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1총선이 끝난 후 투표현장에서 제19대 국회의원들에게 바라는 지역유권자들의 소리를 들어봤다. 유권자들은 한국사회 최대 현안인 서민경제 살리기를 비롯해 복지, 보육, 교육 등의 공약이행, 그리고 일꾼으로서의 겸손한 자세와 태도를 요구하는 주문까지 갖가지 바람과 기대를 쏟아냈다.
"서민 살맛나는 정책이 최고"
오전 9시 구로1동 4투표소가 차려진 구일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구일축구회 회원 박종철(55) 씨는 마을의 해묵은 현안에 대한 속 후련한 해결을 주문했다. 박 씨는 "이곳 주민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바로 철도차량기지 이전"이라며 "이것만 제대로 해낸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같은 축구회 회원 안혁기(50) 씨는 서민경제 살리기를 첫 손에 꼽았다. 안 씨는 "구로1동에는 중하위층 서민들도 많이 살고 중소형 자영업자들도 많이 사는데 다들 살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며 "제발 열심히만 살면 잘 살 수 있도록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 서민이 살맛나는 정책을 개발하는 게 첫 번째 책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요구도 쏟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구로4동 3투표소인 두산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전재호(38) 씨는 "지금은 나라경기가 너무 안 좋아 위축된 경기를 풀어내는 것이 급선무"라며 "특히 나라 안에 돈이 돌려면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정책이 우선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척2동 제1투표소인 덕의초에서 만난 김봉심(82) 어르신은 팍팍하고 고된 삶의 이야기를 한참 풀어놓은 뒤 자신의 문제를 가슴으로 진정 이해해주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국회의원이 탄생하길 바랬다. 김 어르신은 "아들이 2년 전 담석증을 앓은 이후 일도 못하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병원도 못 가는 신세"라며 "우리아들이 일터도 가질 수 있고 무료 치료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문화복지시설 확충 시급"
체감복지지수를 높여달라는 주문도 잇따랐다. 몸이 불편한 딸(20)의 생애 첫 투표를 도우러 함께 투표소에 나온 이경자(55, 궁동) 씨는 "복지에 예산을 많이 쏟는다는데 솔직히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는 피부로 느끼기가 힘들다"며 "구로에는 장애인학교가 2곳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가 많이 부족한데다 특히 장애인의 자립과 세상 밖 나들이를 돕는 콜벤이 6~7대뿐인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천왕동 천왕이펜하우스에 새로 입주한 지역유권자들은 문화복지시설 확충을 첫 손에 꼽았다. 천왕초 투표소에서 만난 이영우(41) 씨는 "이곳에 이사해 와서 살다보니 도서관, 체육관, 청소년을 위한 문화공간 등 문화복지시설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며 "이 지역에 거주하는 30~40대 유권자들은 앞으로 지역공약사항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기에 당선자는 앞으로 진지하게 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에서 만난 권정섭(35) 씨도 같은 바람을 전했다. 권 씨는 "이 지역은 아침 출근길 차량정체가 심각한데다 약국과 병원, 슈퍼마켓 등 생활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며 "지역현안 해결뿐 아니라 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성실한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역기반 잊지 말길"
공약실천에 대한 목소리도 컸다. 점심시간 무렵 어머니와 함께 오류1동 오류초 투표장을 찾은 박정인(41) 씨는 "그동안은 공약을 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집중적으로 공약을 봤다"며 "(내가 지지한 후보가 당선된다면) 4년 뒤 해당공약을 제대로 지켰는지 꼭 확인할 것이고, 만일 지켜지지 않았다면 더 이상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구로4동 1투표소인 구시설관리공단 앞에서 만난 양숙자(77) 어르신은 "집들만 빼곡히 들어선 이 동네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 쉴 곳도 없어 늘 길가에 앉아 노는데 선거 때만 뭐 해준다, 뭐 해준다 말하지만 선거 끝나면 뭘 해줬는지 알 길이 없다"며 "하겠다고 말해놓고 공약실천 안하는 그런 거짓된 행동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역에 뿌리내린 구로의 국회의원을 바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구로3동에서 나고 자란 이혜령(32) 씨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지역의 국회의원이면 지역기반을 잊지 않고 지역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한번 뽑히고 나면 중앙에 자기 이름 알리는데 급급해서 지역에 충실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본다"며 "이번 당선자는 나라 일뿐만 아니라 지역 일에도 충실해서 구로에서 살고 있는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년 내내 유권자 무서워하길"
투표소에서 막 투표를 끝낸 지역유권자들이 가장 많이 쏟아낸 요구는 국회의원의 자질과 태도였다.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혁신 없이 상대 탓하기에만 혈안이 된 최근의 정치상황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편상국(43, 오류1동) 씨는 "물가가 올라 시장가기도 겁나고 아이들 양육비 걱정에 힘도 들어 이번에는 서민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하려고 투표장을 나왔다"며 "모든 후보들이 서민, 서민 외치는데 제발 선거가 끝난 후 국회에 가서도 말 바꾸지 말고 서민위한 정책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생애 첫 투표에 나선 나새나(20, 궁동) 씨는 "TV에서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을 많이 봤는데 왜 싸우는지 내막은 잘 모르겠으나 그런 모습들은 검은 세상에서나 일어나는 일 같다"며 "국회의원이라면 싸움 없는 하얀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 사람들인데 제발 싸움 좀 그만하고 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오류1동에 이사 와서 구로갑지역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 처음 투표를 한 정진희(33) 씨는 "새로 뽑히는 국회의원은 철학 없이 흐름에만 끌려가지 말고 정의감을 갖고 자기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당찬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출근을 서두르던 김은경(34, 구로4동) 씨는 "이번 당선자는 유권자들이 한 표 한 표 찍으면서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걱정하는지 좀 제대로 알아챘으면 좋겠다"며 "이기면 자기들이 잘난 줄 알고 져야지만 유권자 무서운 줄 아는데 당선되어서 일하는 4년 내내 유권자를 무서워하는, 늘 긴장하는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