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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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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교육의 '힘'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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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_ 김 영 신 (고척2동, 독자)
 우리나라 학생들이 PISA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떠들썩할 때 늘 같이 따라 나오는 나라가 핀란드이다.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핀란드라는 나라는 어떻게 우리보다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일까.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 교육위원이었다가 핀란드 대학에서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던 안승문 선생님께서 핀란드에서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전달해 주셨다. 많은 내용을 들었지만, 이 중 몇 가지를 같이 나누고 싶다.

 먼저, 핀란드 교육은 '무상교육'이다. 우리나라도 중학교까지는 무상교육이다. 하지만 말이 '무상교육'이지 급식비에 준비물, 만만치 않은 사교육비 등을 합하면 어마어마한 비용을 각 가정에서 감당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핀란드는 유아기 때에는 소득에 따라 차등으로 보육료를 내지만(3만원에서 33만원 정도), 어떤 아이가 얼마의 보육료를 내고 다니는지는 보육교사도 모른단다. 거기다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으로 학교에서 필요한 준비물 일체를 지급한다.

 집단별로 과제를 할 때는 USB 저장장치까지 지원된다고 하니 우리와는 참으로 다르다. 동네마다 있는 소규모 도서관 또한 아이들의 배움을 맘껏 지원한다. 더 놀라운 것은 대학생에게는 대부분 월 50만원 상당의 학습지원비가 제공되고, 석사과정이나 박사과정을 일종의 취업으로 인정하여, 학생들에게 월120-180만원 정도의 생활비가 지원된다고 하니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 셈이다.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기위해 휴학을 하고, 매학기 등록금 투쟁을 하며, 극단적으로는 자살까지 선택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핀란드가 유토피아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로 핀란드는 '모두를 존중하는 평등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교실 사진에는 교사 두 명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핀란드에서는 특수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데, 이는 핀란드 아동의 20%를 차지하는 학습 부진아나 특수 아동을 돕기 위해서란다.

 학습 부진아와 성취가 높은 아이들이 같은 반에서 수업을 하는 모습, 5-6명의 아이들을 위해 교사 한 명을 멘토로 두는 핀란드는 정말 모든 아이들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모두를 동등하게 존중하지만 더 배려해야 한다면 장애 학생, 부진 학생, 뒤처지는 학생을 최우선으로 배려한단다. 특히 장애인과 같은 반을 하면 뭔가 크게 손해볼 것 같은 생각을 하는 우리와 그들의 의식은 왜 그리 틀린 것일까.

 세 번째로, 이들의 수업 방법은 대부분 친구들과 같이 하는 일종의 '협동학습'이다. 집단별로 프로젝트를 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고 발표한다. 안승문 선생님이 계셨던 연구실 옆 공간에, 대학생 3-4명이 오전 내내 노트북 하나를 켜놓고 계속 떠든단다. 우리 문화에서 이해한다면 커피숍에서 연예인이나 TV, 스포츠 이야기를 하거나 취업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들은 소수의 컨퍼런스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함께 생각하고 토론하면서 서로 배움을 공유하는 이 아이들과 비슷한 실력을 갖추려면 혼자서 끙끙대고 책을 파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몇 배의 노력을 들여야 할까.

 신종 플루로 학교를 쉬게 되자 무지 좋아하는 아이들, 선생님이 안 오셔서 자습이라 그러면 박수를 치는 아이들, 잠이 모자라 아침도 못 먹고 졸린 눈으로 힘없이 앉아있는 아이들 , 친구들이 경쟁자여서 진정한 우정을 나누다가도 친구의 행복에 진정한 박수를 쳐주기 어려운 아이들속에 어떤 미래가 있을까.

 마지막 자막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계속 마음을 아프게 한다. 이제 우리도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연대의식, 공동체의식을 발휘해 배움이 부족한 아이들을 돕고, 서로의 배움을 격려하며, 서로를 통해 배우는 함께 이루어 나가는 교육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21일자 3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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