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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17]천왕동 하정승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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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17]천왕동 하정승 전설
  • 김윤영기자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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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동에 깃든 아랑전설

천왕동. 옛 천왕골에는 진주하씨들이 정착해 수대를 이어오며 거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조인 문효공 하정승의 이야기가 후손들의 입을 통해 내려오고 있는데. 조선시대 이곳이 부평 땅이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날 이곳에서는 원님이 부임하면 첫날 밤 죽는 일이 생겼다. 까닭도 알길 없이 세 번째 부임한 원님까지도 이튿날 시체로 발견됐다. 이에 나라에서는 누구를 원님으로 보낼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사형선고를 받고 형 집행 날짜만 기다리고 있던 한 무장이 있었으니 나라에서는 이왕 죽일 바에야 부평원님으로 보내 죽게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사람을 원님으로 보냈다.

그렇게 부임한 첫날. 담력이 강했던 이 원님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촛불을 밝히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시경 무렵 방문 일진광풍에 촛불이 꺼지고 문이 저절로 열리더니 머리에 옥관자까지 한 선비가 나타났다. 옥관자는 정3품에게 주어지는 망건 좌우에 다는 옥 장식품을 말한다.

원은 그 모습을 보고 머리를 조아리고 공손히 예를 올렸다. 그 때서야 그 선비는 미소를 띠고 “이제야 사람을 만났군”하면서 자리에 정좌하고 “나는 신현의 뱀내에 묻혀 있는 하 아무개요”라고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다. 바로 몇 해 전에 세상을 떠난 하정승인 것이다.

하정승은 “내 묘역에 도벌꾼이 들어와 나무를 마구 베어가고 있으니 이를 막아주시오”라며 그 동안 모습을 나타낸 이야기를 털어놨다. “내가 이일을 요청하러오면 원들이 먼저 놀라 혼절, 죽어버려서 매우 안타까웠소. 그대는 담력이 커서 이 일을 실천할 수 있으니 막아주기 바라오. 그대가 내 소원을 들어주면 나도 그대를 도우리라”고 하였다. 이에 원님은 하정승의 소원을 달래주며 이튿날 도벌꾼을 색출, 벌을 주었다. 나라에서도 벌목을 금하고 있던 터라 도벌꾼 색출로 무장인 원님은 사면되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긴데?’라며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다. 이 이야기는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한을 풀어준 경남 밀양에 전혀 내려오는 아랑전설과 비슷하다. 이 이야기가 후손들의 입을 통해 후대에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그 속에 우리 조상들의 정신세계와 당시 시대상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해하고 무얼 찾아내느냐는 후손들에게 남겨진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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