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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3] 드라마를 볼까, 책을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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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3] 드라마를 볼까, 책을 볼까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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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3_책읽기
 "아빠, 오늘은 2권?"
 "응"
 "왜애?"
 "오늘은 아빠가 너무 피곤하니까 2권만 읽고 자자."
 "알았어."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밥 먹이고 좀 놀다가 잠들기까지 '코스'가 딱 정해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건 '잠들기 전 책 읽기'입니다.

 "근데, 미루야, 이건 너무 두꺼운데 그냥 저 책 읽으면 안 될까?"
 "싫어, 난 이 책 읽을 거야."

 두 권을 고르랬더니 아주 두꺼운 책 두 권을 골라왔습니다.

 한 권은 서양동화 3편, 전래동화 4편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책이고, 또 한 권은 노래가 30편쯤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걸 다 읽었다가는 한 시간이 지나도 안 끝날 판입니다.

 "알았어. 읽어줄게"

 나란히 누워서 책을 들고 동화를 읽어 내려갑니다. "옛날에 미운 아기 오리가 있었는데.…"

 동화 한 편이 끝나자 한 장을 넘기는 듯하면서 5장쯤을 훌렁 넘겼습니다. 눈치를 못 챕니다. 또 한 편이 끝나자 이번에도 5장 정도를 훌쩍 넘겼습니다.

 대범해진 아빠는 이제 한번에 10장도 넘게 훌렁훌렁 건너뛰었습니다.

 이제 노래책이 남았습니다. 노래책도 같은 작전을 쓰면 됩니다. 노래 하나를 부르고 5장 정도를 넘겼습니다. 미루가 말합니다.

 "아빠, 왜 자꾸 여러 장 넘겨." 걸렸습니다. 저는 그날 미루와 같이 노래를 30곡 불렀습니다.

 응접실에 TV대신 책장을 놓아 책을 꽂고, TV는 방 한쪽에 박아두자 아이는 매일매일 책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기저기에 책꽂이를 놓고, 아이 읽을 만한 책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한 권 두 권 산 게 이제는 양이 꽤 됩니다.

 새 책이 생기면 미루는 신이 나서 좋아합니다. 아는 친구 집에 갔더니 세트로 구입한 아이 책 한 50권 정도가 죽 꽂혀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책에 하나도 관심이 없는지 책이 죄다 깨끗합니다. 당연합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책 수십 권은 아이한테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책만 사준 다음에 말게 아니라 부모가 책을 읽어야 합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부모들은 그래도 드라마는 꼭 챙겨보는데, 그 시간에 책을 보면 아이들은 책 읽는 부모를 닮습니다.

 부모를 닮아 책 읽는 습관이 생긴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지혜로운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9월 7일자 31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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