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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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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 백해영 의원
  • 승인 2011.12.2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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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해영(구로시민센터 운영위원. 전 구로구의원)

 2012년 구로구 '통반장신문구독료'와 '부서별 지역·지방신문구독료'이 무려 5억6,000여만원이다.


 이 가운데 통반장신문구독료는 과거 이승만 정권시절부터 정부기관지역할을 했던 서울신문(옛 대한매일)을 통반장에게 읽혀 주민을 '계도'한다는 의미로 몇 년 전까지 '주민계도지예산'으로 불리다가 끊임없이 폐지논란이 일자 '통반장신문구독료'라고 이름을 바꿔 단 것이다.


 구로구는 통반장들에게 중앙일간지로는 서울신문과 문화일보를 넣어주고 지역신문으로 구로오늘을 넣어준다. 그 예산이 3억6천8백6십만원이다.


 그리고 각 부서별로 중앙지는 서울신문과 문화일보를 본다. 여기에 지방신문이라고 전국매일, 시민일보, 시대일보, 신아매일, 아시아일보, 우리일보, 경향매일, 시정신문, 서울남부신문을 본다. 주민들은 듣도 보도 못한 신문인데 이걸 다 구독해준다. 무려 1억1천4백5십만원이다. 지역신문으로 구로오늘신문, 구정신문, 구로타임즈를 본다. 지난 2011년 5월 현재 기준으로 구청이 내놓은 '지방 지역신문구독현황'자료에 따르면 구로오늘신문은 통반장에게 매월 1,400부씩, 구청 분으로 매월 320부를 구독해주고 구정신문은 매월 350부 구독해준다. 구로타임즈는 다해서 33부 본단다.


 형평성도 없고 왜 이러는지 원칙도 없다. 그냥 구독해준다. 신문사 살려주려고 그렇다. 구청은 이에 대해 지역신문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단다.


 2012년에는 이 예산의 제목도 좀 근사해졌다. '오프라인 구정홍보 활성화'사업이라고 한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통반장 계도지 예산 폐지하라고 매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도 구청은 모르쇠 했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가정마다 신문도 못 보던 시절 국정이나 시정을 홍보하고 인식시키고자 이런 예산이 생겼을 것이다. 대명천지에 이런 예산이 고스란히 있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 예산은 전국 232개 기초단체 중 73개만 남아있고 그나마 형식적으로만 남아있다. 유독 서울은 25개 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한심한 예산이니 당장 폐지해야 한다.


 이번에도 홍준호 구의원이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삭감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대다수 구의원들이 반대해 삭감이 안 되었다고 한다.


 제4대 구의원 재직시절, 예산심의를 전후해 기자들이 찾아와 의원들에게 난리를 쳤다. 삭감하지 말아 달라고, 밥 사겠다, 술 사겠다, 도와 달라고, 의원님 참 훌륭하시니 우리 신문에 기사 실어주겠다고, 온갖 회유와 감언이설을 했다. 돌이켜보면 술 안마시고 밥 안 먹으면 됐었다.


 지방신문이라고 듣도 보도 못한 신문답지 않은 신문은 구청이 구독을 안 해주면 생존이 안 된다. 그러니 신문사와 기자들은 공무원과 의원들만 잘 챙기면 된다. 주민의 세금으로 이런 신문사들 운영해주고 있는 걸 구로구 주민은 알까? 이렇게 한심한 예산이 있는 줄 알까?


 통반장 신문구독료를 당장 폐지하고 구청에서 구독해주고 있는 지방신문구독료도 폐지하고 진정 지역신문을 활성화하려면 원칙을 세워 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구청은 각 부서별로 일간지 한 부와 지역신문 한 부만 구독하라. 1년에 3천만원이면 된다.


 겨울이 춥다. 보일러수리비도 없어 얼음장에서 잠을 청하는 이웃이 있을 테고 깨진 창문 수리할 돈이 없어 찬 바람 맞으며 살아가는 이웃이 있을 테다. 그리고 돈이 없어 따뜻한 방한복하나 변변히 갖지 못한 어린 청소년들도 많을 것이다.


 5억6천만원이면 한겨울 추위에 떨고 있는 구로구의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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