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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 TV 함께 보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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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9] TV 함께 보기의 힘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8.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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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9
 일 때문에 무척이나 피곤한 날 저녁에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밥 먹이는 것도 힘들고 아이랑 놀아주는 것도 힘이 듭니다.

 이럴 때 최고는 역시 DVD를 보여주는 겁니다.
 "미루야, DVD볼까?"
 "응"

 신이 난 미루는 폴짝 폴짝 뛰어서 TV가 있는 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집에 오면 가족들끼리 TV만 보는 것도 싫고 아이가 TV에 몰두해서 멍해지는 건 더 싫어서 우리집 TV는 작은 방에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선을 연결해 놓지 않아서 가끔 DVD만 볼 수 있습니다.
 "미루야, 아빠는 나가서 설거지 좀 하고 올게."

 조금 지나자 혼자서 DVD를 보던 미루가 "아빠~~" 하고 크게 부릅니다.
 "왜애~?" 그냥 대답만 합니다.

 "아빠랑 같이 보고 싶어."
 "응" 건성으로 대답합니다.

 조금 지나자 다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왜!?"
 "아빠랑 같이 보고 싶다니까."

 그러는 사이 20분짜리 짧은 DVD가 끝나버렸습니다. 미루는 울면서 달려왔습니다.

 "아빠! 아빠랑 같이 보고 싶었는데 비디오가 끝나버렸어. 엉엉" 하면서 웁니다.
 "그래? 그럼 어쩌지?"
 "아빠랑 같이 비디오 다시 볼래."

 예전에도 몇 번 미루가 이런 식으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저는 미루가 DVD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수를 쓰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처음부터 DVD를 같이 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DVD를 보다가 DVD가 끝나니까 미루가 벌떡 일어나서 TV스위치를 딱 끄더니 이럽니다. "인제 다른 거 하고 놀자."

 미루엄마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책에서 보니까 혹시 TV볼 거면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같이 이야기하면서 봐야 된대. 그리고 그렇게 해야 TV에만 빠지지도 않고." TV는 일방적으로 소리와 화면을 쏟아낼 뿐이고 아이와 상호소통하는 매체는 아니라서 혼자 TV를 오래 보게 하면 아이의 발달에 해가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미루와 함께 다시 DVD를 켠 저는 거기 나오는 곤충이랑 동물 그리고 소림사 무술 흉내를 내느라고 이리 뒹굴 저리 뒹굴했습니다. 몸은 뻐근했지만 미루는 즐거워했고, 20분이 지나자 미루는 혼자 가서 TV 전원을 탁하고 껐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8월 3일자 31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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