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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헉! 참깨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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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헉! 참깨가 사라졌다
  • 김근희 상임대표(식생활교육서울네트워크)
  • 승인 2021.02.26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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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것은 귀하게 먹고 흔한 것은 흔하게 먹자. 

참깨가 없다. 처음이다.  늘 장을 보던 매장에 참깨가 없는 것이.

작년 농사가 안 돼서다. 단골매장의 홈페이지에서 참깨를 검색하니 참깨는 안 나오고 '참기름'에 '일시중단상품'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20년도 긴 장마와 태풍피해로 인한 국내산 참깨의 극심한 작황 부진에 의하여, 참기름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참깨가 없으니 참기름도 못 짜는 거다. 올 1년은 참깨와 참기름을 못 먹게 되었다. 

조금 남은 것을 어머니의 약으로만 사용하고 더 이상 음식에는 안 넣기로 마음먹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시며 "그럼 어떻게 해?" 하셨다.

"참기름 안 넣고 들기름을 뿌려 먹고 있어요. 한참 됐어요." 참기름 안 먹는다고 큰일 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가족 모두 수긍했다. 

정말 전국에 하나도 없나 궁금해서 이곳저곳 더 찾아보니 생산량이 급감했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

생육시기에 비가 많이 와서 쭉정이만 들어차 아예 수확이 무의미한 지경이라고 여겨 2019년에 비해 생산량이 90%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는데, 지난 11월에 발표한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참깨 생산량은 6795t으로 2019년(1만2986t)보다 47.7% 줄었다.

통계청 자료에서 볼 수 있는 1980년 이래 가장 낮은 생산량이다.

참깨는 일반적으로 수분에 약해서 비가 많이 오거나 습한 땅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고, 참깨 꽃이 지고 꼬투리가 생길 때 날씨가 좋아야 열매가 튼실한데, 2020년 우리나라에는 이 시기까지 장마가 길어지면서 깨의 알이 차지 않아 생산량이 급감한 거다. 

생산량이 줄었지만 전혀 없지 않다고 하니,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다른 사이트를 찾아봤다.

있다. 대신 값이 많이 올라 있다.

대충 봐서 예전에 구입하던 가격에 비해 1.5~2배 정도 된다.

수입물량이 많이 들어 올 것 같다. 내 코가 석자지만, 수입제품에 밀려서 적은 생산량마저 다 못 파는 건 아닌지 생산자 걱정이 된다.

그래서 점점 더 생산농가가 줄어드는 건 아닐지도 염려된다. 

마음을 바꿨다.

줄었지만 생산량이 있는 것을 알았으니, 조금은 먹기로 했다.

참깨랑 참기름은 비싼 재료라서 원래도 조금씩 귀하게 사용했지만, 지금은 더 귀해졌으니 아주 더 아껴서 가끔 조금씩 먹을 작정이다. 

이 땅에는 찹쌀보다 멥쌀이 흔하다.

고기보다 채소가 흔하고, 참깨보다 들깨가 흔하다.

지구를 닮은 인체를 자연의 비율에 맞추어, 귀한 것은 귀하게 흔한 것은 흔하게 먹을 일이다.

긴 장마로 생산량이 줄어 든 것은 참깨만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콩, 녹두, 고추 등도 마찬가지다.

작년보다 귀해진 것은 귀해진 만큼 귀하게 먹어야겠다.

날씨가 좋아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해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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