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6 17:39 (화)
[창밖 사이로] 누군가의 흔적
상태바
[창밖 사이로] 누군가의 흔적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2.10.12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틈없이 지퍼가 채워져 있다면? 힐끗 눈길이 가긴 하지만 괜히 심박수가 약간 오르기 시작한다. '그냥 지나치는 게 좋아.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잖아....'무언가에 대한 트라우마를 절대 갖고 싶지 않은 탓에 가방을 열어보는 모험 따위는 하지 않기로 한다. 정말 안에서 뭐가 나올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이런 기막힌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긴긴 뜨거운 날을 보내느라 유튜브로 쓸데없이 서늘한 이야기를 들은 탓이 크다. 그리고 그런 몹쓸 짓에 가끔 커다란 트렁크들이 이용되기도 한다고 하니 괜한 트렁크 공포증이 생겨버렸다.

고양이는 호기심 때문에 죽는 법이라는 서양의 속담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괜한 만용을 부려서 엉뚱한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일 터이다. 

그런데 그 고양이 말이다. 어쩌다 호기심이 생겨난 것일까? 평소에는 눈에 잘 띄지 않던 낯선 것이 갑자기 나타나 제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마침내 달려들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유혹의 대상이 끊임없이 그 미욱한 녀석을 홀리고 있었던 것일까? 속담이 그것까지는 알려주지 않으니 나의 운명이 제대로 점쳐지지 않아 낭패스러울 따름이다.

만약 흔히들 하는 말로 '신박한 것'에 제 마음을 뺏긴 것이라면 안심할 만한 일이다. 왜냐면 버려진 여행 가방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다 참다 일을 낸 것이라면 그건 곤란스럽다. 동네를 둘러보면 어딜 가나 여행 가방을 보게 된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여기저기 버려진 가방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이랬던 것 같다. 예전에 이런 가방들은 절대 흔한 물건들이 아니었다. 

해외여행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된 것이 80년대 중반의 일이니 불과 40여년 전만 하더라도 구로동에서 누군가 트렁크를 끌고 지나가면 눈길을 받을 만한 '사건'에 해당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여행쯤은 흔히 할 수 있는 호시절이 되고 보니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보다. 사실 다른 동네에 살아보질 않아서 어디나 그런 것인지, 아니면 유독 이 곳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눈은 유독 버려진 여행 가방들이 곳곳에서 발견하곤 한다.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낡은 정도도 제각각인 가방들이 거리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 호기심 많은 고양이를 안달하게 만든다. 원대로라면 가방들을 일일이 열어보고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주인을 찾아 물어보고도 싶다.

 "어째서 가방을 버리신 거죠? 도대체 처음에는 왜 가방이 필요했으며, 지금은 왜 가방이 필요 없게 된 걸까요?" 

무엇보다 궁금한 건 정말 버릴 만한 가방이었냐 싶은 일이다. 이 가방 하나를 흔적도 없이 없애려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또 필요할까? 호기심 많은 고양이는 생각한다.

 '그럼 이런 것들을 업싸이클링 해서 잠시만 가방이 필요한 사람들이 요령 있게 쓸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호기심 많은 고양이 눈 앞에 구로구청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