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구로로 이주한 지 27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을 활동가로 18년째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로에서의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은 관심과 걱정으로 이어져 이 글을 쓰게 합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구로를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그중 주민참여 예산위원으로 오랜 기간 활동하였습니다. 저의 구로 생활의 즐거움은 참여를 통해 주변과 저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는 데 있었습니다. 2025년에는 주민참여 예산위원 전체 부위원장으로서 감사패를 받았습니다. 상은 늘 기쁘고 설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 상을 받으면서는 마음의 무거운 짐을 함께 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환경교육사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가가 되었으며, 학교에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환경에 대한 의무감을 가져야 합니다. 텀블러, 장바구니, 재사용 가능한 용품 구입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분리배출을 할 때마다 쓰레기의 양에 죄책감을 느끼고, 물건을 사용할 때면 그것이 분해되는 시간을 가늠하게 됩니다.
최소한 저의 생활 반경에서는 재활용, 재사용, 그리고 새활용이라는 용어가 이미 저의 삶이 되었습니다. 여행을 할 때도 태양열판이 어디에 있는지 살피고, 여행지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물품만 준비합니다.
구청 회의나 참여 시에도 저의 습관은 주변을 살피게 합니다. 종이컵이나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을 사용하는지, 화장실 휴지가 우유팩을 재사용한 것인지 확인합니다. 상장을 받을 때도 종이는 가져오고 상장판은 두고 오며, 주위에도 함께하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회의 자료가 종이인지, 플라스틱 코팅이 되어 있는지 만져보고 찢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감사패를 유리로 된 상이라고 하는 짐을 받았습니다. 유리는 지구에서 분해되는 데 100만 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도자기나 유리 제품을 구입하거나 만들 때는 저의 시간보다 물건의 시간이 훨씬 오래 남는다는 생각을 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형식과 겉모습만을 생각하고 물건을 선택했기에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저의 주변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관행이라는 너울 속에 저의 죄책감은 저의 자손들과 저의 건강에 덕지덕지 쌓이고 있습니다. 저는 구청의 행정에 3만 원의 편의를 위해 저에게 100만 년의 추악함을 주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추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짐이 너무 많습니다.'
저는 삶의 무게에 또 다른 무게를 더하는 이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저의 무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입니다. '100만 년의 유리 대신 만 원의 지역상품권으로 주세요. 아니면 종이로 된 감사장을 주세요. 저는 저의 환경과 내일을 지키고 싶습니다.'
From 편집국_ 기후포럼은 구로기후위기비상행동의 <기후책>(김영사 출판) 공부모임 주민회원들의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에 대한 주제 칼럼으로 9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연재 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