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이번 호에서는 신한은행에서 34년간 근무하다 3년전 정년퇴직 후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새로운 인생이막 귀촌을 준비 중인 구로타임즈 독자의 글을 2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이번 호에 이어 다음호에서는 은퇴 후 다채로운 배움활동이 지원되는 내일배움카드와 지역50플러스센터 활용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이제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로 가리라.
거기 작은 오두막을 지으리라, 진흙과 욋가지로.
아홉 이랑 콩을 심고 벌통 하나 두고,
벌들 윙윙거림 속에 홀로 살리라.
거기에는 평화가 있으리라, 천천히 스며드는 평화."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호수 섬> (김영희 번역) -
나는 베이비부머 막바지 세대로 서울서 태어나 줄 곧 서울서 평범하게 학교와 직장을 다녔으며, 비교적 운좋게 환갑 나이까지 일하다 현재는 퇴직 3년 차로 귀촌을 준비 중에 있다.
도시가 고향인데다 사무직으로 일하다 보니 밀집한 사람들, 빽빽한 거리 풍경, 각종 생활 소음 등에 익숙한 채 불편 없이 살아왔지만, 퇴직하기 몇 년 전 부터 이처럼 반복된 일상과 공간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녹색 환경과 일차 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래서 은퇴 후 2막은 그 전까지 했던 일과 환경이 다른 귀촌 생활을 생각하게 됐다.
예이츠 시(詩) '이니스프리의 생활처럼, 경쟁과 쫓기는 삶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여유와 윤택에 만족하는 충분한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시골 살이나 영농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퇴직 전엔 유튜브나 관련 책으로 여러 정보를 수집하며 나름의 귀촌 준비를 했다. 퇴직 하게 되면, 귀촌이 과연 적성에 맞을지 경험삼아 여러 지역에서 한 두 달 살아보는 힐링 여행 겸 체험 생활을 해 보는 것도 생각했다.
또 그간 못해봤던 '문(文)· 사(史)· 철(哲)· 시(詩) ·서(書), 화(畵)로 학예일치를 목표로 하던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風流)' 도 따라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퇴직 후 나의 활동. 살아보기 여행 '그린대로(greendaero.go.kr)' 지자체 살아보기 귀촌 체험 활동, 내일 배움카드와 지자체 학습센터, 50플러스 등에서 다양한 배움과 체험 등을 갖게 됐다.
은퇴 1년전 귀촌강좌부터 '착수'
귀촌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퇴직 전 해에 경기도 삼송리에 소재한 '농협대학교'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과정을 수료 했다(일반인 대상, 그 해 4월~11월 토·일 수업, 시설채소·밭작물·특용작물 전공 과정).
주요 교과 과정으로 귀농귀촌을 위한 다양한 정보 교육, 작물별 재배 이론·실습, 귀농인 농장 견학(채소·화훼·약용식물 등), 재배 농산물 로컬 마케팅 등이 운영된다.
실습을 해보니, 식재한 여린 묘종에 수십개 작물이 달리고 한 나절 햇살에 부쩍 크는 걸 보게 되자 그간 일상에서 잘 의식하지 못했던 시간이 갖는 의미, 땅의 놀라운 생산력이 새삼 경이로웠고, 귀촌 후 작물재배 계획도 그려 볼 수 있었다.
또 귀농귀촌인이나 현지 영농인에 대한 지원정보 등을 보니, 영농인 자격(300평이상,경자유전)을 갖추고 귀촌 생활을 하면 일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수입도 확보하며 지역 공동체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도 될 것 같았다. 고령 농업인의 경우는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인 농지연금제도를 활용하면 도시 생활 속 집 담보 주택연금보다 더 안정적이고 풍부한 "현금창출"(cash flow)로, 노후생활 설계도 가능해 보였다. (60세이상, 영농경력 5년 이상자, 농지 담보로 월 3백만원, 부부합산 6백만원까지)
수료 전 과제로 귀촌계획서를 작성하다보니 "가족과 공감 형성, 어떤 목적으로 어디로 갈 것인가, 커뮤니티내 생활과 역할"같은 더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이후에도 귀촌박람회, 시도 귀농 지원센터 등도 방문해 상담하며 플랜을 준비했다.
이 같은 농협대 귀농귀촌과정을 수료한 이듬해에 나는 평생을 몸담아 온 직장에서 은퇴했다.
아침부터 출근 할 일터와 명함이 없어져 어색하고 허전한 마음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의 머슴질서 벗어나 보니 아침 기상도 자유롭고, 아내와 느긋하게 아침도 먹고, 부담 가는 회의나 어색한 모임에 안가도 되는 기쁨이 더 컸다.
이제 면천(免賤) 한 평민으로, 인생 이막을 시작하자!.
'살아보기 체험속으로'
퇴직을 핑계로 이런 저런 모임과 사회와 국가에 백수 신고를 하며 두 달을 보냈다. 그리고 살아보기 숙박 전용 앱과 인터넷 숙박권 등을 통해 살아보기 숙소를 골라, 속초·인제·평창·남해·봉화에서 한 달 내지는 보름 정도씩 단기 살이를 경험했다.
비용은 거주지역 컨디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생활용품이 다 구비 된 괜찮은 2인 숙소로, 보통 월 임대료 1백만원 수준에서 선택 할 수 있었다. 숙소엔 보통 기본 생활용품, 소모품, 인터넷 등 필요한 대부분이 구비되어 있어, 별도로 준비할 것 없었다. 밥통과 세탁기만 사용할 줄 알면 몸만 가서 생활 할 수 있었다.
자취 경험이 없어 자급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지역 장터에서 특산물을 사다 요리를 해 먹는 즐거움도 알게 됐고, 전과 다른 기분으로 느긋하게 동네를 배회하며 기웃거리니, 지역 정서도 많이 공유해 볼 수 있는 여행이었다. 지역 주민까지 된 체험은 아니었지만, 그간의 짧은 휴가여행과 달리 지역마다 다른 정서도 살짝 맛 볼 수 있어, 지금도 그 동네를 떠올리면 마치 떠나온 고향 같이 정겨움이 느껴진다.
첫 여행지 이후로는 접이식 전기자전거를 사서 가는 곳 마다 갖고 다녔다. 시골 동네에서는 이동 수단으로 자전거가 아주 유용했다. 특히 전기자전거는 체력을 크게 줄이며 활동 반경을 늘릴 수 있어, 그 지역을 보다 빠르고 풍부하게 경험 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을별 고유체험도 다채
혼자 살아보기 여행을 어느 정도 해본 후, 정부에서 운영하는 귀농귀촌 지원 포털 사이트 '그린대로(greendaero.go.kr)'에서 하고 있는 본격적인 귀촌 살아보기를 경험했다. 퇴직 이듬해와 그 다음해, 두 번 지원해 체험했는데, 한 번은 강원도 산골마을이고 또 한번은 전남 섬마을에서 두 달간 살아보기 체험이었다.
사이트내에서 모집 중인 "살아보기 체험 마을"에 지원신청하면, 해당 마을 운영자(이장 또는 사무장)와의 면접 또는 전화 인터뷰 이후 선발된다. 지역별로 모집 정원이 미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기 지역은 3,4대 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지역별로 체험 기간별로 다르겠지만, 내가 갔던 곳은 모두 정원이 5명이었다. 강원도에선 40대가, 전남에서는 내 또래인 60대가 주류였다. 보통 50~60대가 많이 오는 듯 했다.
귀농귀촌 지원 포털사이트인 '그린대로'에는 전국에서 살아보기 체험을 진행하는 많은 마을들을 볼수 있는데, 실시 시기부터 체험 기간, 체험 방법 등도 마을마다 각기 달리 특색있게 주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원하는 마을이나 경험해 보고픈 테마에 따라 선택해 지원 할 수 있다.
체험기간은 보통 2개월이나, 한 달 혹은 11개월 과정도 있었다. 마을별 체험 활동도 △파종부터 수확까지 농부체험하기 △유기농 농사 전과정 체험하기 △지역 특산물 △유실수재배·가공 △염색 체험 등 다양했다.
정착유도 지원 설명 미흡 아쉬워
내가 경험한 살아보기 생활 중 마을별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강원도 산골마을에선 △공동 텃밭 가꾸기 △지역 특산물(버섯, 꿀, 산나물 등) 재배 견학 △마을내 귀촌자 정착기 경험 공유 △두부, 떡, 막걸리 등 만들기 체험 △지역 명소방문 △지역민과의 소통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전남 섬 마을에선 비슷한 활동과 함께 바닷가 마을 고유의 △주낚 미끼 달기 △다시마 말리기 같은 현장 일손 돕기와 △서예교실 참가 같은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루 일정은, 지원 프로그램이다보니 사전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진행하지만, 일손 돕기나 참여활동도 노동이라기 보다 참가자가 기꺼이 체험해 보는 분위기였다. 일정도 어느정도 융통성 있게 운영해 개인적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지역정착에 필요한 개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험자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기는 했다. 귀촌 프로그램이라 기대했던 해당 지자체 군의 주거 알선이나, 귀촌시 소득 활동 지원, 필요한 영농 교육 처럼 실제 정착을 유도하는 지원 제도에 대한 설명 등이 미흡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그린대로 살아보기 체험'이 지자체와 참가자에게 서로 만족을 주는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보였고, 개인적으로도 체험 경험은 매우 만족했다. 살아보기 체험은 운영 마을과 지자체에게는 자기 지역으로 귀농귀촌 혹은 투자를 유도하는 지역 홍보 효과가 있다. 프로그램 운영 마을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경제적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꿀생산자로 요가강사로 '정착'
참가자는 보통 마을 조합으로 운영되는 펜션에서 1인1실 숙박을 하는데, 참가자 숙박비와 프로그램 활동비는 운영마을 수입이 된다. 참가자는 비용 부담 없이 숙박하며 프로그램 참가비 지원(지역별 월 20~30만원)도 받고 귀촌 경험을 해 볼 수 있다. 희망 지역서 주민으로 살아본 후 정착을 결정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았던 지역에선 프로그램 참여 이후 그 마을로 귀촌한 체험자가 여럿 되었다. 강원도에선 펜션 운영자나 전통 꿀 생산자로 경제 활동을 하거나, 동네가 좋아 거주하며 방과후 체육교사로 활동 중인 체대출신 총각도 있었다. 지역의 산이 좋다며 정착해 요가강사로 재능기부하는 여성 귀촌자도 있었다.
다양하게 살고 있는 이같은 귀촌자들을 직접 보고, 또 그간의 체험 경험에 용기를 내서 나도 올 봄에는 꼭 텃밭과 마당에 씨 뿌리기를 꿈꾸며, 지금은 나의 '이니스프리'를 열심히 물색하고 있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