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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 엄마는 누가 돌봐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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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8] 엄마는 누가 돌봐주나?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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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8
 3년 전에 육아휴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갓난아이를 키우고 가사노동을 한다는 게 온 종일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일이라서 그 때 이후로 허리가 영 좋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도 허리가 삐끗했습니다. 기침을 아주 심하게 했는데 어이없게도 허리쪽 근육이 놀랐나 봅니다. 다리까지 찌리리 통증이 가더니 허리를 제대로 놀릴 수가 없습니다.

 "미루야, 아빠 허리가 너무 아파. 이거 봐봐." 낮에 한의원에서 치료 받은 자국을 보여줬더니 미루가 놀랍니다. 등 아래쪽부터 허리까지 물리치료 때문에 빨갛고 커다란 동그라미가 몇 개 박혀있습니다. "아빠 정말 많이 아파?" "응" "아빠가 도장 찍은 거야?"

 어쨌거나 아픈 허리 때문에 저녁에 아이를 보면서 겨우 밥 차려서 먹이고는 계속 누워 있었습니다. 미루는 처음엔 놀아달라고 보채는 듯 하다가 이내 분위기를 눈치 채더니 이럽니다. "아빠, 아파?" "응" "나도 아파, 여기" 며칠 전에 손톱 밑 살이 일어나서 아파하길래 밴드로 감아줬었는데 거길 가리키며 아프답니다. "그래? 아빠가 미루 아프니까 잘 돌봐줘야겠다." "그럼 아빠 아픈 거는 내가 돌봐줄게."

 아빠를 돌봐주겠다던 미루는 그 말을 하자마자 "근데 아빠 우리 비디오 볼까?" 합니다.
 집에 유아용 DVD가 몇 개 있는데 평소에 TV를 안 보는 우리 집에서 미루가 조용해지는 유일한 시간이 이 DVD를 보는 시간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빠를 돌봐주는 방법이긴 합니다. "그래 알았어. 비디오 틀어줄게." 미루는 아빠를 아주 잘 돌봐줬습니다.

 목마를 태워달라고도 하지 않고, 엎드리라면서 위에 올라타지도 않았습니다. 같이 놀아달라고 떼도 쓰지 않았고, 쫓아다니면서 똥침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아이를 낳고 애를 키우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엄마들을 많이 봅니다. 허리가 아픈 엄마나 목이나 등 쪽을 아파하는 엄마들도 있고, 어디가 딱히 아프지는 않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엄마들도 많습니다.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엄마도 흔합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이를 돌보느라고 자기 몸을 돌볼 겨를이 없어서이기도 합니다. 사회나 가족 중 누구든 혹은 자기 자신이라도 '엄마'를 돌봐줘야 하는데 지금은 엄마가 돌볼 사람은 많고 엄마를 돌볼 사람은 거의 안 보입니다. 엄마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7월 27일자 31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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