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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29]우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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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29]우렁바위
  • 김윤영
  • 승인 2006.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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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동 수문장’으로 사랑받아
▲ 고향을 잃어버린 후 목소리까지 잃어버렸던 것일까? 양천구 신정동으로 자리를 옮긴 우렁바위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

“바위가 울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우렁바위의 주소는 양천구 신정동 산 103-1번지.

계남공원을 반으로 나눠 제1공원은 구로구, 제2공원은 양천구에 속해 있다. 우렁바위는 바로 이 두 구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계남공원 내 신정배수지 옆에 위치해있다. 원래 이 산 정상에 있던 것인데 1990년 신정배수지 공사로 인해 현재 위치로 옮겨지게 됐다. 그러면서 우렁바위의 보호 관리는 양천구에서 맡고 있다.

구로의 향토사를 다룬 서적들을 찾아 보면 고척동의 명소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이 우렁바위다. 단순히 소리가 난다고 해서 고척동의 명소가 된 것은 아니다. 고척동을 지탱해주는 수문장으로서의 신성한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바위가 옮겨지기 전인 1988년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10월 초하루 고척동 주민들은 우렁바위가 있는 곳으로 모여, 동네의 안정과 번영정을 축원하는 도당제를 지냈던 것이다. 바위를 옮기고 난후부터는 수문장 역할을 할 수 없게 돼 지금은 역사 속 한 줄로만 기억되고 있다.

반면 양천에서는 우렁바위를 신정주민의 자랑거리이자 내 고장 역사의 일부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한 해동안 양천구에서는 ‘양천가족 지역탐방단’을 만들어 양천의 문화유적지를 순례하는 코스에 우렁바위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양천구청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우렁바위는 십자 모양의 4개의 바위 틈사이로 바람이 통하면서 공명현상이 일어나 울음소리가 났던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구로에 속해있던 것을 옮기면서 양천구로 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으며, 유적지를 옮길때 다른 구로 옮길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울었다”고 해서 우렁바위, 명암. 길마(소등받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길마바위. 감투나 사모(관원이 관복을 입을 때 쓰던 모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감투바위, 사모바위. 다양한 이름을 가진 우렁바위의 고향은 끝내 찾을 수 없었지만 구로구, 양천구 두 지역의 향토를 간직한 유물로 사랑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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