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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닭의 자유 보장하는 유정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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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닭의 자유 보장하는 유정란 1개
  • 김근희 상임대표(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 승인 2021.07.23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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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옛날처럼 자연에 가까운 방법으로 생산한 고기, 달걀을, 그렇게 생산 가능한 만큼만 먹자고 하면 무리일까? 

예전에는 대부분 고기를 조금 가끔 먹었다.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귀하고 비쌌으니까.

지금은 예전보다 고기가 흔하고 값이 싸다.

대부분 고기를 자주 많이 먹는다.

식당에도 고기 메뉴가 늘었다.

값싼 고기를 많이 먹으면서, 그것을 생산하기 위해 달라진 것이 더 있다.

사육환경 즉 동물들의 삶의 질이 달라졌고, 사람들의 건강과 지구환경 문제로도 이어진다. 

어릴 적 필자의 집 마당에 닭장과 돼지우리가 있었다.

닭은 수수 알갱이 만하게 잘라진 옥수수 사료와 채소 다듬을 때 버려지는 배추 겉잎 등을 먹었고, 작은 방만 한 공간에 몇 마리 살았는데 가끔 밖에 나와 돌아다니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돼지도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서 1마리씩 살았고, 어머니는 아침저녁으로 식당에 들러 받아오는 '구정물'을 먹였다. 

지금의 가축사육환경은 동물에게 가혹하다.

비좁은 곳에서 빽빽하게 앉을 공간도 없이 살고 있는 광경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분이 '이거 외국의 사례가 아니냐?'고 질문을 하는데 이것은 한국의 이야기다. 

배터리 케이지에서 닭 1마리가 사는 공간은 A4용지보다 작은 크기에서 개선된 크기라는 것이 A4용지보다 아주 조금 더 커진 정도로 별 차이가 없다.

1평에 돼지 10마리씩 밀어 넣고 사육한다.

걷고 모래에 비비거나 땅을 파는 등 본연의 습성을 행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공장식 축산'이다.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닭이 서로 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닭의 부리를 갈아 무디게 하고, 돼지 꼬리를 잘라 서로 물어뜯지 못하게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성장이 더딜 테니, 이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사료에 항생제, 합성 항균제, 호르몬제 등 화학약품을 섞어서 먹인다.

전체 항생제 생산량의 80%가 동물에게 쓰인단다. '내가 앉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산다'고 상상해 보니 아찔하다. 

사람이 먹기 위해 기르는 가축이지만, 살아 있을 때만큼은 온전히 생명체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유럽 연합은 1990년대부터 케이지 사육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 결과, 2003년부터 신설한 농장은 배터리 케이지 설치를 제한했고 2012년부터는 배터리 케이지 시스템 자체를 금지했다.

호주, 뉴질랜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 미시간 주, 뉴욕 주 등에도 배터리 케이지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다시, 옛날처럼 자연에 가까운 방식의 농장들이 있다.

가축을 걸어 다니게 하고, 무항생제와 유기축산,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Non-GMO 사료를 먹이는 농장들이다.

달걀에 찍힌 번호의 맨 오른쪽 번호가 1번, 2번이 걸어 다니는 닭이 낳은 알임을 알 수 있고, 인증마크 등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아직은 수가 적다.

정부 정책이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어떤 것을 구입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지, 어떤 것을 장바구니에 담는지의 선택은 어떤 정책을 지지하는지 투표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이러한 농장도 늘어날 것이다. 

자연에 가까운 방식으로 지금까지 먹던 양을 감당할 수 없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귀하면 귀한대로 덜 먹어야 전체 가축 사육환경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가격이 좀 비싼 게 흠인데, 귀하게 적게 먹으면 지출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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