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육아일기 11] 벌써부터 영어교육?
상태바
[육아일기 11] 벌써부터 영어교육?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8.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11
 "미루야 우리 서점 갈까?" 저녁을 먹고 서점에 갔습니다. 요즘 서점에 가서 이 책 저 책 들춰보는 게 미루와 저의 취미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미루야 아빠 여기 앉아 있을테니까, 읽고 싶은 책 가지고 와."

 공룡이랑 자동차 책이 잔뜩 쌓여 있는 곳으로 가던 미루는 한쪽에 앉아서 영어책을 읽고 있던 미루보다 한두 살쯤 많아 보이는 아이 옆에 서더니 책 속의 그림을 툭툭 손으로 건드립니다.

 "미루야! 그거 누나가 보는 책인데 건들면 어떡해." 아이 엄마가 옆에서 말합니다. "괜찮아. 너도 같이 볼래?"

 염치도 없이 미루는 그 아이 옆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그때 아이 엄마의 '티칭'이 시작됐습니다. "이건 뭐라고 읽어?" 아이가 대답합니다. "아이" "좋아, 그럼 이건 뭐라고 읽어?" "제이" "그래 좋아." 그럼 "제이로 시작하는 단어는 뭐가 있어?" "쨈" "쨈이 아니라 쥄. 알았지? 주에엠"

 이제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열심히 엄마 질문에 대답을 했습니다. 이건 또 뭐라고 읽어? 어느새 영어 I에서 J를 거쳐 L까지 책장을 넘긴 엄마는 이번엔 '사자'를 뭐라고 읽는지 물어보고 있었습니다. "어흥~!!" 아이가 '라이온'이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미루가 방해를 하고 나섰습니다. 엄마는 "그래, 어흥하는 이건 라이온이야"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갑자기 미루가 책을 앞쪽으로 휙 넘기더니 바나나 그림을 보며 말합니다. "빠나나" 역시 엄마는 "버내너" 라고 말해줍니다.

 이후로도 엄마의 '영어 티칭'은 계속 됐습니다. 아이가 두 번째 음절에 강조를 둬서 '오레엔지' 라고 하자 "그게 아니야 처음을 세게 말해야지" 하면서 "오오륀지"라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발음입니다. 계속되는 엄마의 가르침에 싫증이 난 미루는 금세 동물그림책을 들고 뛰어 왔습니다.

 문득 얼마 전 들었던 대학선배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 대학선배는 법률회사의 변호사로 있다가 아이와 함께 1년간 미국 유학을 갔다 왔는데, 그 1년 사이에 아이가 한국말과 영어 사이에서 언어습득에 혼란을 겪다가 지금은 아주 큰돈을 주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의사는 영어와 한글 중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고 합니다. 서점에 가면 이곳저곳에서 아이에게 영어단어를 가르치는 엄마들을 봅니다. 세상이 그 엄마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게 분명한데, 그것 때문에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커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24일자 31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