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6-09-05 19:35 (토)
[구로동 이야기127]'정치의 계절'
상태바
[구로동 이야기127]'정치의 계절'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03.18 18:53
  • 댓글 0
  • 지면기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이 철인 모양이다. 온 나라가 공천을 앞두고 들썩거리고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영예를 얻을 것이고, 누군가는 쪽박신세가 될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시절이다.

내가 전화를 한 것은 단순히 아이들이 편히 치킨을 나눠먹을 수 있는 넓은 장소를 필요했기 때문이다. 토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점심을 어떻게 먹고 싶은지 물은 게 시작이었다. 두서너 명은 김치볶음밥, 네 명은 만두, 그 나머지가 두 종류의 치킨으로 아이들의 의견은 갈렸다. 오전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오후에는 혜화동에 있는 과학관까지 갈 요량이어서, 점심은 시장에서 사먹고 가자 싶었는데 아이들 의견이 이렇게 갈릴지는 몰랐다. 딴에는 요령을 부린다고 치킨을 사들고 먹고 갈 장소를 구하려다 A씨에게 전화를 걸 생각을 했었다.

A씨도 문득 내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선뜻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면서 자기도 마침 할 이야기가 있으니 겸사겸사 잠깐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온 A씨는 내 얼굴을 보더니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구로(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해 없어진 진보정당의 당원이었는데, 올해 그 진보정당을 다시 세우기도 하고 또 그런 사실을 알리기도 할 겸해서 국회의원으로 나올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A씨가 자신의 결심을 전하는 분위기는 묘했다. 조금은 어색하게 이해를 구하는 듯 소식을 전하기에 나 역시 살짝은 내가 특별히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가 뭘까를 의아스러워하며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A씨는 보통 사람들이 나서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로 하였다고 자신의 결심을 밝혔다. 사실 스웨덴 등의 정치선진국에서는 그런 민주정치가 실현되고 있다고 하니, A씨의 출마를 그렇게 어색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어쩌면 더 어색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너무나 보통 사람인 A씨가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무래도 불편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그렇게 선출직에 후보자로 나서는 것은 공중에 자신을 내던져 판단을 받는 일인데, A씨가 그런 용기를 낸 것이 새삼 감탄스러웠다. 나 같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일이다. 무엇이 A씨에게 그런 용기를 불러 일으켰는지 쉽게 납득은 되지 않았다.

알랭 드 보통은 뜻밖에 인간이 그런 정치적 행위를 하는 이유로 사랑을 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지목했었다. 힘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런 원인으로 사람들은 힘들지만 권력의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는 것이다. 권력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과는 모두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고, 그들의 말은 행여 하나라도 흘려들을까 수첩에 꼼꼼히 메모를 해가며 귀를 기울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런 대접을 받으며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이 모든 이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헷갈리기 쉬울 것 같다.

물론 이런 사랑은 이해관계에 바탕을 둔 것이다. 사랑은 사랑이되 참 사랑은 아니다. 그 사랑은 권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아니라, 권력 그 자체를 향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면 가차 없이 사랑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만으로 정치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 정치를 한다는 발상은 너무나 순진하고 낭만적이어서 실은 살짝 의심스럽기도 하다. 총선을 앞두고 연일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들을 보면 그 살벌함이 가히 끔찍스러울 정도로 느껴질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그런 노골적인 욕망들이 들끓으면서 유권자들은 더욱 뒷전으로 밀려난 기분이다. 우리가 함께 정치를 하지 않는 한 이런 정치에는 별로 희망이 없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