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7 _ 거짓말 안 하게 하는 법
소파에 눕듯이 앉아 있는데 아이가 주변을 맴돌면서 놀더니 소파 위로 올라옵니다. "아야!" 아이가 소파 위로 올라오다 못해 소파 등받이 위로 올라가보려고 애를 쓰다가 누워 있는 제 어깨를 세 게 밟았습니다. 4살짜리가 밟은 건데 꽤 아픕니다. 약간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혼내듯이 얘기했습니다. "미루야! 거긴 왜 올라가려고 그래? 아빠 밟으니까 아프잖아!".
그러자 미루의 반응이 이렇습니다. "내가 안 그랬어."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뻔히 자기가 밟아 놓고 발뺌입니다. "니가 안 그러면 누가 그랬어? 응?" "늑대가 그랬나봐." 자기가 아니라 늑대가 그랬다고 거짓말입니다.
화가 잔뜩 났습니다. "늑대가 그러긴 뭘 늑대가 그래. 니가 방금 아빠 어깨 밟았잖아! 빨리 잘못했다고 사과해!" 미루는 사과는 커녕 저쪽으로 도망가 버렸습니다.
다음날 이번엔 제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장난감으로 저를 툭하고 칩니다.
"아야!" 아파서 소리를 지르니까 아이도 당황했는지 멈칫멈칫하는데 거기다 대고 소리를 꽥 질렀습니다.
"너 왜 아빠 때린 거야? 응?"
그러자 아이는 또 이럽니다. "내가 안 때렸어. 늑대가 때렸나봐." 이젠 거짓말이 입에 붙었는지 자꾸 방금 전에 자기가 한 일을 안 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호되게 야단을 치고 다시는 거짓말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려는 데 문득 예전에 아이 엄마랑 같이 읽었던 책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부모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내용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부모가 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다그치듯이 물어보면 아이는 혼나기 싫으니까 다른 핑계를 대게 되는데 그런 게 쌓이다 보면 거짓말 하는 습관이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분위기를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미루야, 아빠한테 장난치려고 그랬는데 아빠가 너무 많이 아파해서 너도 당황했어?" 이렇게 말하자 아이는 "응" 그럽니다. "그래서 아빠한테 혼날까봐 늑대가 했다고 한 거야?" 했더니 역시 "응" 그럽니다.
미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실수로 때린 것이기는 하지만 아빠는 많이 아팠다고 얘기하고, 그래도 미루한테 큰 소리로 야단치듯이 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이는 그때서야, "미안해. 내가 아빠 아프게 해서."라고 합니다. 자기가 했다는 걸 인정하고 사과까지 한 겁니다.
원래부터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는 아마 없을 겁니다. 아이가 솔직히 말해도 부모가 야단치지 않는다는 신뢰를 자꾸 주는 게 아이를 거짓말하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2월 21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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