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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협치와 돌봄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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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협치와 돌봄윤리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8.08.17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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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아이들과 캠프를 다녀왔다. 맹렬한 태양을 피해 그야말로 피서를 다녀온 것이다. 비용도 무섭고 아이들 돌보는 일도 만만치 않아 늘 1박2일의 아쉬운 캠프였는데, 올해는 2박3일로 조금 여유 있게 다녀왔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간이 수영장이 딸린 널찍한 집에 자리를 잡고 먹고, 놀고, 자고 딱 세 가지 활동만으로 2박3일을 채웠다. 


그런데 그만 아이들 둘이 돌아가며 열이 나고 앓아눕는 일이 생겨버렸다. 첫 날 열이 났던 아이는 멀쩡히 잘 도착해서 물놀이까지 한바탕 신나게 했는데, 그만 얼굴이 벌게지더니 몸을 떨며 자리를 펴고 누웠다. 보호자들께서 알고 계셔야겠다 싶어 전화를 드렸더니 캠프를 간다고 지난밤부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흥분을 좀 했었다고 한다. 그런 몸에 물장난을 하고 무리를 한 것이 아마 동티가 났던 모양이다. 교사들이 긴 밤을 염려해서 잠깐씩 깨서 아이를 살피기로 하고 곁에서 재웠다. 해열제 한 알에 그런 보살핌이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날 아이는 툴툴 털고 일어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잘 놀았다. 하루 종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온 몸은 뻐근하고 삐걱거리지만 돌봄 현장에서는 돌보는 사람의 평안은 늘 뒷전이다.


캠프 내내 태양의 기세는 매서웠다. 도저히 수건이라도 뒤집어쓰고 나서지 않으면 젖은 옷을 입는 대로 둘둘 말아 팽개치고 온 아이들 옷을 빨랫줄에 널어 말리려 마당을 나설 용기도 안날 지경이다. 
아이들도 그런 맹렬한 기세에 저절로 조심이 되는지 물놀이를 갈 때마다 선크림을 발라달라고 하는 통에 가지고 갔던 선크림은 금세 바닥을 보였다. 기후 문제가 정말 큰 일이 되겠구나 새삼 느끼며 앞으로 다가올 일들 생각에 잠시 소름이 돋는다.


무사히 캠프를 마치고 더운 날 캠프를 하고 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인이 서울시의 모 구청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폭염 쉼터를 구청 강당에 마련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폭염 쉼터를 마련하는 것까지야 했는데,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개별 텐트까지 쳐놓고 세심하게 돌봄을 받는 사람들을 살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진다. 


'아니, 그 구청장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셔서 그렇게 세심히 마음을 쓰시는 정책을 내신 걸까?' 본 적도 없는 남의 동네 구청장을 상상하며 잠시 감탄스러운 마음에 젖어본다. 같은 동네인지는 모르겠으나 학교 운동장 하나를 아이들 물놀이장으로 만든 구도 있다고 하니, 돌보는 마음이 잘 배여 있는 정치는 사람을 살맛나게 하는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러고 보니 입맛이 쓰다. 캠프를 다녀오느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지난 선거기간 동안 요구했던 협치와 관련하여 구와 의견을 나누었던 것으로 안다. 협치란 돌보는 위정자와 돌봄을 받는 시민들이 함께 힘을 합쳐 자치와 자율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도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가 어떤 처지와 생각인지 특히 위정자의 입장에서 배려하지 않는다면 협치는 어렵다. 
돌봄 윤리가 내장된 정치가 필요한데, 아직 그 거리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더운 바람이 가시면 새로운 바람이 올 터이니, 늘 시대는 앞으로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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