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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뿌리' 없는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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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뿌리' 없는 주민자치
  • 정보경(구로구마을자치센터장)
  • 승인 2021.10.15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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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의 완성은 '법제화'로부터

 

"주민이 주도적으로 주민의 대표기구인 주민자치회를 구성한다. 내가 사는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찾고, 해결력을 강화하여, 지역에 사는 이웃과 행복한 삶을 만들어간다. 주민은 행정의 파트너로 참여의 권리를 누리고, 예산집행의 권한을 부여받으며, 이에 따른 막중한 책임으로 지역의 변화를 주도한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요구되고, 마땅히 향유해야 할 권한인 주민자치의 지향점은 이처럼 분명하다.

그런데, 주민자치를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 "정확히 안다" 혹은 "쫌 안다"고 대답할 주민은 얼마나 될까?. 

1999년 읍면동 기능전환을 추진하며 동단위의 지역에 주어진 혁신과제는 동사무소로부터 행정사무를 과감히 덜어내고 맞춤형 복지서비스에 집중하되, 주민을 참여의 주체로 부상시키는 것이었다. 

여유공간에는 주민자치회관과 같은 주민자치공간을 마련하여 주민의 참여와 자치활동이 이뤄지도록 패러다임을 짰다.

52년간 불렸던 '동사무소'는 2007년 '동주민센터'라는 새로운 이름과 역할을 부여받았고 자치회관의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 의결단체로 주민자치위원회도 설치되었다.
 
"9년째 시범사업 중"

2013년 지방분권특별법에 의해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이 실시된 것은 주민자치위원회의 역할과 기능만으로는 풀뿌리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에 의해 구현되어야 할 주민화합, 주민역량강화와 자치업무, 자치단체의 위수탁 업무 등의 기능을 단계적으로 보강하여 명실공히 동단위의 자치조직화하는 시범단계였다. 

행정안전부에 만든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 조례는 전국의 읍면동에 퍼졌다.

주민은 풀뿌리자치가 펼쳐지는 마을을 상상하고, 주민 스스로 마을의 의제를 찾고 자치계획으로 수립하는 직접 참여를 경험했다. 

오늘날 국제사회의 여러나라들이 지방분권제도를 채택한 것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수요를 중앙에서 컨트롤하지 않음으로써 행정의 효율과 지역의 만족도가 비례하여 높아짐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통해 완성될 지방자치는 지방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 방식의 단체자치와 직접민주주의를 구현할 주민자치가 두 축이다.

20여년간의 단체자치에 비해 주민자치는 9년째 시범사업 중이다. 

2013년 31개동으로 시작된 시범사업은 해마다 늘어, 2020년 6월 기준으로 전국 118개 시군구의 626개동이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었고, 전국 시군구의 60%(137개)가 주민자치회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금껏 유례없는 활성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9년째 시범사업이란 딱지를 떼지 못했다. 이유는 주민자치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기 때문이다. 
 
"목표 아닌 필요"

지방분권특별법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에 의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받은 시범사업이 가능하며, 주민자치회 설치 구성 등은 따로 법률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이 30년만에 전면 개정 될 때 행정안전부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항을 행정발의했다.

지방자치를 주민중심으로 바꿔가고, 주민주권이 구현되는 여러 장치들(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청구 등)이 개정에 포함되었다. 

그럼에도 제26조(주민자치회)에 관한 내용은 전체가 송두리째 삭제되었다.

유례없는 주민자치회 시범사업 활성화로 주민의 자치의식이 고양되고, 직접 참여 방식의 주민참여가 민·관의 협치적 지역문화를 형성해가는 시점에 주요조항이 통째로 삭제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전면개정안이 통과되고 채 1달여 만에 여러 명의 국회의원이 차례로 지방자치법 일부 재개정안을 발의하였다.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주민자치회가 동단위 주민의 대표조직으로서, 풀뿌리 자치를 실현해야한다는 지향점은 동일하다. 

통째로 삭제된 조항을 통째로 복구하자는 발의안의 의미 또한 20여년간 이어온 주민자치의 활동과 역사 속에서 실패를 반면교사로, 우리만의 풀뿌리자치를 향한 믿음과 필요를 의미한다.

현재 주민자치 법제화에 대한 주민의 열망으로 전국 단위의 네트워크가 생성되어, 법제화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자치가 법제도 안에서 지방분권의 실행도구로 작동할 때, 비로소 주민이 주인 되는 자치주의가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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