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왕동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2월부터 철거용역업체가 천왕동 교정부지 예정지에 들어와 보상을 마치고 나간 빈 집을 밤 시간을 이용해 철거하기 시작하더니, 지난 4월 20일부터 본격화하고 있다며 거센 반발에 나서고 있다.
빈집 철거에 떨고 있는 주민
철거업체와 한바탕 몸싸움을 벌인 지난 24일(금) 오전, 60대 천왕동 할머니들은 누군가 버린 목재가구 하나를 마을 입구에 세워놓고 더 이상 철거업체나 구청, 토지공사 직원들의 출입을 방관할 수 없다며 온몸으로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몸싸움을 한 철거업체 관계자 6명은 이들 천왕동 주민들로부터 2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그 안에서 주민들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철거업체 담당자가 나와 주민들에게 명함을 나눠주며 일정에 따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해왔다.
천왕동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유순덕 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주변 집 한두 채가 사라진 것을 보고 기가 막혔는데, 며칠 전부터 그 속도가 빨라지더라고요. 그러더니 오늘 아침엔 사람들이 뻔히 보고 있는데도 집을 부수기 시작했어요. 우리더러 이런 동네서 어찌 살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철거업체 담당자는 "우리는 소유권이 이전된 집만 먼저 정지작업을 하고 있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은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사람 살고 있는 동네에서 옆집이 철거되면, 쓰레기더미에 관리가 안되니 살기 힘든 환경이 될 뿐만 아니라 암묵적인 압박과 공포가 조성된다며 천왕동 주민들을 너무 무시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소속과 이름도 밝히지 않고 배회만 하는 몇몇 외부 사람들을 보며 "그 무섭다는 철거용역 깡패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그들은 기자의 요청에도 끝내 소속을 밝히기는 커녕 천왕동에 온 이유에 대해서도 함구로 일관했다.
첫 시추-주민반발로 무산
이날은 특히, 교정부지 예정지에 첫 시추작업 차량이 들어와 주민들은 더욱 놀란 가슴을 쓰다듬었다. 시추작업 차량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3시간 실랑이 끝에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작업지에서 쫓겨났다. 더군다나 주민들은 이 시추작업차량이 새벽에 몰래 들어와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토공과 구청 측의 움직임에 혀를 내둘렀다.
주민 이금옥 씨는 "몰래 진행하면 우리가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리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만선 주민대책위원장도 "시추는 지반 기반을 살피는 작업이다. 이게 진행되면 설계가 가능해지는 단계이기 때문에 보상과 이주단지 조성이 마무리 안된 상황에서 진행해서는 안된다"며 더 이상의 작업 진행을 반대했다.
한편, 빈집 철거에 대해 주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구청측은 지난 28일 주민과의 만남에서 '일단 유보'하는 것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천왕동 일부 주민들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이주단지 조성에 대해서는 부지가 구체적으로 언급되고는 있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왕동 주민들은 항동 쓰레기처리장 부지나, 오리농장 인근 부지를 구청 측에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측은 '불가'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만선 위원장은 "영등포 교정시설 이전사업이 시급한 국책사업이라면 마땅히 이주단지를 조성해줘야 하는데, 이에 대해 구청은 안된다고만 한다"면서 "전국적으로 수몰지구의 주민들도 국가가 조성한 이주단지로 옮기는 사례가 많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구청 한 관계자는 주민 제안 부지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조치법'에 따라 주거지로 새로 건축할 수 없는 곳으로서 이축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이축 부지는 주민들이 직접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어렵다고만 했던 구로구청 측에서 '이주단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고, 또 천왕동 한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장모 전 구의원이 매입한 수궁동 매화빌라 옆 부지에 대한 의사를 물어오면서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천왕동 주민들은 28일(화) 관계공무원들과 만남을 가졌으나,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왕동 주민과 첫 대면에 나선 노수만 구로구 부구청장과 담당 부서장인 조성재 도시관리국장, 문대열 도시균형개발과장 외 관계 공무원 2명 등 모두 5명이 천왕동을 찾아 주민들에게 이축 단지 조성 절차만 전하고 갔다는 것이 참여한 주민의 전언이다.
매화빌라 옆 부지는 장모 전 구의원이 자신의 공장 이축 부지로 사들였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공장 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이주단지 부지 대상으로 떠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장모 의원은 전화인터뷰를 통해 "천왕동 주민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은 28일이 처음이다. 새로운 공장 이축 부지가 정해지면, 천왕동 주민들의 이주단지 대상으로 고려할만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도 아니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천왕동 일부 주민들은 "우리에게는 부지 가격이 비싼데다 솔직히 그쪽으로는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왜 구청이 개입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청 관계자는 "장모 전의원의 부지 평수가 넓어서 땅을 찾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단순히 제안한 것이지 강요한 것은 아니고,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주민들의 오해라고 해명했다.
◈ 이 기사는 2009년 5월 4일자 29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천왕동 주민은 죄인들이 아니다...선량하고 무고한 천왕동 주민들을
위해 구청은 반드시 이주단지를 조성하여 생존권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들도 세금내는 구로구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