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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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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배려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5.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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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3 _ 피노키오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②

 피노키오를 보면 공부가 하기 싫어 도망 다니는 피노키오를 대하는 어른들의 방식이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비에 흠뻑 젖어 들어온 피노키오가 난로 옆에서 자다가 불이 옮겨 붙어 다리가 다 타버렸는데, 이걸 본 할아버지는 "내일부터 학교에 가겠다고 약속하면 다리를 만들어 주마"하고 말합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을 때 공부를 조건으로 아이를 돌봐주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얘기입니다.


 피노키오가 여신에게 불려갔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여신이 준 약이 싫어서 "쓴 약이 싫다"고 하는 피노키오에게 여신은 "피노키오를 묘지에 묻겠다"고 합니다. 피노키오는 깜짝 놀라 약을 먹습니다.


 아이에 대한 이해나 공감은 없고 협박만 있습니다. 왜 학교를 가지 않았느냐는 여신의 질문에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자 피노키오의 코가 길게 늘어납니다. 아이를 '조사'하듯이 다그치면 아이는 당연히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놓고 거짓말을 이유로 코를 늘립니다.


 피노키오는 그 이후에도 당나귀가 되어 불붙은 고리를 빠져 나가는 연습을 하다 다리가 부러지고, 바다에 버려지는 등 온갖 고난을 다 겪습니다.


 어쨌든 이러저러한 과정을 통해 피노키오는 사람이 됩니다. 어떤 어른도 공부하라는 말만 했을 뿐,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았는데도 아빠를 구하고 아픈 아빠를 정성껏 돌본 피노키오는 배려심과 공감능력이 많은 훌륭한 아이입니다. 여신은 피노키오를 '효도를 잘 했기 때문에'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어른을 공경해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의미인 듯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피노키오가 제대로 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배려가 있어야 했습니다.


 "미루야, 너 꼭 피노키오 같애." 미루 옆모습이 꼭 피노키오 같아서 말을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미루가 막 웁니다. "나 피노키오 싫어. 엉엉" "왜?" "피노키오는 막 코가 늘어나잖아. 그럼 나 코끼리 되는 거야? 불붙은 고리 막 통과해야 돼? 그리고 동물원에 가서 살아?" "아니 미루야, 아빠는 사람이 된 피노키오가 너랑 똑같다고." 해명을 했지만 미루는 계속 울었습니다. 어른이 된 저는 피노키오가 그냥 재미있었던 옛날 이야기지만 미루한테 피노키오는 너무 힘든 일을 많이 겪은 아이, 그래서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 아이인가 봅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5월 3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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