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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2] 아빠, 많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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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12] 아빠, 많이 아파?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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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2
 주말아침에 급히 일을 보러 가다가 다리를 접질렸습니다.
 5년 전에 다쳤던 곳을 또 다쳤습니다.

 일어날 수가 없어서 한참을 쉬다가, 겨우 몇 걸음 떼어서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향했고 하루 종일 회의를 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정말 더 이상은 걸을 수 없게 되어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니, 점심때 근처 한의원에라도 갔어야 할 거 아냐!" 아이 엄마가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서 병원이건 한의원이건 문을 연 곳이 안 보입니다. 할 수 없이 아이 엄마가 아는 어느 할머니가 침을 잘 놓는다고 해서 거기라도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미루가 많이 속상하대." 아빠가 다쳤다고 하니까 아이가 자기 속상하다고 말했답니다.

 "미루야, 정말 그랬어?"
 "응" 차 안에서 만난 아이는 입이 삐죽 나오고 시무룩해져 있습니다.

 침을 맞기 위해 방에 누워 있는데 미루가 옆에 오더니 베개를 껴안고 울상입니다. 할머니가 삔 곳을 손으로 꽉꽉 눌러대는 바람에 아프다고 비명을 질렀더니 이제는 아이가 거의 울기 직전입니다.

 "아빠 많이 아파?"
 "아니야, 괜찮아."

 아빠가 아파하는 것에 이 정도로 공감할 줄 아는 걸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침을 놔주는 할머니가 미루를 보더니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대답합니다.
 "아빠가 아파서 그렇대요."

 "아니, 무슨 사내놈이 그렇게 울어? 우리 손녀는 딸인데 남 아픈 것 보고도 꿈쩍도 안 하는데."

 할머니는 남자 아이가 우는 건 나약한 거라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손녀가 안 우는 건 씩씩한 거라고 자랑하고 싶었나 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남이 아픈 걸 보면서도 공감하지 않는 건 씩씩한 게 아니라 둔감한 겁니다.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정서적 공감능력이 커져야 훌륭한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 엄마가 아이에게 공감해주는 것과 아빠 엄마가 서로에게 공감해주는 것입니다. 아이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부모에게서 '공감의 따뜻함'을 알게 되고, 서로 공감해주는 부모를 보면서 공감의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1일자 31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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