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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 구로콤플렉스] 대해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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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 구로콤플렉스] 대해부 ①
  • 구로타임즈
  • 승인 2005.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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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전 구로이미지 친구교제 자녀결혼 취업 입시면접에 ‘영향’
혹시 택시에서 목적지가 구로라는 이유로 승차거부를 당하신 적이 있습니까? 구로에 산다는 이유로 ‘거기에 왜 사냐’ 또는 ‘공단에서 어떻게 사냐’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습니까?

- 구로에 사는 당신, 행복하십니까?

흔히들 구로가 변했다고들 한다. 과거 검은굴뚝 공장지대에서 최첨단 디지털단지로 변했다는 보도들이 각종 방송과 신문에서 종종 이어지고, 다른 공단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구로를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 구로는 여전히 ‘공단’ ‘낙후’ ‘가난’ ‘굴뚝’이미지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 분위기다. 외부, 나아가 한국사회의 이같은 인식은 구로지역 주민들에게 열등감과 피해의식을 주고, 또다른 지역콤플렉스의 원인이 되어 버렸다.

구로지역에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역주민들은 어떤 피해를 겪고 있는지를 비롯 구로지역주민의 정체성과 구로콤플렉스를 대해부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그 첫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구로콤플렉스로 인한 피해와 실태를 , 다음호에서는 구로콤플렉스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다각적으로 심층분석, 살맛나는 구로를 위한 나아갈 방향 을 모색해본다. <펹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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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구로라는 이유만으로

#1 서울 시내에서 밤늦게 술을 마신 김모씨(32,가리봉 1동)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잡았다. 택시에 올라탄 김씨가 구로동에 가자고 하자, 택시 기사는 구로는 후미진 외곽이라며 택시에서 내리기를 요구했다.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하다 결국 내려야만 했던 김씨는 그렇게 몇 대의 택시를 보낸 후에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2 지방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김씨(35, 구로3동 거주)가 처음 자리 잡은 곳이 구로였고, 벌써 10년이 조금 넘었다.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간 김씨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서울 어디에서 사느냐였고, 구로에 산다고 하면 두 명 중 한명은 “구로도 서울이냐”고 반문 한다고 말한다.

구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진 도시일까. 외부에서 바라보는 구로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 낙후된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 구로구민들은 알게 모르게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한 복판에 있는 종로에서부터 구로나 강남까지의 거리는 별반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구로라는 이유로 심야에 택시들이 가지 않으려는 지역중 하나로 꼽힌다.

- 구로라는 이유만으로

지난 1949년 경기도 시흥군에서 영등포구로 편입되면서 서울시에 소속된지 50년이 넘은 구로구는 지난 1980년 4월 1일 영등포구로부터 분구도기도 했지만 아직도 종종 서울이냐고 묻는 질문이 이어져 일부 주민이나 청소년들에게 당혹감을 주는 경우도 있다.

위와 비슷한 사례들은 수 없이 찾아볼 수 있다. 한 주민은 “택시를 타도 강남 송파에 산다고 하면 운전사가 ‘아~ 부자동네 사십니다.’라며 존칭어를 쓰는데, 구로에 산다고 하면 한 자락 깔고 들어간다.”며 불만을 털어 놓는다.

구청 자동차등록계에는 2004년 자동차 번호판이 지역판에서 전국판으로 바뀌면서 기존 번호판을 교체하러 오는데 교체희망자들이 구로구보다 종로구 등 서울중심의 다른 자치구 자동차번호를 부탁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경찰이나 주차단속원 등이 번호판 숫자를 보면 지역을 알기 때문에, 구로보다는 종로구나 중구의 번호로 등록해달라는 요구를 대행업자들이 많이 받고 있는 편이라는 것.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청소년부터 노인층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 상당수가 구로이외의 지역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모임 등은 물론 자녀결혼, 연애, 취업, 입시면접 등에서 구로에 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적잖은 무시와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지역주민과 청소년의 지역정체성에 관한 구로타임즈 설문조사결과 드러났다.

60,70년대 한국경제성장의 동력원이었던 구로공단의 모습으로 한국사회 전반에 강하게 각인된 이미지가 오늘날까지 이어짐에 따라, 지역에 대한 일종의 열등감이나 피해의식, 차별 등이 알게 모르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태가 이렇다 보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는 구로구의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 구로 이름 바꿔야 하나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한 50대 주민(남, 구로5동)은 지난해 봄과 올해 봄 구로타임즈에 전화를 해서 구로라는 이름을 개명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2년 전쯤 구로구로 이사를 왔는데 주변 사람들이 구로구로 이사를 갔다고 하니까 무슨 일이 있느냐”며 “안 된 듯한 표정을 짓기까지 한다”며 곤혹스러움을 털어놓았다.

‘구로’라는 지명이 발전가능성 높은 구로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구로개명을 위한 지역사회 차원의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살아보니 교통이나 편의시설, 환경 등에서 다른 구의 그 어떤 곳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동네인데 저평가받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은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구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개명을 해야 한다는 요구는 구의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호승의원(구로2동, 열린우리당)이 4~5년 전부터 구의회 정례회 등에서 구정․ 시책질의로 매년 단골질의로 내놓고 있다.

김의원은 “구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외부에서 구로를 공단과 가난한 곳으로 보고 있어, 구로동이나 구로구라고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자녀 교육이나 결혼도 시키기 어렵다며 떠나는 이들도 있다”며 구청장의 결단을 매년 촉구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구청측 관계자들은 개명에 대한 주민의 요구와, 행정절차및 시간, 막대한 비용 등을 들어 쉽지 않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해놓은 정도다.

이같은 개명요구는 올들어 구청홈페이에 잇따라 올라오는가 하면, 지난 7월 중순에는 관련 카페가 포털사이트에 개설되기도 했다. <구로구 개명합시다>라는 이름의 이 카페 (http://cafe.naver.com/changeguro)는 개설이후 개명의 필요성, 개명이름, 개명을 위한 서명 등의 게시판을 걸어놓고 있다.

이와관련, 구로타임즈가 지난 11월 2일부터 7일까지 지역내 초중고 청소년 469명과 19세이상의 성인남녀 427명 등 총896명을 대상으로 지역정체성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인남녀 가운데 구로이름을 바꾸는데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0%인데 비해 반ㄷ는 34.2%로, 반대가 좀더 높았다.

지명을 바꾸어야 하는 이유로 구로공단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바꾸지 말자는 의견도 구로의 역사성,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바꾸어서는 안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개명과 관련한 조사결과 특이한 점은, 구로에서의 거주기간이 짧을수록 개명요구가 더 높았다는 점이다. 또 이들 개명찬성자중 49%가 구로지역에 산다는 사실로 인해 실제 창피(열등감)나 차별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주민들이어서, 구로 이미지로 인한 피해가 개명요구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 구로에는 공단과 가난 밖에 없다.

본지의 이번 구로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구로 주민들은 구로에 대한 이미지를 공단(43.4%), 낙후(11%), 가난(6.8%)등의 순으로 느끼고 있었다. 또 ‘구로지역이외의 외부지역 사람들이 바라보는 구로(구)는 어떤 느낌이 가장 큰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도 역시 공단(40%), 낙후(17.4%), 가난(6.8%)등의 순으로 대답해 구로의 이미지가 공단과 낙후 등으로 고착화 돼있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70년대 수출산업기지... 벌집까지
구로공단은 1964년 수출공업단지 육성위원회에서 구로동에 공단을 조성하기로 결정하여 1967년 1단지 준공, 1968년 2단지 준공, 1973년 3단지가 완공돼 70년대 국내 수출산업기지의 중심부로 서울의 대표적인 산업지역으로 성장했다.

공단이 들어서면서 노동자들이 구로지역으로 몰려들었지만 노동자들의 주거생활은 뒷받침되지 못해 공단부근의 열악한 주거형태인 ‘벌집’이 등장한 것도 이때이다.

벌집단지는 청계천과 흑석동 일대 철거민의 이주단지로 활용되다 70∼80년대에는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사글세방으로 이용됐다.

방 한 칸과 부엌 한 칸을 갖춘 2.5평 규모의 구호주택 1200여동과 무허가 주택 77동이 불과 70㎝간격의 골목을 사이에 두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 '벌집'으로 불렸다. 벌집촌이 몰려 있던 구로3동 773번지 일대는 2004년에 철거되면서 가난의 대명사 구로의 벌집촌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구로구가 이런 시대적 배경을 뒷받침으로 생겨난 공단과 낙후의 이미지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로공단은 1990년대 침체기를 거쳐 2000년대를 들어서며 디지털단지로의 변화를 추구해 한국의 대표적인 디지털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구로의 열악한 주거시설이나 공장등은 재개발과 이전을 통해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특히 대형공장이 자리잡던 신도림동, 개봉동 일대는 공장자리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신흥아파트단지로 탈바꿈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로에 대한 인식은 수십년전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 주민은 떠나고 싶다

김모씨(남, 67, 구로동)는 20년 전 아들이 연애하던 시절,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친구(상계동)가 집안 부모에게 “구로동에 산다고 하니까, 왜 하필이면 구로동 사느냐”고 했다는 소리를 듣고 충격과 아픔을 느낀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당시 예비사돈댁에서 농담으로 한 말인지 모르지만 내가 구로동에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구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구로의 이미지는 1960년대 공단이 들어서면서 생겨났다”며 “벌써 40년 동안 생긴 이미지이기 때문에 한 번에 바꾼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계속적인 이미지 쇄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단, 낙후, 가난으로의 구로이미지 고착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정주의식의 부재는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구로구 이외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고 느꼈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4.4%가 이사를 가고 싶다고 느꼈으며 연령별로는 30대(73.9%)가 가장 높았다. 이밖에 40대(64.9%), 20대(61.1%) 50대(53.6%)와 60대(31.8%) 순으로 나타나 젊은층이 장노년층보다 이사욕구가 높고 결국 정주성도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구로지역에 살거나 근무한다는 사실로 창피(열등감)함이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주민의 대부분(87%)이 이사를 가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주민중에서는 이보다 상당히 낮은 60%가 이사욕구를 갖고 있던 것으로 응답했다.

- 구로, 구로 콤플렉스

본지가 설문내용중 주민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귀하는 구로지역 밖에서나 외부사람들을 만났을 때 구로구에 산다고 말하기 주저하거나 꺼려했던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운데 26.8%의 주민이 그같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들도 19.7%가 '그렇다'고 응답해 주민들이 상당한 상대적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사람을 만났을 때 구로에 산다고 말하기 주저했던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그냥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45.9%)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무시할 것 같아 (22.9%),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을까봐 (12.8%), 창피해서(7.3%) 등의 답변도 적지 않았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설문조사는 ‘귀하는 구로지역에 살거나 근무한다는 사실로 인해 실제로 창피(열등감)함이나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주민 12.1%, 청소년 11%가 있다고 응답해 구로 이미지로 인한 피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이런 피해의식은 단순한 상대적 열등감을 넘어서 지역주민들이 콤플렉스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부산 사상구도 비슷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의식을 갖는 사례는 다른 공업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구로타임즈가 구로지역과 유사한 타 지역사회에 대한 취재를 해본 결과 부산시 사상공업지역도 구로구와 비슷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 사상공업지역은 준공업지역으로 국가산업단지는 아니지만, 70년대에 조성돼 신발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부산 최대의 공업지역이었지만, IMF이후 사업체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해 공업집적 기반이 상실하면서 공업지역이 축소되는 등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부산시 사상구 역시 사상공업지역(이하 사상공단)이 들어서면서 '공장''낙후된 지역' '공해' 등의 이미지로 통하고 있다.

이에따라 사상구 주민들에게서도 역시 낙후된 지역, 못사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엿보였다.

사상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사상구는 공해, 침수로 유명하다”며 “다른 지역 사람들은 낙후된 곳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택시기사는 “사상구는 부산에서 못사는 동네로 소문나 있다”고 말해 사상구에 대한 외부지역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의 단면들을 보여주었다.

부산 사상구와 서울 구로구의 공통된 특성은 70~80년대에 한국 경제를 주도했던 공업지역이지만, 결국 공단에서 일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주거지로 정착되면서 공단과 더불어 낙후된 지역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유사하다.

이에따라 사상구내에서도 역시 대외적인 지역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상구의 지역명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상구청의 김익성 기획감사실장은 “사상구는 공업지역으로, 침수지역, 낙후된 곳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다 사상(砂上)이 한문으로 모래 위라는 뜻으로 사상누각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미지가 더 안 좋다며 이름을 바꾸자는 이야기들이 가끔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주체가 돼야할 주민들에게 정주의식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중 하나인, 구로콤플렉스. 신분사회도 아닌 21세기 한국사회 서울시 한복판에서 구로지역 저변에 깔려있는 지역콤플렉스 망령이 존재하는 그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일까. 다음호에서 심층적으로 다루도록 한다.

■ 특별기획취재팀 : 김경숙․ 연승우․ 이기현 ․ 김현명 ․김윤영․ 송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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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취재되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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