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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44]구로구청 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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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44]구로구청 청사
  • 김윤영기자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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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희로애락 함께 해온 근 30년

27년을 한결 같이 그 자리를 지키면서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시대의 흐름 속에 이제는 당시 모습도 많이 변해버린 구로구청 청사. 오늘은 청사가 설립된 역사에 조용히 귀 기울여 봤다.

## 81년 청기와 지붕으로 완공

1980년 4월 1일 영등포구에서 분구되며 탄생된 구로구과 함께 1대 구로구청장으로 임명된 김진욱 전 구청장의 손에서 구로구청 청사는 탄생했다.

김진욱 전 구청장은 79년 10월 구로구청준비요원으로 발령 받아 시흥 본동의 한 5층짜리 빌딩에 임대를 받아 임시청사를 마련한 가운데, 청사 건립공사에 들어갔다고 당시상황을 설명했다. 구로동에 소재한 지금의 구로구청 자리에 착공된 것은 79년 말경. 그리고 81년 4월 마침내 그 모습을 갖추게 된다.

당시 행정 관청으로는 처음으로 콘크리트에 네모난 모양대신 한국 고전미를 살려 청기와 지붕을 얹었다고. 그리고 지금의 여권교부 창고가 있는 건물에는 보건소가 들어섰고, 공무원과 구민의 체육시설이던 테니스 코트 장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주위에 고층 빌딩 등이 들어서있지만, 청사가 세워졌던 초창기만 해도 청사 주변에는 집이 한두 채 뿐 나머지는 논과 밭으로 전원풍경 그 자체였다고. 때문에 멀리서 태양이 구청 청사를 비추고 멋들어진 청기와 지붕을 자랑하고 있었으니 지금과 달리 청사의 위용은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지금은 청기와 지붕도 테니스 코트장도 개축과정을 거치면서 그 모습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 87년 부정투표함의 가슴 아픈 현장이기도 했던 곳

지난 27년의 세월을 구로구의 역사와 함께 하다 보니 청사에 얽힌 희로애락도 많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중 하나가 지난 86년 12월에 일어난 구로구청 항의농성 사건. 나루 감독의 다큐영화 <돌 속에 갇힌 말>로도 재현된 이 사건은 구로구청 청사에서 벌어진 민주화운동의 가슴 아픈 현장이기도 하다.

대통령 선거일인 1987년 12월 16일 저녁 부정투표함으로 보이는 상자가 발견되고, 시민들은 곧 선관위 사무실이 있던 구로구청에 몰려가 문제가 된 투표함의 공개 개봉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틀 뒤, 고립된 상황에서 항의농성을 하던 시민과 학생 1천500여명이 경찰병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 당하고, 그 역사는 30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곳곳에서 잊혀지지 않는 ‘구로의 또 다른 역사’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도 구로구청은 억울한 주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시위의 장이 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주민의 쉼터, 아이들의 놀이터, 봉사의 손길이 뻗어가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제는 구청청사가 가슴 아픈 기억보다 지역주민의 즐거운 웃음소리로 넘치는 곳으로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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