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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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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4.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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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2

 미루가 최근에 부쩍 읽어달라고 고르는 책 중에 하나가 '피노키오'입니다.


 우리 또래에게도 익숙한 책이고 어릴 때 생각도 나서 처음엔 반갑게 책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점점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철학을 수긍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스토리를 이야기하자면 대충 이렇습니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던 할아버지가 인형을 만들었는데, 그 인형이 살아 움직이자 이름을 '피노키오'라고 붙입니다.


 그러고 나서 이 할아버지가 하는 이야기가 '내일부터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라. 그래야 착한 아이가 된단다'는 것입니다.


 피노키오는 학교 가기가 싫어 자꾸 다른 데로 놀러 다닙니다. 책을 팔아서 극장에 가기도 하고, 여신과 학교에 가겠다고 약속하고는 놀이의 나라로 가는 마차를 타버렸다가 당나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우여곡절 끝에 착한 아이가 됩니다.


 그런데, 우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가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공부 잘하는 순서대로 착할 리가 없을뿐더러,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착한 일인 것은 더욱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노키오를 만든 할아버지도, 여신도, 극단의 주인도 오직 '공부'만을 강조하니 못마땅했습니다.


 안 그래도 입시경쟁이 더할 수 없이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피노키오 같은 스토리는 썩 내키지 않습니다.


 이러던 차에 마침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뮤지컬 '피노키오'를 관람하겠다는 안내문이 왔습니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뮤지컬로까지 보게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를 보내긴 했는데, 다녀와서 아이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 물었습니다.


 "미루야, 피노키오 재밌었어?"
 "응" 순간, 아이 얼굴이 심각해지더니 묻습니다.


 "나 어릴 때 나무 아니었지?" 혹시나 자기가 피노키오처럼, 사람이 되기 전에 나무인형은 아니었을까 그게 궁금한가 봅니다.


 "아니야, 미루 너는 원래부터 사람이었어." 이렇게 대답해주자 미루는 금세 신나서 다른 놀이를 하면서 놀더니 피노키오 노래를 흥얼거립니다.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가사 중에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바쁜데~" 하는 부분이 있는데, 미루는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면 아픈데~" 이렇게 부릅니다.


 속으로 '그래 맞아 미루야,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면 아파. 그냥 실컷 놀아라'라고 말해주었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4월 26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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