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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34]가리봉1동의 재미난 옛 지명, 모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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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이야기 34]가리봉1동의 재미난 옛 지명, 모아래
  • 김윤영기자
  • 승인 2006.1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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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이 파서 마시던 물에서 유래

개발로 인해 가리봉동 사람들이나 풍경이 너무 많이 변해버린 가리봉동.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밤나무골, 사당골, 석바탱이, 큰논배미, 모아래 등 훈훈한 옛 지명이 말해주듯 호박밭이 넓게 펼쳐진 몇 가구 살지 않은 한산한 농경 지역이었다.

가리봉 옛 지명 중 모아래라는 재미있는 지명이 있다. 40가구 정도가 모여 살면서부터 유래된 모아래 마을(현 가리봉1동)은 원래 청룡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던 청룡혈(靑龍穴)의 산이었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난 이 청룡이 갈증이 나 물을 찾기 시작했다. 청룡은 물을 마시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던 중 자기가 잠을 자던 산 아래쪽 땅속으로 물이 흐르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땅을 파 물을 마셨다.

이 때 저수지가 생겨났는데, 이 저수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그 아래쪽에 모여 살면서 마을이름을 못아래 마을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마을자리를 한자로 풀어 쓰면 택하(澤下)가 되는데, 후일 음이 변해 모아래마을 또는 무아래마을로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함께 이어져 내려온 또 다른 이야기. 마을 뒤쪽에는 조마(弔馬)고개라는 고개가 있었다. 구로구가 금천구로 분구되기 전 가리봉3동이었던 지역(현 금천구 가산동)으로 청룡혈과 이어진 용마혈이 위치한 고개이다.

이 용마혈의 기운이 서울까지 뻗쳐 서울을 수호하는 형국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왜군이 이 기운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자 이 혈자리를 찾아 칼로 끊어버렸다고 한다. 이후부터 이 고개가 간직한 서울을 수호하는 기운도, 마을을 지키는 정기도 사라졌기 때문에 혈을 지키던 용마의 죽음을 애도한다 하여 조마고개라 하였다는 얘기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저수지는 물론이고 청룡이 잠을 자던 산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산업발전의 1번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공장이 들어서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옛 농경사회였던 가리봉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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