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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환기구' 후끈...앗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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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연 환기구' 후끈...앗 뜨거
  • 김경숙 기자
  • 승인 2016.09.05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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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림 비상대책위 준비 모밈 주말 저녁 주민400여명 참석
▲ 토요일이던 지난 8월27일 저녁 신도림환기구 비상대책위 2차준비모임에 참석한 400여명의 신도림동 주민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환기구설치와 관련한 서울시와 구행정기관, 정치인에 대한 주민들의 매서운 자유발언이 잇따랐다.
주민도 놀라고, 지역정치인도 놀랐다. 적어도 토요일이던 지난 8월27일 밤 8시부터 10시반까지 무려 2시간 반동안 열린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신도림환기구 비상대책위2차 준비모임현장은 그랬다.
 
신도림1차 푸르지오 대강당에서 열린 이날 비상대책위 준비모임에는 '모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신도림동 주민 400여명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 강당 안팎을 꽉 채웠다.
 
대형 '매연 환기구' 설치공사 진행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참석한 주민들은 두시간 가까이 이어진 질의응답과 자유발언을 통해 때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때로는 매서운 질책으로 어린 자녀들을 비롯한 가족 건강에 대한 우려와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주민들은 생업에 바쁜 주민을 대신해 정책을 만들고 면밀히 검토해야 할 지역정치인들의 책임감과 능력을 믿고 있었는데 '몰랐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놀라움을 나타냈고, 지역정치인들은 주민들의 차가운 불신과 거센 반발에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현장에는 이성구청장과 박영선 국회의원, 조규영 시의원, 박종현· 박칠성· 이호대·최숙자 ·박종여 구의원 등 지역정치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비상대책위 제2차 준비모임 현장=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주말 밤 신도림 1차 푸르지오 대강당을 찾은 신도림동 주민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아파트 밀집지역의 특성을 반영하 듯, 연령대도 2,30대부터 50대 전후까지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었고, 남성들 참석율도 높았다.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착공된 금천IC(금천구)부터 성산대교 남단(영등포구)의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구간 중 신도림동쪽에 한창 공사 중이던 것이 지하터널내 매연배출용 대형 환기구(높이 9m, 지름 11m)설치 공사이며, 이 위치가 신도림고등학교 등 학교와 아파트단지에서 불과 200, 300m의 인접거리 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상세한 설명과 대책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 모인 것이다.
 
용마터널 오염물질 등이 건강에 미치는 환경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상 '환경의 역습'에 대한 시청을 하고 난 주민들은 자유발언과 질의 등을 통해 환기구와 관련한 생각이나 의견들을 가감 없이 펼쳐놓았고, 주민발언이 이어질때마다 다른 많은 주민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발언과 질의에 나선 주민은 15명 정도에 달했다.
 
자유발언을 통해 나온 주민들의 목소리는 '백지화'쪽으로 많이 쏠려 있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한 주부는 "정치인들이 우리의 생각과 너무 다르다"며 지역정치인들에 대한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두분은 계속 개선안을 찾으려 하고 있는데, 백지화에 촛점을 맞추어 출발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하자 다른 주민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60대 전후의 한 주부는 서부간선로 지하화 10km 구간에 설치하려고 한 환기구 두 곳 모두 구로구(신도림동, 구로1동)에 설치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박영선 의원과 이성구청장이 능력없는 것이냐, 발전 안되는 구로구 더 안좋게 하는 것이냐"고 직격탄을 날리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환기구 설치 관련 주민설명회개최에 대해 주민들이 제대로 알수 있도록 홍보를 했는지는 물론  서울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도 도마에 올랐다.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주부는 " 2014년 9월 주민설명회를 했다고 해서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소장에게 관련 문건에 대해 물었으나 모른다고 했고, 입주자대표회장도 처음이라했다"며 "주민설명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내야 할 공무원은 누구에게 무엇을 알리려 했는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또 지하터널 통행료 2700원을 받는 민자사업으로 진행하면서 돈을 더 들인 성능 높은 저감장치를 왜 설치하도록 하지 않았는지, 지하터널까지 뚫어서 얻는 효용성이 뭐가 있느냐며 서울시 관리감독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참석주민들이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지역정치인들의 각성과 책임을 촉구하는 따가운 질책도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쌍둥이 아빠로 육아휴직중이라고 밝힌 30대 주민은 이날 모임보다 두시간 앞서 동주민센터에서 열렸던 박영선 지역국회의원(구로을) 주최 주민설명회 현장을 거론하며 "주민설명회 때 우리 구청장이 맞나, (환기구 시공업체) 현대건설을 대변하러 나왔나 깜짝 놀랐다"며 "구청장은 우리 대신 행정 일을 보는 분인데, 아까 뵌 분은 그런 역할을 하는 분이 아니었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 주민은 "정치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가슴에 새기고 제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국회의원은 우리 대신 입법활동 하는 분이니, 오늘 국회에서 할 일을 알았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정치인에 기대하는 역할을 짚은 뒤 이번 사태로 드러난 법적 취약점등을 보완하는 입법활동을 촉구했다.
 
자유발언 이후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어갈 위원장선출을 통해 이날 사회를 봤던 비상대책위 준비모임의 주민 송영덕(45, 법무사)씨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참석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속에 위원장으로 선출된 송 영덕씨는 신도림 환기구설치 문제와 관련해 "주민에게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어야 하는 것이므로 정치인으로서 책임 통감해야 한다"며 지역정치인의 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뒤 "비상대책위원들이 정치인들과 협력해 이 일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시간 가까이 비대위에 참석한 주민들 발언을 들은 박영선 의원은 앞으로 나와 "(몰랐다) 저도 화가 나고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그래서 서울시를 찾아가 한시간 반동안 기다렸다가 관계자를 만나 공사중단을 요청했고, 그에 따라 공사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비상대책위나 주민들의 따가운 지적이 이어졌던 주민설명회 개최와 관련해서는 "비상대책위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이 설명회를 요청해서 하게 된 것"이라며 "비상대책위 회의를 방해하려던 의사가 있던 것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또 주민들의 의견과 서울시, 신도림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성 구청장은 이날 "나중에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현재보다 더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가 주민들의 반발만 샀다. 저감장치의 터널내 대기오염물질 처리수준이 40% 정도라는 점에 대해 분노하고 있던 주민들은 구청장의 이같은 말이 나오자 '안됩니다'라며 강력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뒤이어 이에 대한 한 주민의 반박이 이어지자 신도림동의 주민, 전문가등과 충분한 협의를 해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하러 앞으로 나온 이성 구청장이 사회를 보던 송영덕위원장에게 마이크를 달라고 하자 마이크를 주지말라고 주민들이 거센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 향후 신도림 환기구 비상대책위 활동= 송영덕 위원장은 향후 대책위 활동계획에 대해 구로1동에서도 환기구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되는 대로 환기구비상대책위와 비상대책위 추천 전문가, 서울시, 구로구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불법성 여부에 대한 검증부터 우선 해나가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로1동비상대책위원장은 빠르면 이번주 초 쯤 선출될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림 비상대책위는 이와관련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는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 신도림동 주민들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 중 하나가 신도림고등학교와 환기구 공사간의 이격거리가 229m와 135m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어서, 이에 대한 정확한 실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 주장대로 135m라면, 환경보건법 적용(200m이내 제한)을 받기 때문에 현재 환기구 위치는 잘못 지정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서울시의 환경영향평가에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에 대한 평가만 들어있을 뿐 초미세먼지와 벤조피렌등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각종 발암물질에 대한 평가항목이 누락되어 있어 환경영향평가 재실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함께 현행법상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주택밀집지역에 초미세먼지나 발암물질을 배출하는 이같은 거대'매연 굴뚝'이 규제없이 설치될수 있게 돼있어 입법 공백이 있는 대심도 도로공사와 관련한 환경 규제법안 입법을 강력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도림비상대책위는 이와함께 주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환기구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주민 조직력을 확대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달말까지 학교 아파트 직능단체등 신도림동내 다양한 관계자와 각 분야 전문성 있는 주민들로 탄탄한 네트워크력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을 구축할 계획이다.
 
가족 건강과 안전한 주거환경을 지키기 위해 행정이나 정치권보다 더 전문적이고 더 치열한 전례없는 '주민들의 역습'이 구로에서 시작 된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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