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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4] 식구들이 함께 공부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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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4] 식구들이 함께 공부하는 지혜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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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4
 "자, 미루야 이리 와 봐." 할아버지가 아이를 부릅니다.

 "차렷. 열중 쉬어. 차렷!" 무슨 말인가 하고 할아버지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에게 할아버지는 직접 차렷과 열중쉬어 자세를 보여주십니다. 그리고 다시, "차렷, 열중 쉬어, 차렷!" 합니다.

 엄마나 아빠한테서 무슨 동작을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를 받은 적이 없던 아이는 처음엔 재밌어 하는 것 같더니 이내 싫증을 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차렷과 열중쉬어를 시키더니 이제는 경례까지 시킵니다.

 이 행동이 군사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싫기도 하지만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동작을 억지로 계속 시키는 것은 참 고통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와 삼촌들은 재밌어합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이만 표정이 안 좋습니다.

 이런 비슷한 일 때문에 아이를 낳고 한 2년 정도 될 때까지, 우리는 부모님 사시는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얼굴을 붉혔습니다. '자식을 셋이나 낳아서 훌륭하게 키웠는데 어디 애 키우는 걸 가르치려 드느냐'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주장이었는데, 그래도 아이를 때리거나, 공감하지 않고 윽박지르거나, 차렷 경례를 시키는 따위는 아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명백합니다.

 한참의 갈등을 겪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부모님이 둘째 동생의 아이를 키우시게 되면서, 옛날 같지 않다는 걸 느끼셨는지 요즘은 아이 키우는 문제에 대해 저와 상의를 많이 하십니다. 그러면서 느낀 것 하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말고, 주변의 식구들도 같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식구들이 모여 사는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적절한 육아법이 필요한 때에 주변 식구들이 대충 짐작해서 툭툭 던지는 '간섭'들은 아이의 부모도 힘들게 하고 아이도 힘들게 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야, 같이 사는 식구들이 진짜 아이의 편이 될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14일자 31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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