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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모작 4] 43세 은퇴에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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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모작 4] 43세 은퇴에 희망을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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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인생 '대안은 있다' 4 인생 이모작을 위하여
 8월 12일
 우유 4,700원
 꿀外 14,940원
 합계 19,640원

 '비'가 참 마이온다.
  넘 오는구먼~
  가계부 구멍난 것처럼
  말이야.

-8월 둘째주
한향희 씨의 가계부 메모-


 군포에 살고 있는 한향희 씨의 남편은 올해 43세로 다니던 직장을 은퇴했다. 현재 큰아버님의 회사로 이직해서 출근하고 있다.

 한향희 씨의 남편은 그 전에 다니던 중소기업에서 임원급이었으며 연봉은 6천에서 7천정도 받았다.

 작년에는 1년 정도 회사에서 중국으로 파견을 나가 아들과 부부내외는 중국에서 해외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보니 남편 스스로는 많은 연봉에다 나이 어린 젊은 직원들의 눈치를 보다 타의반 자의반 희망퇴직을 했다.

 "여보! 나같은 남자 만나서 고생이 많다.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았을텐데."

 한향희 씨의 남편은 어느날 부부간의 맥주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를 눈시울이 붉어지며 내게 건넸다.

 한향희 씨는 요즘 남편이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곁에 건강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행복하다고 한다.

 아들은 현재 초등학교 3학년인데, 중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다 국내 초등학교에 재입학했을 당시 스트레스로 장염을 앓기도 했다.

 남편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는 심적으로 부담감도 느끼고 연봉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남편은 창업 준비를 해보려고 다시 퇴사를 고려중이다.

 한향희 씨는 친정언니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의 도움을 받아서 창업준비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만만치가 않다. 슈퍼마켓의 노하우가 없어 언니가 살고 있는 의정부로 이사를 가려해도 아들이 학교를 옮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거리도 만만치가 않아 일을 배우려고 하면 이사는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주 다시 만났을 때 반가운 소식을 전해줬다.

 전 직장에서 다시 일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중국시장에 업무를 맡아달라는 요청이다. 한향희 씨의 남편은 매우 성실하고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남편은 또다른 걱정을 안고 있다.

 전 직장에서 다시 콜이 왔다고 하나 3년 후면 또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데 차라리 지금 대형슈퍼마켓을 열어볼까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향희 씨는 결혼후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와서 막상 사회생활의 두려움도 크다. 하지만, 남편의 은퇴보다 자신감을 잃어가는 남편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고 한다.

 한향희 씨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쓰지 않았던 가계부를 다시 쓰고, 건강을 위해서 요가도 다니고 창업강좌도 듣고 있다. 남편을 위해서 제철과일도 사고 저녁밥을 더욱더 정성스럽게 준비한다.

 상담내내 한향희 씨의 남편사랑에 대한 마음이 묵직하게 전달되었다. 한국평균 남자 43세 여자 39세가 조기퇴직이라고 한다. 밤늦게 운동을 하다보면 양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들이 술취 한 채로 핸드폰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사랑보다 더 큰 용기와 희망은 없다. 따뜻한 된장국과 소박한 저녁밥상으로 지친 아버지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보자.

 아마, 내일 아침에는 쫙 핀 어깨로 대문을 나설 것이다.


■ 강은미 시민기자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1일자 3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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