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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5] 말려? 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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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5] 말려? 말어?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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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5
 아이와 중국집에 갔습니다. 외식은 별로 안하는데, 그날따라 집에 밥도 없고 몸도 피곤한데다가 미루가 아빠를 보자 마자 짜장면 먹고 싶다고 해서 기분을 냈습니다. "자장면 하나, 볶음밥 하나요."

 식탁 앞에 앉은 미루는 벌써부터 신이 나있습니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미루야, 좀 있다 자장면 나오면 얌전히 앉아서 밥 먹기. 알았지?" "응." 아빠의 진지한 말에 얼른 대답을 한 미루는 그러나 말뿐이었습니다.

 "나 신발 벗어도 돼?" "응, 그래." 신발을 벗은 미루는 양말까지 벗더니 발을 막 구릅니다.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좀 있으니까 포크를 들더니 책상을 쿵쿵 두드립니다. "미루야, 시끄러우니까 하지마." 포크를 내려놓은 미루는 이번엔 의자에 널부러집니다.

 "힘들어?" "응." 아이가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의자에 눕는다니 말릴 생각보다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자장면과 볶음밥이 나오고, 미루는 의자에 누워서 밥을 받아 먹었습니다. 옆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저를 쳐다봤습니다. 애를 저렇게 오냐오냐 키우냐 하는 눈빛입니다.

 맞습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지켜야 할 예절이 있고, 아이들도 그건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할지 몰라서 무조건 좋은 말로 타일렀는데 잘 안 통했습니다.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옆자리 아저씨 정장에 신발을 비볐습니다. 식당에서 다른 테이블을 툭툭 치고 다니고, 빈자리 의자 이곳저곳을 옮겨다녔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주 골치가 아팠습니다.

 그런데 이제 방법을 알았습니다.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 집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규칙 예를 들면 집에 들어오면 바로 손을 씻는다거나 밥을 먹을 땐 제자리에 앉아서 먹는 것 등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규칙을 알려줘야 합니다.

 대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진 말고, 낮은 목소리로 단호하고 진지하게 뭘 해야 되고 뭘 해선 안 되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정확한 규칙을 알려주는 것을 마음 편해합니다. 어떤 때는 식당에서 뛴다고 혼나고 어떤 땐 안 혼나면 뭐가 옳은지 구분할 수 없어 합니다.

 감기만 나으면 밥은 절대 누워서 먹어선 안 된다는 점을 알려줄 거라고 맘먹었습니다. 미루는 그날 내내 누워서 밥을 먹더니 다 먹고 나서는 언제 아팠냐는 듯이 또 식당을 뛰어다니려고 꿈틀거렸습니다. 말려야 하나 놔둬야 하나 제 고민은 계속됐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21일자 31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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