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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학원은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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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학원은 억울합니다"
  • 송지현
  • 승인 2009.08.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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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_ 최근 삭발한 박 현 욱 구로구보습교육협의회장
 지난 7월 17일(금)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정부의 학원 말살정책을 규탄하는 전국보습학원협의회 회원들이 모여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부 대표자들이 삭발식까지 감행하면서 학파라치 시행, 학원 시간 및 학원수강료 상한제 실시 등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를 한 바 있다.

 이날 다른 대표자들과 함께 삭발을 단행한 박현욱(41) 구로구보습교육협의회장은 "대치동이나 목동의 대형학원과 우리 동네 구로의 보습학원은 상황도, 역할도 다르다"며 정부의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학원 단속에 분노를 드러냈다.

 "학원 수강료 높이겠다, 밤새워 가르치겠다는 것 아닙니다. 사교육비 경감해야 하고, 불법학원 현장도 단속해야 한다는 것을 왜 모르겠습니까? 찬성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적발하고 시정해야죠. 그런데 동네 보습학원들은 학생들의 부족한 학습을 보완하고, 동네 사정에 맞게 수강료도 조정하고 있어요. 심지어 부모가 집을 비운 경우 보육역할도 하고 아이들의 방과후 놀이터가 되기도 하죠. 그런데 마치 모든 학원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생기는 문제의 원인인 양 마녀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게 너무 힘듭니다."

 시간 규제에 대해서도 박 회장은 할 말이 많았다. 한마디로 현실을 너무 모르는 정책인데다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않는 언론호도용 정책이라는 것이다.

 "학교 자율화 조치에 따라 인근 고등학교 보충수업이 끝나는 게 밤 10시, 11시이고, 일부 학교는 강제로 실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10시까지만 학원 수업을 하라는 말인가요?"라고 되물은 박 회장은 "수업이 10시전에 끝나도 질문하는 아이를 10시 넘었다고 쫓아내야 해요. 이게 어떻게 부족한 공부를 채우는 보습학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고 현실을 무시한 정책이 가져온 상황을 개탄스러워했다.

 이쯤 되니 대치동이나 목동에서는 되레 새벽반이 성행하고 있다는데, 이것도 편법을 조장하는 잘못된 학원정책에서 비롯된 사태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단지 학원의 생존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며 박 회장은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사교육비가 높아진 데는 유명강사가 있는 대형학원으로만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진데서 시작된 것인데, 이는 대학입시제도가 이미 그런 풍토를 만들고 있다는 것. 즉, 학원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잘못된 대학입시제도가 사교육비 폭등을 가져온 것인데 왜 학원에 그 원죄를 씌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박 회장은 답답해했다.

 더군다나 동네 학원들은 대치동이나 목동과 같이 턱없이 높은 수강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동네 상황에 맞게 책정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구로에 있는 보습학원 종합반의 경우 초등은 25만원, 중등은 26~29만원, 고등은 35만원 정도에요. 이것은 교육청이 정한 시간당 적정단가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게다가 교육청이 정한 학원 적정단가에도 문제가 있다고 박 회장은 주장한다. 단적인 예가 초중등 강사 인건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정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학파라치에 대해서는 더 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학파라치 제도는 마치 모든 학원을 불법현장으로 간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상담을 한다면서 감시하고 녹취하는 경우도 있어, 자녀를 위해 상담을 하러 오는 학부모들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는 이 현실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본이 풍부한 대형학원은 더 거대해졌고, 작은 동네 학원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교육(비)과의 전쟁,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전쟁으로 억울한 희생을 겪는 자가 없도록 관계당국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일자 31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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