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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 수상한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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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 수상한 의문점
  • 조하연(배꼽빠지는 도서관장)
  • 승인 2012.09.24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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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교육 집담회를 다녀와서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  혁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혁신교육지구' 구로지역 의견수렴을 위한 집담회 참석을 앞두고, 혁신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혁신, 혁신"을 중얼거리며 구청 1층을 지나 회의장으로 가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낯익은 목소리, 텔레비전 속에선 안철수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의 충돌! 교육혁신을 앞둔 지금의 모습과 참 닮았구나 생각하며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혁신교육지구의 제안 배경과 추진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으로 회의는 시작됐다.


 '마을이 학교다'의 정신을 근간으로 지역사회와 교육이 함께 소통하겠다는 의도와 기존 교육의 프레임 교체를 통해 행복한 교육을 꿈꾸겠다는 이상적인 과제는 그 자체로 설렘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혁신교육지구를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의 내용은 '혁신'과 거리가 멀어 보였다. 바꾸어 새롭게 하려는 혁신의 의지 속 주체가 수상했다.


 시간 부족, 하향식 형식의 문제점, 지역사회와 원활한 소통 부족 등의 문제점을 인정했지만 '과연 이 문제점들이 수상한 의문점을 해결해 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문제라 여겨졌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소통하려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며, 진정 이 논의에 주체가 될 아이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성태숙 선생님은 '혁신'의 근간부터 다시 새롭게 논의되어야 함을 온몸으로 얘기했다.


 김종욱 시의원의 발언처럼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처음부터 학생 주체를 가운데 두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역사회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치열한 과정이 꼭 필요하다 여겨진다. 충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이들이며,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행복을 만드는 힘은 현 추진계획안에 드러난 주체, 즉 교사들의 처우 개선은 아닐 것이다.


 회의에 함께 갔던 일곱 살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무슨 회의야?"
 "행복하게 학교 다닐 방법을 어른들이 고민하는 중이야."
 "학교에 가면 행복해?"
 "그래야지, 행복해야지"
 덜컥 겁이 났다. 실망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구로1동에서 4년간 홀로 민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도서관에서 만나온 마음이 여리고 아픈 수많은 우리아이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떠올려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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