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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만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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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를 만질 때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3.22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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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6

 아이가 자꾸 고추를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올 것이 왔습니다. 모든 어른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을 할 텐데, 우리도 그런 고민을 할 시기가 된 겁니다. 아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하나 깊이 생각했습니다.


 일단 "미루야 고추 자꾸 만지면 안 돼!" 이런 말이 소용없다는 건 압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는 아빠 엄마가 안 보는 데서 고추를 만질 겁니다. 게다가 성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얼핏 떠오르는 게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유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미루야, 손 좀 줘봐. 이 손 말고 그 손."
 또 다른 방법도 썼습니다.


 "미루야!
 이 장난감 진짜 멋지다."


 이러면서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기도 했습니다.


 "아빠한테 수건 좀 갖다 줄래?" 하면서 뭔가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미루는 고추를 만지던 손을 빼내고 아빠 말을 잘 듣긴 합니다.


 하지만 고추를 만지는 습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습니다. 사실 이 습관이 사라지길 바라는 건 헛된 꿈입니다.


 아이 엄마와 미루까지 셋이서 오랜만에 밥을 먹게 된 자리에서 미루가 한 손을 바지 속에 집어넣고 밥을 먹었습니다. 아이 엄마는 약간 걱정스러운 얼굴로 저에게 말했습니다.


 "지금이 이럴 시기인가?"
 제가 "응"하고 대답하자 또 묻습니다. "언제까지 이러는 거야?" "평생."


 어쨌거나 그 이후로도 우리는 관심 다른 데로 끌기 작전을 열심히 합니다. 덕분에 미루가 자꾸 고추만 만지고 있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아이의 고추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 갑니다. 고추를 만질 때 엄마 아빠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은 탓에 스스로도 고추를 만지는 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진 않는 것 같은데 문제는 좀 다른 데서 나타났습니다.


 "아빠!!!"
 목욕을 시키려고 옷을 벗겨놨더니 마구 뛰어다니다가 고추를 손으로 막 돌립니다. 음, 좀 심합니다.


 "미루야, 너 손 안 씻었지? 그 손으로 고추 만지면 고추 아프잖아."
 비슷한 논리를 다음날엔 이렇게 써먹었습니다.


 "미루야 너 방금 오줌 쌌는데 손으로 고추 만지면 손에 오줌 묻잖아." 이건 좀 궁색한 논리입니다.


 역시 아이를 키우면서 갑자기 닥친 문제, 충분히 알아보지 않아서 사전 지식이 없는 문제는 대처하기가 힘듭니다.


 어느 날 닥친 또 하나의 과제. 이걸 해결하기 위해 다시 열심히 자료도 찾아보고 주변에도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3월 1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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