마다 각기 다른 감정이 있겠지만, 저에게 이제 여름은 공포로 다가옵니다. 작년 여름의 습도와 온도를 몸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여름은 그야말로 숨이 턱 막히는 날들의 연속이었고, 올해는 대비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원하다는 침구를 새로 장만하고, 통풍 좋은 옷을 챙겨 입으며, 에어컨과 선풍기 청소도 미리 마쳤습니다. 그러나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날씨 앱을 들여다보며 온도를 확인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무력함만이 몰려왔습니다.
도심의 여름이 시골보다 더 더운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바로 도시에 가득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햇빛을 흡수하고 열을 저장해 도시 전체를 거대한 열섬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녹지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적으로 도심에서 가로수나 공원을 새롭게 조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도시의 땅은 이미 건물과 도로, 주차장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고, 그러다보니 행정도 시민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하늘만 바라보며 더위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열심히 검색을 하던 중, 미국의 '콘크리트 걷어내기(Depaving)' 운동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말 그대로 도시의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직접 걷어내는 활동입니다.
운동장, 주차장, 폐허의 귀퉁이 등 딱딱하게 포장된 공간을 사람들의 손으로 다시 흙으로 되돌리고, 그 위에 식물을 심고, 아이들이 뛰놀 공간을 만들고,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하는 실천입니다.
디페이빙의 이점으로는 열섬 현상 완화, 빗물 관리, 생물 다양성 증진, 주민 건강 개선 등이 꼽히고 있으며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이 운동이 하나의 시민운동으로 자리 잡아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전동톱과 망치를 들고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상과 실천이 서울에서, 특히 녹지가 부족한 구로 지역에서도 가능하길 바랍니다. 아파트 단지 안의 작은 휴게 공간, 공공도서관 앞 주차장, 교회 마당, 콘크리트로 덮인 골목 안 쉼터 등에서 포장을 일부 걷어내고 커뮤니티 정원이나 비를 흡수하는 작은 빗물 정원을 만든다면, 도시는 조금씩 숨 쉴 수 있게 되고 뜨거움도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지 환경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마을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네 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지만 이웃과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이라면 즐겁게 동참할 듯 합니다.
[From 편집국] 기후포럼은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책>(김영사 출판) 공부모임 주민회원들의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에 대한 주제 칼럼으로 9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 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