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9 09:55 (월)
네 모녀가 서울로 상경한 까닭은....
상태바
네 모녀가 서울로 상경한 까닭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8.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100세 인생 '대안은 있다' ② 인생 이모작을 위하여
 동작구 자활센터에서 만난 서른여덟 이광희 씨의 이혼사는 기가 막히다.

 스물한살 어린나이에 사람 좋아 보이는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시작한 신혼생활은 빨리 아들을 낳으라는 시댁의 압력 때문에 평탄치 않았다.

 딸 셋을 낳는 동안, 낳을 때마다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댁식구들은 매몰차게 굴었다.

 세 번째 딸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아버지는 대를 잇지 못하는 며느리는 필요없다며 강제 이혼을 시켰다.

 남편은 시아버지에게 한마디 말도 못하고 이혼을 한 이후 지금껏 양육에 대한 책임은 커녕 연락 한번 없다고 한다.

 2009년을 사는 이 시대에 드라마에도 사라진 이야기가 현실에 있으리라곤 상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3, 중1, 초등학교 6학년인 세 딸들과 살아가는 이 집은 무척이나 행복하다.

 수입은 자활센터에서 월급 80만원과 정부로부터 교육비 지원을 받아 약 90만원이 되지 않는다. 형편상, 지금은 여름휴가를 남들처럼 바닷가로 갈 계획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뭐 어떠랴. 네 여자들의 여름휴가는 시원한 영화관의 조조할인 관람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으로 마무리한다.

 자활센터교육 후 반찬가게를 창업할 이광희 씨의 꿈은 야무지다. 무엇보다 주위에서 음식솜씨가 좋다며 적극적인 권유도 한몫했다.

 이광희 씨가 서울로 상경한 까닭은 아이들의 교육 때문이다. 수입의 삼분의 일은 아이들의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약 30만원 정도. 남들이 보기에는 사치라고 할 수 있지만, 본인이 당한 설움을 절대 되물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반찬가게가 성공하면 45세에는 옷가게를 하고 싶고, 이후에는 또 다른 창업을 하고 싶어한다. 이른 나이에 아이들을 출산한 덕분에 90세 파파할머니가 되면 그녀의 세 딸들도 육십대 후반에 이른다.

 이광희 씨의 가계부는 일주일 단위 중에서 텅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일주일 지출이 채 만원이 되지 않는 주간도 있다.그런 그녀의 가계부 맨 첫 장에는 부모님 용돈항목으로 생신, 어버이날을 비롯해 30만원정도 예산을 세우고 집행하는 부정기적 지출표가 있다. 내가 만난 고객의 가계부중 가장 따뜻한 마음이 담긴 가계부였다.

 백세인생은 단지 숫자가 아니다. 하루하루를 치열히 살아가는 우리 모습 속에 일상을 담자는 거다.

 세딸의 어머니인 이광희 씨가 치열히 살아가는 모습은 그 아이들의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사과값이 비싸다는 이 서울에서 세 딸을 데리고 상경한 그녀의 서울생활은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 그 자체다.


■ 강은미 시민기자




◈ 이 기사는 2009년 7월 27일자 31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