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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에 500년된 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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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마을에 500년된 나무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1.1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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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봉동 보호수 측백나무에 지난 27일 마을제 올려
 우리마을에도 지켜야할 나무가 있다.

 우리구 가리봉2동에는 수령이 5백년이 넘는 커다란 측백나무가 있다. 키가 15m에 이르고 나무둘레 2.5m로 2004년 12월 27일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되어 구로구에서 관리하고 있는 나무이다. 우리 마을에도 보호해야할 나무가 있었다니, 10년 넘게 가리봉동 인근에서 살았지만 모르고 있던 일이다.

 측백나무의 유래는 '처음에는 2그루가 약 20미터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었으나 해방을 전후하여 한 그루는 훼손되어 소멸되었다. 현존하고 있는 본 측백나무는 6.25사변 전까지도 주민들이 정월 대보름 및 가을 추수기에 고사를 지내는 등 수시로 각종 제사를 지내왔다. 그리고 이 나무를 훼손하면 재앙이 온다는 설과 함께 나무속에 큰 뱀이 살고 있다는 설도 전해내려오고 있음.'(나무 옆 현판 글귀)

 가리봉동에서는 2003년부터 측백나무제를 부활하여 매년 10월 하순경 전통제례 방식으로 마을주민의 무사안녕과 주민화합을 위한 제를 지내고 있다. 올해는 10월 27일(화) 오후 4시에 '측백나무제추진위원회'의 주관으로 1부 제례, 2부 주민 다과회 순으로 진행이 되었다.

 2부 주민다과회는 영일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양대웅 구청장, 박영선 국회의원, 홍춘표 구의장, 가리봉동 주민단체장들, 주민 400여명이 함께 하며 준비한 푸짐한 먹을거리로 여러번의 건배를 나누며 흥겨운 분위기속에 1시간여가량 진행되었다.

 정명섭 주민자치위원은 "이 행사는 가리봉동 순수주민단체와 개인이 모여서 행사 비용과 품을 들여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와서 봤지만 하나가 되어 참석해서 서로의 화합과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라며 측백나무제의 의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영일초 녹색어머니회 회장인 선옥경 주민은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도 잘 알고 있고 이렇게 주민들을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하는 것만 해도 주민화합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37년 동안 가리봉동에 살았다는 김정숙 주부는 "부녀회 활동을 해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모이니 마음이 즐겁고 동네주민들 안녕과 무사고를 기원하는 데 보탬이 될까 해서 매년 봉사하고 있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마을에도 500년 수령의 신비스런 나무가 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우주를 다녀오는 21세기에 집안의 복을 빌러 나무에 온다는 것도 현대와 원시를 넘나드는 것같아 신기할 따름이다.

 안타까운 것은 빼곡히 둘러싸인 집들과 시멘트 사이에서 우뚝 서있는 측백나무가 힘들어 보였지만 가까이서 주민들의 삶을 굽어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하나는 인사말과 다과회 외에 문화축제와 같은 흥겨운 마당이 아쉬웠다.

 오늘 인사말의 대부분이 지역의 발전으로 채워졌는데 아파트가 많아지고 아스팔트가 넓어지는 것만이 발전은 아니라는 것을 오늘 또 체험했다. 500년 된 측백나무가 주민을 모이게 하고 시골에서나 봄직한 너른 마당에 바로 붙여진 부침개와 떡을 나누며 서로의 무사 기원과 마을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을잔치'가 함께 하는 이것이 바로 주민들을 살맛나게 하는 게 아닐까.

 끝으로 한가지, 전통 제사 양식인 측백나무제를 보고 싶었으나 모 방송국 촬영시간에 맞추기 위해 주민과 약속한 4시 전에 제사를 다 마쳐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년 측백나무제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게 참으로 아쉽다.


■ 김미영 시민기자





◈ 이 기사는 2009년 11월 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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