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5-01 10:05 (수)
[포커스] 구로구청 중국어동호회
상태바
[포커스] 구로구청 중국어동호회
  • 공지애 기자
  • 승인 2009.12.15 1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리장성 품은 ‘열공파’ 공무원들
▲ 왼쪽부터 손정환 황준태 김홍주 기해란 안용호 박영숙 김주영 김영훈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이른 8시~8시 40분. 업무를 시작하기 전, 구로구청 중국어동호회원들은 구청 지하에 마련된 다목적실에서 중국어 공부를 한다. 은쟁반에 옥구슬 같은 기해란 강사(29)의 수업이 이른 출근으로 서둘렀던 ‘열공파’ 공무원들의 피로를 모조리 쓸어간다.

가로경관과의 김주영 씨(53)는 “90년대에 중국어를 배우긴 했는데 계속 활용하지 않으니까 잊어버리더라. 그래서 지난해부터 다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주영 씨는 언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회원들이 말하는 것을 모두 중국어로 통역하고 있다.

인천 주안에서부터 출근하는 김홍주 씨(34, 주민생활지원과). 중국어 배우는 날은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야 한다. 1분만 더 자리에 누워있고 싶은 건 모든 직장인의 마음일텐데 중국어 생각에 눈이 번쩍 떠진다.

“중국은 가깝고 인구도 많고, 개발 가능성이 풍부하고, 도전해 볼만한 나라라 관심이 많다. 앞으로 10년이든 20년이든 꾸준히 익히고 싶다.”고 말했다.

구의회 사무국에 근무하는 손정환 씨(50)도 인천에서 출근을 한다. “중국 문화와 음식에 흥미가 많아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중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정도의 수준을 갖추기 위해 계속 중국어 공부를 할 것이다.” 그는 퇴직 후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작년 4월에 재개설된 중국어동호회에는 중국어를 처음 접한 회원들이 꽤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교재를 혼자 읽고 간단한 회화가 가능할 정도까지 진도가 나간 상태다. 중국어 강사 기해란 씨(29)는 “언어는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동호회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수업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열정에 감동을 받았다. 이런 마음만 있다면 누구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어는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발음을 정확하게 익혀야 다음 진도가 수월해 진다.”는 중국어 공부의 팁까지 알려주었다.

“중국어동호회는 그 동안 개강과 폐강을 수차례 거듭해 왔어요. 그러다 지난 해 4월 다시 결성된 이후 회원들이 꾸준히 참석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강사님이 꼼꼼히 준비해 와 열심히 지도해 주시는 대다, 회원들의 강한 의지가 더해져 이제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동호회 회장 안용호 씨(46, 교육진흥과)는 외국어를 공부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더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영어 공부도 하고 있는 안용호 씨는 영어와 중국어가 어순이 같지만 중국어가 영어보다 더 간단하다고 말했다.

“한국어처럼 조사가 거의 없고, 한 단어로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어 경제적인 언어라 생각한다. 1~2천 단어만 외우면 일상 대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영어, 중국어를 배운 뒤, 일어에 도전할 계획이다.

중국어동호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중국어 산행을 한다. 회원들과 등산을 하면서 중국어만을 사용하는 거다. 실수로라도 한국어를 말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미리 산에서 쓸 수 있는 회화 40~50개를 미리 외워 둔다. 또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식당을 찾아 중국어로 메뉴를 주문하고 중국음식을 체험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서울 25개 구청에서 67개 팀이 참여한 ‘서울시 외국어 스피치대회’에 중국어동호회가 역할극으로 참여해 향상상을 받았다. 준비도 많이 못 해 떨기도 했지만 좋은 결과에 모든 회원이 만족해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회원들의 실력도 함께 쑥쑥 자랐다.
또 하나, 회원들끼리 전화를 할 땐 꼭 중국어로 이야기를 한다. 처음엔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는데 요즘은 많이 자연스러워졌다고 안용호 씨는 귀띔한다.

중국어동호회는 내년엔 중국 드라마에 도전해 회화실력 향상에 집중할 예정이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베이징 배낭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한 시간 먼저 출근해 중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


□ 회원 권영각 김영훈 안용호 이종명 황준태 임진경 김주영 김성규 이명신 심우점 이재섭 김영철 손정환 박영숙 문연희 김윤재 박석영 김동규 최임순 차지은 진수현 김홍주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30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