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시 더 먹어 더, 부엌에 엄청 많애."
맛깔스런 오이무침 소복이 얹은 시원~ 새콤달콤한 항동 할머니표 냉면. 항동경로당에서 매달 열리는 노인회 총회 때마다 손맛 정성 듬뿍 담아 절기음식 한 가지씩 손수 만들어 드시는데 지난 17일(화) 총회에는 "면발처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고 여름 대표음식 냉면 선택하셨다.
이날 부엌당번 맡으신 할머니들은 일찍부터 육수 끓여 냉장고에 얼려놓으랴, 전 굽고 오이채 무치느라 벽에 등 기댈 새도 없이 분주하시다.
아흔 고개 넘었거나 가까운 '형님'들을 위해 여든 초반의 '아우님'들이 두 팔 걷어붙이셨다. "아이고 맛나", "잘 했네", "솜씨 좋다". 상 위에 냉면 그릇 오르기 무섭게 후루룩 말아 드신 '형님' 할머니들 감탄 연발이시다.
고기고명도 무초절임 안 들어간 소박한 가정식 냉면인데 진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넌지시 육수비법 물어보는 기자에게 "며르치, 다시마, 무우… 넘들 넣는 거 다 넣재, 별거 있나" 하시며 살짝 알려주실 것 같다가도 더 깊게 캐물으면 "그건 항동 비법이여, 안 가르쳐줘" 하시곤 할머니들 '까르르' 박장대소하신다.
사업시행자인 SH공사의 자금난으로 보상절차가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는 항동보금자리주택지구. 현재 항동에는 노인회 회원을 포함해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60여분이 사신다.
마을에 350년 전 뿌리 내린 김해김씨 문중 어르신들과 소싯적 타지에서 이주해 오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이곳 항동마을은 얼마 남지 않은 여생 함께 어울려 알콩달콩 재미나게 사시다가 훗날 뼈 묻고 싶은, 마음에 사무치는 '고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