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13 11:32 (월)
[지방재정들여다보기 16_공무원제도] 고위직도 개방형 임용 시급
상태바
[지방재정들여다보기 16_공무원제도] 고위직도 개방형 임용 시급
  • 송병춘 변호사
  • 승인 2017.01.16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관적 공정한 평가보다 충성도 경쟁이 승진 좌우

공무원의 책임은 정치적 책임과 계약 책임(또는 법적 책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정치적 책임은 선출직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것이고, 계약 책임은 선출직 공무원을 보조하는 임명직 공무원에게 요구된다. 임명직 공무원들은 시민이 선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계약위반 또는 위법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신분을 박탈당하거나 징계 등 어떠한 불이익도 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명직인 일반직 공무원들은 시민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고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으나, 능동적인 행정행위를 기피하고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봉사하지 않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공무원들 중에는 오로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만 선출직이다. 예컨대 미국의 뉴욕주 같은 데서는 주지사만이 아니라, 감사관, 검사장, 옴부즈만을 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판사도 주민이 직접 선출하거나 적어도 재임용 시에는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일단 선출되면, 기왕에 근무하고 있던 공무원들의 조력을 받아 정부를 운영해야 한다. 비서실 직원을 비롯한 일부 공무원들을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는데, 이들은 정무직 공무원, 또는 임기제의 계약직 공무원이다. 임명직 공무원 중에는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이 있고, 임기가 정해져 있는 계약직공무원이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한번 임용되면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정년을 보장받으며, 호봉제가 적용되어 매년 급여가 인상된다. 하위 직급에서는 9급 또는 7급으로 임용되었을 경우 5급으로 승진할 때 평가를 받게 되지만, 그 외에는 대체로 연공서열이 적용되어 순차적으로 승진하게 된다(9급 1호봉의 기본급이 1,393,500원인데, 6급 32호봉이 4,011,300원으로 약 2.9배에 달한다). 그리고 5급 이상의 상위 직급에서는 3급(지방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국가공무원)으로 승진할 때 평가를 받는데 5급부터 시작하는 행정고시 출신들은 거의가 3급 이상으로 승진한다(5급 1호봉이 2,338,800원이고, 1급 23호봉이 6,460,600원으로 약 2.8배이다).

따라서 일반직 공무원들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승진과 관련될 때에만 의미를 가진다. 즉,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면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일반직 공무원들은 한번 임용되면 수십 년 간 한 기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그 기관의 터줏대감이 된다. 전보가 되더라도 그 기관 내에서 순환보직이 이루어지고, 결국 구청이나 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한 집안 식구처럼 된다.

이렇게 인간관계로 맺어진 관료조직은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서 매우 배타적으로 된다. 외부인사는 낙하산 인사, 뭔가 인사 특혜를 받은 함량 미달의 인사로 배척당하고 인사나 보수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는다.

특히 임기제 계약직 공무원들에게는 재임용의 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임기가 종료되면 당연히 공무원 신분을 상실하게 되며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심사를 거쳐 재임용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정무직 공무원이야 기관장의 신임을 상실하면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지만, 일반직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서까지 재임용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심히 일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것이다.

단체장은 자신의 공약 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그 일에 적합한 인사들을 공무원으로 임용하고 싶지만, 승진과 요직에 목을 매달고 있는 일반직 공무원들은 단체장의 이러한 인사권 행사에 저항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일반직 공무원들은 방대한 행정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 내지 이해집단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은 시책사업의 추진을 위해 일반직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여론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무원 집단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비록 승진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무원 집단의 이해관계를 건드리지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될 수 있을 뿐이다.

문제는 단체장의 인사권이 승진을 목전에 둔 공무원들에게만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공무원들에게는 단체장의 인사권이 별 관심사항이 아니다. 물론 단체장의 인사권은 자유재량이 아니며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공정한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가 항상 문제가 된다.

순환보직 역시 문제다. 단체장의 관심사업을 보조하는 부서 외에는 승진 기회가 거의 없고, 따라서 그 자리에는 승진을 기대하는 공무원들이 몰려들지만, 다른 부서는 한직이 된다. 물론 인사부서, 예산부서는 언제나 요직이고 이들 부서에 배치된다는 것은 승진을 예약하는 것과 다름 없다. 단체장은 이들 부서의 도움 없이 인사권을 행사한다든가 예산을 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순환보직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요직에 있다가 승진하는 사람이 빠져 나가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연달아 자리 이동이 발생하는데, 이런 자리이동 현상이 무려 1년에 두 번씩이나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잦은 자리 이동 때문에 특정한 공무원이 한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는 기간은 1~2년을 넘지 못한다. 자연히 어떤 시책을 추진하다가 미처 마무리를 못하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결국 업무 추진에 대하여 평가하고 책임을 묻기조차 어려워진다. 승진 경쟁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에 기초한 경쟁이 아니라 충성도 경쟁이 된다.

순환보직의 문제점은 고위직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장, 과장급은 단체장의 권한을 위임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요한 의사결정을 스스로 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직위에 있는 고위직 공무원들까지 순환보직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책임성 차원에서 심각한 결함이라고 할 것이다.

최소한 국장, 과장급의 고위직에 대해서는 임기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하여 계약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미 개방형직위 제도를 도입하여 고위공무원단으로 임용할 수 있는 직위의 20%까지 개방형직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 다음 정부에서는 유야무야 되었고,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였다. 사실 고위공무원을 개방형직위로 임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고시 제도이다. 정부기관의 고위직을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거의 독식하고 있고, 정무직인 장·차관까지 이들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