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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 이럴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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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무원 이럴 때도 있다?
  • 송희정
  • 승인 2007.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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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에서 만나는 공무원들의 반응은 딱 2가지로 대변된다.

기자와 눈을 마주치며 만면에 웃음을 짓는 공무원과 시선을 내리깔고는 입을 꾹 다문 공무원. 재미있는 사실은 기자가 애써 기억해 내지 않아도 후자의 경우엔 십중팔구 최근 1년 사이 크든 작든 구로타임즈 지면에 본인의 업무 관련 비판기사가 실린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이분법을 비켜나는 예외적인 공무원들을 만날 때도 있다.

어제 비판 기사가 실리고 오늘 찾아가 만나도 변함없는 미소로(속은 숯검정이 됐을지언정) 자료 제공에 친절한 이가 있는가하면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두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논리정연하게 기사에 대한 반론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이가 있다.

솔직히 이런 공무원을 만나면 기가 눌린다. 자신의 본분과 자기 업무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기자가 존경하고 신뢰하는 공무원 대개가 그러하다.
지난 5월 구로타임즈 지면은 구로문화재단 설립 관련 기사들로 뜨겁게 달궈졌었다.

양대웅 구청장의 이사장 겸임문제에서부터 지역문화정책의 방향설정에까지 5월 한 달간 신문 지면은 시민사회단체와 구의원, 일반 주민들의 성토와 제언들로 차고 넘쳤다.

구로구의회에서 문화재단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 관련 기사들이 지면에 뜸해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기자의 취재활동까지 멈춘 것은 아니다. 비판기사 이후 입을 꾹 다물어버리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취재 2라운드에 돌입하는 것은 사실 이때부터다.

구로문화재단 발기인 총회(6월 25일)가 있고 며칠 지나 담당부서를 찾았다. 구가 그동안 비공개로 알음알음 위촉에 나선 문화재단 이사진 13명과, 상임이사 내정자인 김흥수 씨에 대한 면면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담당공무원은 이사진 명단 등의 공개에 대해 부서과장에서 물어봐야 한다며 잠시 전화통화를 한 뒤 “불가” 통보를 했다. 상임이사 선정 공고가 나는 7월 2일 이사진 명단까지 모두 공개하겠다는 게 그 이유다.

내정된 상임이사가 현재 건립중인 문화예술회관 무대시설을 마땅치 않아하며 이것저것 보완지시를 내리는 바람에 지난 6월 중순경부터 일체 공사가 중단, 계획한 준공기한을 넘길 수(당연히 예산도 초과)도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는 터라 담당공무원들의 속 타는 심정을 짐작하며 내친김에 한 주 더 기다렸다.

지난 5일 담담과장과 담담팀장, 담당자에게 같은 자료를 다시 요구했다. 이들의 반응은 간만에 ‘이분법’의 범주를 벗어났다. 실은 처음 겪어보는 반응이다.

순차적으로 정리하면, 오후 2시경 담당팀장은 “자료를 구로타임즈에 보내주라고 담당자에게 말해놓겠다”며 회의 차 자리를 비웠고, 오후 5시40분께 외근에서 돌아온 담당자는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며 팀장과 과장에게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6시께 부서과장은 “담당자에게 자료를 보내주라고 일러놓았다”고 말했고, 바로 직후 담당자는 “모든 자료 공개는 홍보팀을 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날 6시 30분께 부서과장은 반나절에 걸친 ‘핑퐁게임’의 종지부를 찍으며 “모든 자료는 문화재단 법인 등록 이후에 제공 하겠다”며 공개 불가를 통보했다.

기자가 생각하기에 담당공무원들은 자료를 못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안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타의(他意)’도 아니고 ‘자의(自意)’도 아니여~

간만에 아주 웃기는 코미디 한편을 구경했다. 구로구 주민들은 절대 이런 코미디를 경험하지 않게 되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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